[농민칼럼] 오늘을 사 가실래요?

  • 입력 2018.04.08 11:34
  • 수정 2018.04.08 11:37
  • 기자명 강정남(전남 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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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남(전남 나주)

지금은 정치시즌.

정치라고 말을 하니 어떤 이는 살림이라 쓰고, 어떤 이는 안정이라 쓰고, 어떤 이는 개혁이라고 쓴다. 나는 ‘오늘’이란 정책을 정치인들이 사 갔으면 한다. 오늘 같은, 오늘 같지 않은, 오늘 아닌 내일이기에. 다른 거 필요 없이 이거 한마디만 하고 싶다. 기본소득제 실시하라!

그 중에서도 가장 필요한 단위가 농민 단위이다. 농민들에겐 기본소득이 절실하다. 임금은 최저임금제라도 있지, 농업은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제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농산물 값이 보장되지 않는 게 어디 농민들 탓인가? 농업은 이래도 저래도 모두 농민들 책임으로 떠넘긴다. 자동차, 휴대폰 값 등이 올라도 그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농산물이 날씨에 의해 수확량에 문제가 생겨 그 조금, 아주 잠깐 올라도 물가인상의 주범으로 어김없이 농민들을 몰아간다. 수입농산물이 넘쳐나는, 참으로 야속한 오늘을 살아가는 인내심 많은 대단한 농민들이다. 이런 오늘을 사 가시라! 제발!

개헌되는 헌법에 농업의 가치를 반영하겠다고 한다. 그래, 농업이 망하면 안 되니까 그렇게라도 해놔야 체면이 서겠지. 오늘도 여전히 농업을 무시하고 천대하면서… 농업의 가치는 무엇일까? 유무형의 자산인 농사, 삶의 기본 양식인 농사, 농사를 지음으로 해서 발생되는 여러 가지 사회적, 공익적, 생태적, 문화적 기능과 요소를 드디어 인정하고 대우해 주겠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렇다면 이제 농민기본소득제 실시다!

그런데 요즘 나를 헛갈리게 하는 게 있다. 대체 농민수당은 뭐지? 수당, 그 말은 알겠다. 농민에게 주는 수당을 말하는 거라고… 그런데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니 “이게 무슨 농민수당이야?”라는 말부터 튀어나온다. 농가 당 지급하는 농민수당? 그러면 그 농가를 이루는 위대한 세대주를 중심에 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세대주를 중심으로 밑에 있는 세대주 부인이나 다른 사람들은 농사를 ‘업’이 아닌 취미로 하고 있었나? 그 취미생활이 하도 고상하여 손발이 트고 갈라지고 골병인 관절염을 달고 사는 것이었구나. 아하! 농민이면 무조건 지급하는, 개별농업인에게 지급하는 농민기본소득제로 가야 한다고 본다. 말하노니, 여성농민을 농민으로 인정한다면, 농민기본소득제로 하시고, 여성농민을 농민남편 옆에서 더부살이 하는 사람으로 취급한다면 농민수당제로 말하시라고, 이런 오늘도 제발 사가시라!

여성농민은 여성이면서 동시에 농사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다.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 식구들 챙기고 보살피는 재생산 노동의 선봉자로, 누구보다 먼저 나가 밭에서 논에서 기고 날고 하는 사람이 여성농민이다. 가족을 챙기는 노동부터 해서 친척, 마을의 대소사에도 어김없이 여성의 노동으로 일이 착착 진행된다. 없으면 못사는 공기와도 같은 귀한 존재가 여성농민인 것이다. 이런 좋은 부분도 덤으로 줄 테니 사 가시라!

제발! 농민기본소득제로 사 가시라!

기본적인 소득이 보장이 된다면… 땅을 살리고 환경을 살리는 농사를 짓고 싶다. 그래서 좀 더 건강하고 좋은 먹을거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자연을 착취하는 비료 농사, 농약 농사에서 벗어나 농민의 가치를 지킬 수 있는 농업, 그 길로 인도하는 농민기본소득제로 오늘의 길을 닦고 싶다. 이런 오늘, 안 사 가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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