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화상경마장 이전 갈등 장기화

주민대책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자”

  • 입력 2014.05.25 14:19
  • 수정 2014.05.25 14:21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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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회장 현명관)의 용산 화상경마장(장외마권발매소) 이전이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주민들은 주거환경에 미칠 악영향과 마사회의 기만적인 행태를 지적하고 있고, 마사회는 계획했던 사업 자체가 가로막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 화상경마장 이전이 예정돼 있던 용산구 한강로의 18층 건물.
마사회는 2010년 3월 농식품부의 이전승인을 받아 용산구 한강로3가에 지상 18층 건물을 신축, 기존 한강대로21나길에 있던 용산 화상경마장의 이전을 추진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인근 주민들이 ‘용산구 화상경마도박장 입점 저지 주민대책위원회(대표 정방, 이하 대책위)’를 결성하고 적극적인 반대 활동을 펼쳐 당초 지난해 9월로 계획됐던 이전을 지금까지 저지하고 있다. 해당 건물 주변에는 주택은 물론 성심여고 등 학교들도 인접해 있어 주거 및 교육환경에 악영향이 우려되기 때문.

마사회는 주민들의 우려에 ▲감시카메라 및 치안인력 배치 ▲지역 문화·복지 지원 ▲6개월 시험운영 뒤 문제해결 등을 약속했지만 대책위는 그 허구성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반대 입장을 확고히 했다. 더욱이 용산구는 물론 서울시와 서울시 교육청에서도 수 차례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대책위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책위는 갈등 과정에서 마사회의 신뢰성 없는 모습에 특히 분개하고 있다. 마사회와 대책위는 1월 13일 협상에서 설 연휴 전에는 이전을 보류키로 합의했지만 3일 후 현명관 회장은 1월 24일 이전하겠다는 비공식 발언을 한 바 있다. 또 대책위와의 면담을 요청한 공문에서 1월 17일자로 경마장을 이전했음을 명문화하는 등 애초에 대책위와의 협상과는 상관없이 이전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책위는 또 마사회 측에 유리한 질문을 담아 홍보성 여론조사를 시행한 리서치 업체가 마사회의 의뢰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점, 마사회가 이전 반대 입장을 밝힌 일부 교회에 헌금을 한 후 교회가 이전 찬성을 한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점 등을 지적했다. 한때 주민자치위원장 등을 중심으로 한 ‘용산구 주민대책 상생연합회’가 결성돼 대책위에 반발해 이전 찬성 활동을 벌였는데, 마사회가 이들에게 장학금과 차량 등 물적 지원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마사회 관계자는 “여론조사와 교회 헌금은 회사나 직원 개인 차원에서 떳떳하게 한 일일 뿐 부정한 행위는 없었다. 상생연합회와의 물적 접촉도 사실무근이며 다만 용산구에 지역발전기금을 내겠다는 계획은 있었다”고 해명하며 “주민들의 반대에 막혀 이전을 미룬 채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대책위는 이전 철회를 전제로 대화를 요구하고 있어 대화 자체가 힘들다”고 털어놨다.

▲ 건물 앞에는 대책위의 농성장과 인근 상인들이 설치해 놓은 천막이 나란히 붙어 있다.

대책위 정방 대표는 “이전 강행 철회를 전제로 한다는 말은 모든 것을 원점에서부터 논의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자는 뜻”이라고 밝히고 “마사회가 축산발전기금의 주 재원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학생들과 주민,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마련된 돈으로 충당되는 일은 축산농민들도 원치 않을 것이다. 각자 맡은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화상경마장 이전이 계획된 건물 앞에서는 대책위가 4개월째 천막 농성을 하고 있으며, 이에 반해 인근 상인 5명이 이전 찬성 의사를 밝히고 있다. 지난해 9월 이래 사업 계획에 심각한 차질을 맞은 마사회는 한편으로 일부 주민 간의 갈등마저 양산하고 있다.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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