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노랫말이나, ‘사람이 희망이다’라는 식의 책 제목을 나는 반기지 않는다. 오히려 ‘오직 사람만이 절망’이라던 어느 철학자의 글귀에 공감한다. 섣불리 ‘희망’을 입에 올리는 건, 엄중한 현실을 모르는 자의 유치한 낭만이거나, 발본적인 비판의 칼날을 무디게 만드는 알리바이에 불과하리라고 의심하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이 절망이지만, 늘 그런 것은 아니다. 수상쩍고 위험한 젊은이들이 꽉 막힌 농업·농촌의 현실을 어긋내며 탈출로를 만들어 온 내력을 되짚어보면 알 수 있다.50여년 전, 충남 홍성군에서 젊은 농민
낫 놓고 기억자도 모르듯 도시에서 40년을 산 나는 어렸을 때 경주에서 밀농사를 짓는 할아버지를 보았지만, 농사를 짓기 전까지 농사의 農자도 몰랐다. 귀농 첫해 고추를 심고 콩도 심었는데 고추는 모종을 사다 심고, 콩은 옆집 할머니에게서 메주콩을 얻어서 심었다. ‘하늘이 농사짓다 도망갈까 봐 첫해 농사는 잘되게 한다’는 말처럼 어설프게 농사를 지었지만, 농사가 아주 잘 되었다.특히 콩 농사가 잘 돼 당시 지인이 운영하는 평택 생협에 메주콩을 보내게 되었는데, 맛을 보더니 감칠맛이 없다고 토종콩들을 몇 가지 보내주었다. ‘콩에 무슨
농사짓겠다고 두근두근 거리는 가슴을 억누르고, 사무실 생활을 과감히(?) 정리하고 땅을 구하고 작물을 선택하고 비료 구입하고 하던 때가 2007년이었으니 벌써 17년이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들어가려던 마을은 골프장이 2개나 들어서 농지가격이 몇 배로 올랐다. 땅을 구입할 엄두도 못 낼 뿐더러 임차하기도 꽤나 힘들었다. 그러니 그 마을에는 들어갈 빈집도 구하기 힘들어 시내에서 출퇴근하며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하지만 사무실 시절 운동했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시민사회단체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농민회에서 나를 찾았다. 농민회
조생종벼 수확이 시작되면서 올해 나락값 결정에 농민들 촉각이 곤두서있다. 그런데 지난 16일 농림축산식품부가 정부소유 산물벼 5만톤을 방출하겠다고 밝혔다. 나락값 결정에 치명적 악재가 발생한 것이다.2022년 쌀값 최대폭락으로 농민들은 큰 어려움을 겪었다. 최소한 생산비가 보장돼야 하고, 일정 수준의 생활을 담보할 수 있는 쌀의 공정가격이 필요하다는 열망 속에 ‘양곡관리법’ 개정 논의가 불붙었으나, 곧 정쟁의 대상이 됐고 대통령 거부권으로 사그라졌다. 양곡관리법 거부권 이후 정부는 후속대책으로 올해 수확기 쌀값 20만원(80kg)을
서울시는 올해 초 허가를 받지 않고 증설한 불법건축물의 이행강제금을 두 배로 올렸다. 실제 이행강제금을 납부하더라도 불법으로 증축하거나 개축하는 게 더 이익인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제도를 보완한 것이다. 1991년 도입된 이행강제금은 농지뿐 아니라 건축물에도 부과되는 제도다. 최근 농지법의 개정도 이러한 흐름과 다르지 않다.농지투기를 막기 위한 목적의 농지법 개정 내용 중 농지 불법 사항에 대해 원상회복 명령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이행강제금을 매년 부과·징수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불법행위에 대해 추가로 이행강제금을 부과·징수하
인정하자. 정말 힘든 여름을 보냈다. 아니, 보내고 있다. 인간의 욕망과 무절제가 만들어낸 자연의 분노 앞에 전 세계가 휘청거렸다. 더 이상 기후위기가 아니다. 기후재난이다. ‘앞으로 몇 년 남았다’가 아닌 이미 다가온 미래다. 에어컨 없이 견딜 수 없는 지금은, 결국 그 에어컨으로부터 시작됐다.여기에 우린 더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있다. 분노 바이러스의 확산이다. 나에 대한 원한이 아닌 이 세상에 대한, 도무지 참을 수 없고 특정할 수 없는 분노로 인해 누구라도 길을 걷다 죽을 수 있는, 그런 시대를 맞았다. 광기가 일상화돼버렸다
농촌지역은 고령화율이 높은 반면 젊은 인구가 부족하기 때문에 자연적인 인구감소가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각종 서비스공급의 제약이 많아 전입자보다는 전출자가 많은 것이 일반적이다. 전출자, 특히 젊은 사람이 지역을 떠나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자녀교육문제가 항상 중요한 관심사로 대두돼 왔다. 자녀교육을 위해 주민이 농촌을 떠나면 지역 내 학생 수가 줄어들어 폐교가 늘어나고, 학교가 문을 닫으면 남아 있던 학생과 학부모도 떠나게 될 뿐만 아니라 학령기 아동을 둔 젊은이의 지역 전입을 차단함으로써 지역인구 감소를 촉진하는 악순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농촌에서 만난 70~80대 농민들로부터 최근 들은 얘기가 귓가에 계속 맴돈다. ‘농사는 내 대에서 끝나지 싶다. 10년 뒤 여기에 누가 남아 있겠나’, ‘우리야 덥고 힘들어도 지금껏 해왔던 일이니까 참으면서 하지, 젊은 사람들이 사서 이 고생을 왜 하겠어. 돈벌이도 안 되는데’ 등의 말이다.농업전문지 기자로 농촌 곳곳을 돌아다니며 농민을 만난 지도 어느덧 7년째가 됐다. 최근 들어 오래 안면을 트고 지낸 취재원인 농민들을 투쟁의 현장에서 마주할 때면 이전보다 더 검게 탄 얼굴에 깊게 팬 주름마저 자리해 안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 3월 8일 치른 전국 동시조합장선거는 조합장의 초선·재선 여부와 관계없이 전국 지역 농·축협이 운영을 재정비하는 기점이 되고 있다. 본지는 각각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농·축협 여덟 곳을 격주로 소개함으로써 전국 농·축협 임직원·조합원들이 각자 조합의 역할을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한다. 어쩌다 홍성 전역의 홍산마늘을 취급하게 됐나.생산을 했으니 유통을 해야 하는데 여러 농협이 각자 하기엔 아직 양이 얼마 안돼 교섭
슈퍼 엘니뇨라는 물의 온도의 변화를 이야기한지 3개월이 지났다. 이 물의 온도는 농사의 온도에 영향을 끼치는데 올해는 기습적인 폭우와 산사태 등을 불러일으켜 삶의 온도에 더 영향을 주게 되었다. 통상적으로 ‘장마’는 장마전선이 제주에서 한반도까지 북상하면서 일주일 이상 자주 비가 오는 현상을 지칭하는 말이었는데, 이제는 장마라는 말이 기습적인 폭우 같은 언어로도 쓰일 수 있게 되었다. 자주 오는 비가 아니라 한꺼번에 쏟아지는 비가 장마라는 말에 숨어들게 되었다.그 기록적인 한반도의 폭우들이 제주에서는 불규칙적인 비로 모습을 달리했다
8월 폭염 속 천막은 상상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힌다. 마치 한증막 속에 들어앉아 있는 듯하다. 염천에 두 개의 천막이 차려졌다.하나는 청송군청 앞 천막이다. 이는 청송환경공익위원회가 세운 것인데, 청송군민을 위해 풍력발전 증량을 반드시 막겠다던 군수가 돌연 ‘어쩔 수 없다’며 풍력발전 증설에 속도를 내자 주민들이 투쟁 의지를 담아 설치했다. 청송지역 농민들은 덜 뜨거운 새벽부터 과수원 일과 밭농사를 하고 무더위 휴식 시간에는 군청 앞 펄펄 끓는 아스팔트 위 천막을 지키고 있다. 풍력발전 반대 투쟁을 한 지도 올해로 8년째다. 주민들
2019년 12월「농업농촌 공익기능 증진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전부 개정됐다. 기존의 직불제도는 2000년 5월부터 공익직불제로 개편됐고 대표적으로 소농직불과 면적직불로 구분되는 기본형 공익직불사업 등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다. 농가소득 보장정책의 대표주자인 직불제는 농업예산에서 가장 규모가 큰 만큼 관심도 많고 중요하다. 직불금 제도가 바뀌면서 과거부터 제기됐던 문제점이 일부 보완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것도 있고, 새롭게 부각된 문제도 있다.최근에는 공익직불제로 바뀌면서 문제가 됐던 부분이 일부 개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