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학교 앞 화상경마장, 1,000일의 투쟁
[인터뷰] 학교 앞 화상경마장, 1,000일의 투쟁
  • 권순창 기자
  • 승인 2016.01.30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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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율옥 성심여자고등학교 교장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진심이 담긴 투쟁은 짧게 끝나지 않는다. 한국마사회(회장 현명관)의 학교 앞 화상경마장 개장에 온 몸으로 맞서 온 용산 주민들의 투쟁이 지난달 26일로 1,000일째를 맞았다. 천막농성은 735일째다. 아이들의 교육환경과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지키기 위한 이들의 처절한 투쟁이,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농민들의 투쟁보다 가볍다는 말은 결코 간단히 내뱉을 수 없을 것이다. 화상경마장 인접학교인 성심여중·고교의 교장이며 주민대책위 공동대표이기도 한 김율옥 수녀를 만나 주민들의 지난 1,000일을 돌아봤다.

▲ 김율옥 성심여자고등학교 교장
용산화상경마장을 둘러싼 최근의 상황은 어떤가.
지난해 5월 화상경마장이 정식 개장한 이래 매주 금·토·일요일마다 경마가 진행되고 있다. 주민, 학부모, 교사, 시민단체 여러분들이 이에 맞춰 매주 미사와 집회를 하고 있고 농성은 매일 24시간 계속하고 있다. 마사회는 지역 청소 등 자신들의 공헌활동을 부각하려 하지만 오히려 환경은 전보다 나빠졌고, 지역 주민들이 하나 둘 경마장을 출입하는 모습이 보이면서 점점 우려를 더하고 있다.

어느 새 1,000일이다. 반대투쟁 1,000일을 보낸 소회를 묻고 싶다.
1,000일이나 하게 될 줄은 몰랐다(웃음). 그런 건 생각하지 못하고 그냥 처음부터 지금까지 하루하루를 ‘버텨’ 온 것 같다. 거대한 공기업의 횡포로부터 아이들의 안전한 교육환경을 지키겠다는 일념에서 출발했고, 그것이 주민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중간에 세월호 사건을 거치면서 국가가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생각한다는 게 뭔지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됐다. 여태껏 잘 버틸 수 있게 해준 아이들과 학부모들 외 모든 분들에게 고맙다.

집회 때마다 학생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눈길을 끈다.
내가 교장으로 부임한 게 2013년이다. 그 때 함께 입학한 아이들이 이번에 졸업을 한다. 마사회의 기습개장에 맞서 청와대에 편지를 쓰고 기자회견을 하며 3년 내내 가장 중심에 섰던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을 보면 울컥하는 마음이 든다. 교육이 가르치는 건 학습을 통한 지식만이 아니다. 사고하고 성찰하며 바른 가치를 찾아가게 하는 게 교육이다. 아이들도 나도 힘든 시간이었지만 올바른 교육, 올바른 가치를 온 몸으로 접하고 배울 수 있었다.

용산화상경마장 개장 과정은 편법과 여론조작 등 수많은 의혹으로 점철됐다. 경마장 자체보다도 마사회의 이같은 행태에 분노하는 주민들이 많은 것 같다.
현명관 회장은 삼성 특유의 신자유주의적 사고로 마사회를 운영하고 있고, 그런 관점에서 주민들을 대한다는 게 느껴진다.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물질적인 것으로 주민들을 이간하고, 정당하지 않은 것을 정당화하려 한다. 전임 장태평 회장 땐 그나마 좀더 인간적이었지만 지금의 마사회는 공기업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듯한 모습이다.

한국농정신문 농민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민중총궐기 당시 나도 현장에 있었고 백남기 농민 사건을 잘 알고 있다. 우리 사회에 일방적 강요에 의해 아픔을 겪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고, 그 위엔 돈과 권력을 갖고 이를 조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백남기 농민과 이곳 용산이 그렇고, 밀양과 강정이 그렇고, 영광·고리, 쌍용자동차, 세월호도 마찬가지다. 서로 연결되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다. 용산 농성장이 몹시 춥다가도, 일본대사관 앞에서 천막 하나 없이 서 있는 학생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뜨거워지고 그러면서 싸워야 할 의미를 다시 찾게 된다. 그런 연대를 통해 나아갈 힘을 얻고, 함께 생명을 지켜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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