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설 이야기 거리에 등장할 ‘농민해고’

  • 입력 2016.02.05 17:43
  • 수정 2016.02.05 17:50
  • 기자명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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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요즘 사회 이슈중의 하나가 ‘해고’이다. 

저성장과 수출 급감으로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불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경영혁신이나 재벌이익을 줄이기보다는 노동자를 먼저 해고하는 것은 여전하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정부는 정리해고도 부족해서 ‘쉬운 해고’를 보장하고 말았다. 일자리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더러워도 대들지 못하고 참고 또 참을 수밖에 없다. 노조를 만든다는 것은 언감생심이 된 것이다. 

정부는 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들의 권리를 빼앗아 버린 것이다. 그래서 한국노총까지 나서서 파업을 벌이고 있고, 이런 상황은 이번 설 명절에 가족들의 이야깃거리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런데 ‘해고’는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 해고 바람은 농민에게 닥쳐오고 있다. 작년 12월에 농식품부가 발표한 ‘쌀 중장기대책’에 매서운 해고 칼날이 숨어 있다. 

말이 중장기 대책이지 실상은 우리 쌀 감축정책이다. 그리고 본질은 농민 정리해고 정책이다. 

이 대책안은 3가지로 요약된다. 쌀 생산량 감축, 쌀 생산면적 축소, 직불금 개편으로 설계되어 있다. 쌀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 3가지를 강력하게 시행하면서 참여하지 않는 농민이나 지자체는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도 숨기지 않고 있다. 

사업계획은 치졸하기 짝이 없다. 고위 공무원들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무조건 쌀 생산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감이 가져온 결과인 듯하다. 

몇 가지만 소개하자면 다수확품종은 수매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들녘경영체는 의무적으로 일정정도의 면적에서는 쌀을 심지 못하도록 한 것이며, 비료 검사를 통해 직불금 지급을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정부는 쌀 생산을 줄이지 못해 안달일까? 이것은 쌀 수입을 보장하기 위해서이다. 미국쌀을 사주기 위해 수입량만큼의 우리 쌀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현재 쌀이 남아도는 것은 우리 쌀 생산이 많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필요 없이 수입되고 있는 외국쌀이 재고의 화근이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수입쌀 정책만 잘 세워도 현재 우리 쌀을 줄일 필요도 없고 국민들이 먹고 살 만큼이 거의 딱 들어맞는다. 적어도 일본처럼 수입쌀은 해외원조로 돌리는 등 시장격리 대책만 잘 세워도 우리 쌀 감축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정부는 쌀 수입은 그대로 유지하고 우리 쌀 감축에 본격 나선 것이다. 

매년 41만톤의 쌀을 수입하기 위해 우리 쌀을 감축하는 것이다. 41만톤의 쌀은 충북 생산량의 2배가 넘는 막대한 양인데 달리 말하면 쌀 수입을 위해 장기적으로 충북 농민의 2배 정도를 정리해고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는 농민해고나 농업포기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 고상하게 작목전환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러나 작목전환이라는 것은 FTA를 맺을 때마다 쓰는 정책이라 도대체 어떤 작목을 심으라는 것인지는 정부도 답변을 못하고 있다. 

농민들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면서 스스로 떨어져 나가게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즐거운 설명절에 노동자는 새로운 ‘취업규칙’에 떨고 있다. 농민들은 정부의 ‘쌀 감축 정책’을 불안하게 보고 있다. 그리고 이 이야깃거리는 우리 모두 정부가 휘두르는 해고 칼날 아래 있음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민중총궐기의 정신이 이번 설 명절에 가족과 마을에서도 번져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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