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숙 칼럼]천도깨비와 고목나무

  • 입력 2008.12.05 18:42
  • 기자명 한도숙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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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직불금 부정 수령자 명단이 밝혀진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국회는 부정수령 혐의가 있는 자들의 명단을 밝히기를 꺼려하고 있다.

민주당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감사원에서 제출한 28만3천47명의 명단과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제출한 관외경작자 명단을 대조한 결과 본인이 직불금을 수령했지만 쌀 수매실적과 비료 구매실적이 없는 국회의원이 4명, 기초단체장이 2명, 광역의원은 24명으로 조사됐다”며 “정당별로는 한나라당 17명, 민주당 6명, 자유선진당 3명이다.”라고 말했다.

또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통보받은 무직자 중 ‘관외거주자’로서 직불금을 수령한 경우 7천257명으로 나타났다.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가족수령자 가운데 8천865명이 관외 경작자로 파악됐다. 이들은 특히 부동산 투기 의혹이 짙다”고 했다.

이러한 사실 앞에 농민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본인들이야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하나 쌀 직불금의 법 취지가 농사로 생계를 이어야하는 가난한 농민들을 도와주자는데 있기에 법의 취지를 어긴 것은 분명한 사실이 아닌가?

그렇게 자신들은 정당하다고 항변하면서 시골에 농지를 거두어들이는 것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스스로의 행위가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스스로 농사짓겠노라고 농지를 회수하는 것이면 분명 지금까지 행위를 한 저들은 법을 어긴 것이 분명한 것 아닌가.

농민들의 눈에 피눈물이 흐르고 있다. 비록 남의 땅이긴 하지만 가족의 삶을 챙기고 희망을 꾹꾹눌러 심었던 땅이다. 농민에게 농지를 빼앗아가는 것은 직불금을 타먹은 행위보다 더 고약한 몰염치의 절창이며 범죄행위이다. 한 번도 아닌 두 번씩 범죄 행위를 저지르는 저들이 이 나라의 지도층이라 한다면 이 나라는 이미 글러먹은 나라임이 분명하다.

“죄는 천도깨비가 짓고 벼락은 고목나무가 맞는다”는 속담이 여기에 두고 이른 말임을 이제야 알겠다. 하늘아래 그저 길들여진 황소처럼 농사일로 평생을 보내는 농부님들에게 수고하셨다는 인사는 고사하고 고작 그동안 기름지게 가꿔놓은 땅을 내놓으라 하니 이것이야말로 벼락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법이란 가진 자들을 보호하기 위함이 아니라 갖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작동해야 정의롭다고 할 수 있다. 나라님들께 바라노니 내년에도 농사지을 수 있게 해주시라. 지주님들께서도 저 불쌍한 농부님들께 자비를 베풀어 온 나라에 부자들의 향기가 진동하게 하소서. 정한수 장독에 떠올려놓고 비옵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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