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쌀 유통, 농협에만 떠넘기지 말라

  • 입력 2016.02.05 09:14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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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하락하기 시작한 쌀 가격이 새해 들어서도 상승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와 농협의 수매가 끝나고 매입가격도 결정됐으니 생산자의 손은 일단 떠났다. 문제는 매입한 나락을 어떻게 보관하고 유통시키며 판매할 것인가인데 이를 수행해야할 기관이 바로 미곡종합처리장(RPC)이다.

정부는 2005년 쌀수매제도를 폐지하고 민간유통기구를 활성화한다는 명분으로 농협(농협RPC)에 많은 역할을 강제로 부여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농협에 떠넘긴 것이다. 농협을 민간이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농협은 엄밀한 의미에서 민간이 아니다. 결국 모든 책임을 농민조합에 미루고 정부는 한발 뺀 형국이다.

2015년 수확기에 농협이 흡수한 물량(RPC와 비RPC 포함)은 177만톤으로 시장에 나오는 물량의 약 80% 이상이다. 그만큼 농협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게 돼 있다. 쌀 소비가 줄어들고 있고 재고가 쌓이며, 거기다가 TRQ(저율관세할당량) 물량도 지속적으로 들여오고 있는 쌀 시장 상황에서 정부가 민간 및 시장기능 활성화라는 미명하에 모든 어려운 여건을 농민조합이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농협RPC가 지속적으로 적자를 보게 되면 그 피해는 결국 농민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역농협이든 중앙회든 이를 보전하기 위해서 경제사업보다는 신용사업에 더 열을 올리게 만드는 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농협의 무능과 방만함을 두둔하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다. 농협 개혁은 시대적 요청이다. 그러나 정부가 스스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모든 것을 농민조합에 떠넘기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결국 쌀 유통 주체들이 운신할 수 있도록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이 재고관리다. 쌀 재고가 많다고 법석이지만 재고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은 세계화에 따른 쌀 시장 개방이고, 그에 따라 수입쌀이 매년 들어와 쌓이는 것이 문제이다. 소비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국내생산량은 소비량과 거의 비슷하다.

국내 쌀 생산이 늘어나 재고가 쌓이고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의 적절한 쌀 시장개입이 필요한 이유다. 가격폭락과 유통주체들의 어려움이 근본적으로 정부의 안일과 무대책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따라서 정부는 손쉬운 쌀 생산조정정책보다는 재고관리정책과 소비증진정책 등을 적극적으로 펴는 것이 급선무다. 그래야 유통주체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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