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식용이 불가한 묵은쌀은 사료용으로 확정됐다. 주식인 쌀을 동물 사료로 이용한다는 것은 우리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생명과 동일시하던 쌀을 사료로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우리 쌀의 처지며 더불어 쇠락한 우리농업의 현실이라 착잡하기 그지없다. 감당할 수준을 넘어선 쌀 재고, 그리고 폭락하는 쌀값에 3년 이상 묵어 식용이 불가한 쌀을 처리하는 방법은 바다에 쏟아버리지 않는 한 사료가 종착지였다. 결국 지금 우리 쌀이 처한 불가피한 상황에서 쌀을 사료화 한다는 것에 대해 누구도 섣불리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우리 쌀을 사료로 사용한다는 것은 정서적으로 용인하기 어렵다.
오늘날 쌀의 과잉 재고와 고미의 문제는 정부의 수급조절 실패 그리고 재고관리 실패에 기인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정부의 판단은 그렇지 않다. 쌀 과잉의 문제는 소비는 감소하는데 생산이 증가하는 데서 원인을 찾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미 예상됐던 사안이다. 더구나 국내 생산량의 10%가 넘는 40만9,000톤의 수입쌀이 매년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상황에서 적절한 수급관리를 하지 못한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하겠다.
우선 수입쌀에 대한 다양한 소비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 일본의 경우 1995년부터 지금까지 MA 쌀의 25.1%를 사료용으로, 24.7%는 대외원조로 사용하고 있다. 결국 수입쌀의 절반을 식용쌀 시장에서 완전히 격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일본과 같은 방식을 따른다면 매년 20만톤 이상을 시장에서 완전히 격리 할 수 있는 셈이다. 일본처럼 수입쌀 출구를 마련했더라면 쌀 문제가 상당수 해결됐으리라 본다. 그래서 이번 사료용 공급을 기점으로 수입쌀을 사료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적극 시행해야 한다.
이번에 정부는 묵은쌀을 사료원료로 판매하면서 가격을 1kg에 200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당시 수매가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이다. 정부는 수매가와의 차액은 물론 보관비용 등 막대한 재정손실을 초래했다. 수입쌀을 사료로 사용한다면 국내쌀값 안정에도 기여하고, 이번과 같은 정부의 재정 손실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 태국산 쌀의 경우 1kg에 500원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