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식용이 불가한 묵은쌀은 사료용으로 확정됐다. 주식인 쌀을 동물 사료로 이용한다는 것은 우리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생명과 동일시하던 쌀을 사료로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우리 쌀의 처지며 더불어 쇠락한 우리농업의 현실이라 착잡하기 그지없다. 감당할 수준을 넘어선 쌀 재고, 그리고 폭락하는 쌀값에 3년 이상 묵어 식용이 불가한 쌀을 처리하는 방법은 바다에 쏟아버리지 않는 한 사료가 종착지였다. 결국 지금 우리 쌀이 처한 불가피한 상황에서 쌀을 사료화 한다는 것에 대해 누구도 섣불리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우리 쌀을 사료로 사용한다는 것은 정서적으로 용인하기 어렵다.오늘날 쌀의 과잉 재고와 고미의 문제는 정부의 수급조절 실패 그리고 재고관리 실패에 기인함을 지적하지 않을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밥쌀용 쌀 수입과 나주혁신도시 aT 앞 투쟁, 최저가격보장 조례제정 추진, 민중총궐기대회와 백남기 농민 사태.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한 해를 보낸 전농 광주전남연맹이지만 김재욱 의장의 어조는 결연하고도 의연했다. 지난해 이맘 때 본지와 취임 인터뷰를 가졌던 김 의장을 다시 만나 결코 짧을 수가 없었던 1년의 임기를 되돌아봤다.전농 도연맹 의장으로 1년을 보낸 소회를 말해달라.담양군농민회장을 하다 광주전남연맹 부의장을 맡았고, 주변에서 ‘부’자를 떼버리자고 해서 멋도 모르고 의장직을 맡았다. ‘전농의 중심은 광주전남연맹이다’라는 전농 집행부의 기대를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는데 1년이 지나 보니 이제 이해가 되고 책임감과 중압감도 크다. 의장으로서 가장 걱정스런
지난 1월 12일 임기 4년의 민선 제5대 농협중앙회장이 뽑혔다. 선거 직후 서울선관위가 당선자를 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하여 수사결과의 귀추가 주목된다. 그에겐 운신의 제약이 있어 현장의 우려를 사고 있다. 그에게 바라는 것은 유무죄 다툼 종료까지 해야 할 마땅한 일을 하는 것이다. 세간의 예측을 깬 첫 호남출신이라고 한다. 선거과정에서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가 추진한 후보자 매니페스토 운동에 따른 24대 공약권고안에 동의도 했다. 그래서 당선자의 행보에 기대하는 이들도 있다. 더욱이 그가 지난해 말 한-중 FTA 협정 발효에 대해 어느 신문 기고문에서 “어려움을 해결하는 한 축은 농협이 맡아야 한다. 농협 혁신은 무엇보다 절실한 과제이다. 2012년 조직 개편 이후 ‘판매농협 구현’에 진력했
요즘 사회 이슈중의 하나가 ‘해고’이다. 저성장과 수출 급감으로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불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경영혁신이나 재벌이익을 줄이기보다는 노동자를 먼저 해고하는 것은 여전하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정부는 정리해고도 부족해서 ‘쉬운 해고’를 보장하고 말았다. 일자리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더러워도 대들지 못하고 참고 또 참을 수밖에 없다. 노조를 만든다는 것은 언감생심이 된 것이다. 정부는 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들의 권리를 빼앗아 버린 것이다. 그래서 한국노총까지 나서서 파업을 벌이고 있고, 이런 상황은 이번 설 명절에 가족들의 이야깃거리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런데 ‘해고’는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 해고 바람은 농민에게 닥쳐오고 있다. 작년 12월에 농식품
지난해 11월 14일 이른 새벽 전남 보성 백남기 농민은 옷을 두둑이 챙겨 입고 서울 가는 관광버스에 몸을 실었다. 나날이 어려워지고 있는 농촌실정을 서울 한복판에서 소리라도 질러볼 생각이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중심이고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권력이 모여 있는 서울. 광화문 한 복판에서 목 놓아 농사짓고 살게 해 달라고 호소하던 농민 백남기는 경찰의 살인적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다. 그리고 80여일째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실낱같은 생명의 끈을 부여잡고 사투를 벌이고 있다.해가 바뀌고 새해농사를 준비해야하는 시기가 도래했지만 백남기 농민은 여전히 그의 삶의 터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공권력의 폭압으로 사선에 몰아넣은 이 정부는 누구하나 사과는 커녕 가족들에게 따스한 위로의 말 한마디 없다. 마이나 키
지난해부터 하락하기 시작한 쌀 가격이 새해 들어서도 상승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와 농협의 수매가 끝나고 매입가격도 결정됐으니 생산자의 손은 일단 떠났다. 문제는 매입한 나락을 어떻게 보관하고 유통시키며 판매할 것인가인데 이를 수행해야할 기관이 바로 미곡종합처리장(RPC)이다.정부는 2005년 쌀수매제도를 폐지하고 민간유통기구를 활성화한다는 명분으로 농협(농협RPC)에 많은 역할을 강제로 부여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농협에 떠넘긴 것이다. 농협을 민간이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농협은 엄밀한 의미에서 민간이 아니다. 결국 모든 책임을 농민조합에 미루고 정부는 한발 뺀 형국이다.2015년 수확기에 농협이 흡수한 물량(RPC와 비RPC 포함)은 177만톤으로 시장에 나오는 물량의 약 80% 이상이다
지금은 상호간 직접교류가 정부에 의해 강제로 중단된 상태이지만 과거 민주정부 기간에는 6.15공동선언 이후 남북 농민교류가 비교적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남측에서는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산하에 농민본부가 결성되어 남북 농민교류에서 남측 대표기구 역할을 담당했고, 남측 농민본부의 파트너로서 남북 농민교류를 진행했던 북측 대표기구를 주도한 것이 조선농업근로자동맹(농근맹)이었다. 그리고 지난 1월 31일 농근맹이 창립 70주년을 맞았다.북측 농근맹이 창립된 것은 1946년 1월 31일이지만 그 직접적인 연원은 해방 직후 건설된 전국농민조합총연맹(全農)이라 할 수 있다. 일제 강점기 농촌지역에서 항일독립운동과 반봉건 소작쟁의 운동의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것은 각 지역별 농민조합운동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 막막합니다.” 귀농 7년차라고 밝힌 40대의 젊은 농부는 쓴웃음만 지었다. 애써 웃음지어 보이는 그의 모습 뒤로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하우스가 흉물처럼 버티고 있었다. 지난 주말 동안 전북 정읍 지역에 쏟아진 37cm의 기록적인 폭설에 포도 시설하우스 13동 전부가 붕괴된 것이다. 뜯기고 찢긴 비닐과 엿가락처럼 휘어진 하우스 철골 위엔 당시에 쌓인 눈이 녹지도 않고 그대로 얼어붙었다.기자가 폭설피해 농가를 취재한 지난달 26일엔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의 현장방문도 예정돼 있었다. 피해농민을 위로하고 애로사항을 청취, 신속한 복구 지원을 지시하기 위한 일정이었다. 임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모습이 읽히는 듯 했다. 농협이
혹한이 전국을 강타하고 폭설로 시설하우스가 무너져 내리던 지난달 25일 광주지방법원은 한 농민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속사유는 ‘특수공무집행방해죄’다.지난해 5월 농민들은 계속되는 쌀값 하락으로 인해 고심하고 있던 중 정부가 밥쌀 수입 입찰공고를 내자 이에 항의하기 위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몰려가 항의시위와 농성을 했다. 모내기철로 농민들이 가장 바쁜 농번기임에도 불구하고 농성에 참여하는 농민들이 끊이지 않았다. 논을 둘러보고 장화를 신은 채 농성장을 들어서는 농민들은, 그 만큼 밥쌀 수입에 대해 또 그로인한 쌀값 하락에 대해 속 깊이 근심하고 있었다.2014년 9월 정부는 쌀 관세화를 선언하면서 MMA 쌀에 대한 용도제한을 폐지했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수입쌀의 30%를 밥쌀로 의무수
쌀 값 폭락사태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초과 수요량 34만톤 중 14만톤에 대한 시장격리가 이뤄지지 않아 쌀값 반등요인이 없는 상황이다. 이미 쌀값은 10년 전 수준인 15만원 선이 붕괴됐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선거 공약 ‘쌀값 17만원을 21만원으로’라는 현수막의 글씨는 선명하게 농민들 머릿속에 남아 있는데, 21만원은 고사하고 그 당시 쌀값이라도 보장 되었으면 하는 것이 농민들이 간절한 소망이다. 대통령의 약속마저 무색해진 지금 과연 농민들이 농정에 어떠한 신뢰를 보낼까 의구심이 든다.정부는 쌀 값 하락의 원인을 생산과잉으로 보고 쌀 감산정책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다. 올해 쌀 정책의 핵심은 재배면적 3만ha를 줄이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지역별로 감축 목표를 제시토록 했다. 그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진심이 담긴 투쟁은 짧게 끝나지 않는다. 한국마사회(회장 현명관)의 학교 앞 화상경마장 개장에 온 몸으로 맞서 온 용산 주민들의 투쟁이 지난달 26일로 1,000일째를 맞았다. 천막농성은 735일째다. 아이들의 교육환경과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지키기 위한 이들의 처절한 투쟁이,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농민들의 투쟁보다 가볍다는 말은 결코 간단히 내뱉을 수 없을 것이다. 화상경마장 인접학교인 성심여중·고교의 교장이며 주민대책위 공동대표이기도 한 김율옥 수녀를 만나 주민들의 지난 1,000일을 돌아봤다.용산화상경마장을 둘러싼 최근의 상황은 어떤가.지난해 5월 화상경마장이 정식 개장한 이래 매주 금·토·일요일마다 경마가 진행되고 있다. 주민, 학부모, 교사, 시민단
작년 12월에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4차여성농업인육성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했던 여성농민 담당부서는 외면한 채 그나마 여성농민들의 공동경영주 등록이 가능해 진다는 사실로 만족해야 했다. 지난달 20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 16기 2차년도 대의원총회를 열었다. 강다복 회장님이 3년의 회장 직무를 정리하고 내려오시면서 신임회장으로 김순애 부회장님이 전여농 16기 2차년도부터 회장직을 수행한다. 전여농은 인선을 할 때면 내려가는 사람도 새로운 사람도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대의원총회가 되지 않는다는 속설이 언제부턴가 생겼다. 오늘도 어김없이 김순애 회장님을 추대하면서 여성농민들은 울고 웃으며 대의원총회를 마쳤다. 지역에서 가지고 온 갖가지의 음식으로 총회가 끝난 후 풍성하게 저녁까지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