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인가

  • 입력 2015.01.25 10:26
  • 수정 2015.01.25 10:30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농업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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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원 중앙대 교수

최근 투자의 귀재라는 짐 로저스가 서울대 MBA 강연에서 ‘농업이 미래 유망한 산업이 되리라’ 고 했다 하여 농업계에서는 무척 고무되어 있는 모양이다. 모 군수는 공감 콘서트까지 열었다고 한다. 농정신문을 제외한 대부분의 농업계 언론들은 대서특필하기도 했다. 급기야 우리의 농식품부 마저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 말을 인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농식품부 홈페이지 금년도 업무계획 첫머리에 아직도 이 말을 올려놓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가 한 말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평생을 돈으로 돈 먹기만을 잘하여 돈을 번 자의 말 한마디가 한 나라 정부의 농업정책방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평생을 농업·농촌·농민을 위하여 헌신한 인사들의 애정 어린 충고나 권고는 한마디도 귀담아 듣지 않으면서 돈으로 돈 번 자, 다시 말하면 이 시대의 종말을 고할지도 모를 자본의 속성만을 평생 추구한자의 말 한마디가 그렇게 뼈에 사무치도록 의미 있는 말일까. 씁쓸할 뿐이다.

그의 농업 가능성이라는 것은 철저하게 자본의 논리로 본 돈 되는 산업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리라. 설사 그의 말대로 농업이 큰 돈이 되는 산업이 될 수 있다 하더라도, 물론 돈을 버는 주체는 다수의 농민이 아니라 일부 자본에 의한 농업이 가능한 나라와 대규모 농업을 할 수 있는 농민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인류의 기아문제는 자본의 논리에 의한 농업 성장만으로 풀리지 않음을 수십년간 지속된 개방화, 세계화가 몰고 온 현실을 보면 금방 알 수 있지 않은가. 역설적으로 농업이 돈 되는 산업이 되면 될수록, 소위 성장을 하면 할수록 인류의 식량문제는 해결이 요원하여진다. 대규모 고투입 에너지 농업, 기계화 농업, 규모화 농업만이 성장하여 살아남는다면 과연 인류의 식량문제가 해결될까. 농업·농촌의 본질적 가치, 다원적 기능 등은 어떻게 될까.

농업·농촌이 존재해야하는 이유와 70억 인류의 식량문제와 지구환경문제 등을 염두에 둔다면 농업이 미래유망산업이 되리라는 짐 로저스의 언급은 자본의 논리만을 강조한 지극히 이기적이고 편협한 단견임을 알아야 한다.

그럼에도 한술 더 떠 우리의 정부는 금년도 농식품부 업무계획에서 2015년을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 원년으로 선포하고 있다. 농업과 같이 다원적 기능이니 하는 것이 없는 공업 분야에서도 금년도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신 성장 산업에 100조 규모를 투입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그런데 공업과는 확연히 다른 농업마저도 신 성장 산업 운운 하며 농정의 기본방향으로 설정한 것은 그야말로 보여주기 식, 아니면 아부용, 아니면 권력과 자본의 주변에 빌붙어 목숨을 비틀어 메고 사는 아첨배들의 작태가 아닌지 모르겠다.

경제성장이라는 것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성장인가 하는 점이다. 대다수의 국민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국가경제의 성장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1% 인간들을 위하여 성장해야 하는가. 재벌들만 성장하고 돈 많이 벌면 되는가. 피케티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이 시대의 자본주의는 우리 모두를 위한 시스템이 아니지 않은가.

농업도 마찬가지이다. 농업이 산업으로 소위 성장할 수 있다면 그 자체를 막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 성장이라는 것이 누구를 위한 성장인가 하는 점이다. 일부 엘리트 농민, 경쟁력 있는 농민, 규모화 된 농업만을 추구하는 것이 과연 농업·농촌·농민 정책의 핵심이어야 하는가.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농업이 미래의 신 성장 산업이라고 농민과 국민을 더 이상 호도하지 말기 바란다. 농정의 핵심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그것은 안전한 식량의 안정적 확보, 농업·농촌의 다원적 가치 제고, 농민의 소득안정과 삶의 질 향상이어야 한다. 책임 있는 자들이 아첨배니, 매농노니, 기생충이니 하는 소리를 듣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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