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백남기 대책위 전국 도보순례에 부쳐

  • 입력 2016.02.05 09:15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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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14일 이른 새벽 전남 보성 백남기 농민은 옷을 두둑이 챙겨 입고 서울 가는 관광버스에 몸을 실었다. 나날이 어려워지고 있는 농촌실정을 서울 한복판에서 소리라도 질러볼 생각이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중심이고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권력이 모여 있는 서울. 광화문 한 복판에서 목 놓아 농사짓고 살게 해 달라고 호소하던 농민 백남기는 경찰의 살인적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다. 그리고 80여일째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실낱같은 생명의 끈을 부여잡고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해가 바뀌고 새해농사를 준비해야하는 시기가 도래했지만 백남기 농민은 여전히 그의 삶의 터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공권력의 폭압으로 사선에 몰아넣은 이 정부는 누구하나 사과는 커녕 가족들에게 따스한 위로의 말 한마디 없다. 마이나 키아이 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백남기 농민을 언급하며 경찰 대응의 문제점과 한국이 집회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87년 대항쟁으로 이뤄 놓은 이 땅의 민주주의는 지난 7년간 퇴행을 거듭하며 국제적 망신을 사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청장은 뻔뻔스럽게도 반대의견서를 내겠다 한다.

백남기 농민이 쓰러졌지만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쌀은 한쪽에선 수입을 하고 한쪽에선 감산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 핸드폰 반도체를 위해 일방적 희생을 당한 농민들의 하소연은 물대포로 제압당했다.

그래서 백남기 대책위에서는 오는 11일 백남기 농민의 삶의 터전인 보성을 출발, 전국을 순회하여 이달 27일 서울에 들어와 제4차 민중대회를 개최한다. 백남기 농민이 11월 14일 보성 집에서 출발해 서울에 온 것처럼. 이 땅의 농민들이 간절함을 안고 전국의 농민 노동자 서민들을 만나며 서울로 올라오는 것이다. 대책위는 ‘더 이상 국가 폭력으로 희생되는 사람이 없도록, 폭력의 책임자는 반드시 처벌될 수 있도록 여론을 모아갈’ 계획이다.

또 다시 농민들은 거리로 나서고 있다. 농민들의 절규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도보순례와 제4차 민중대회는 점점 더 암울해지고 있는 농업 농민의 현실을 타개할 힘을 만들어 내는 계기가 돼야한다. 그 힘은 4월 총선에서 결실을 맺어야 한다. 그것이 백남기 농민을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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