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직불제 준수사항, 현실에 맞게 바꿔야

  • 입력 2023.08.13 18:00
  • 수정 2023.08.13 22: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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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농업농촌 공익기능 증진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전부 개정됐다. 기존의 직불제도는 2000년 5월부터 공익직불제로 개편됐고 대표적으로 소농직불과 면적직불로 구분되는 기본형 공익직불사업 등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다. 농가소득 보장정책의 대표주자인 직불제는 농업예산에서 가장 규모가 큰 만큼 관심도 많고 중요하다. 직불금 제도가 바뀌면서 과거부터 제기됐던 문제점이 일부 보완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것도 있고, 새롭게 부각된 문제도 있다.

최근에는 공익직불제로 바뀌면서 문제가 됐던 부분이 일부 개선됐다. 지난해 10월 농업농촌공익직불법이 개정되면서 2017년부터 2019년 동안 직불금을 받아야 대상이 된다는 농지요건이 삭제돼 30만명의 농민이 직불금 지급대상에 포함됐다. 지난 2년 동안 30만명이라는 많은 농민이 직불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됐던 것은 부당했지만, 그나마 법률이 개정돼 더 이상 소외되지 않게 된 점은 천만다행이다.

이처럼 문제점이 제기되고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제도개선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현장의 요구 수용 여부는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개선해야 할 점은 개선하면서 부당하거나 불필요한 요소는 제거해 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공익직불금 제도로 변화하면서 직불금을 신청하는 농민에게 17가지 준수사항이 생겼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은 직불금 신청 농가를 대상으로 직불제 준수사항을 매년 점검하고 있다. 공익직불금을 받기 위해 농가가 준수해야 하는 17가지 사항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를 점검해 직불금 지급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2020년 공익직불제가 도입되면서 마련된 이 17가지 준수사항을 위반하게 되면 기본형 공익직불금 총액의 10%가 감액된다. 전년도와 같은 사항을 위반하게 되면 20%가 감액되기도 해 최대 100%까지 감액될 수도 있다.

하지만 준수해야 할 사항이 많아도 너무 많다. △농지의 형상 및 기능 유지 △생태계 교란생물의 반입·사육·재배금지 △방제대상 병해충 발생시 신고 △농약 안전사용기준 및 잔류허용기준 준수 △기타 유해물질 잔류허용기준 준수 △농산물 출하제한 명령 준수 △마을 공동체 공동활동 참여 △영농폐기물의 적정 처리 △영농일지 작성 및 보관 △농업경영정보 변경등록 △농업농촌 공익기능 증진 교육 이수 △화학비료 사용기준 준수 △가축분뇨 퇴비·액비화 및 살포기준 준수 △비료 적정 보관·관리 △공공수역 농약 및 가축분뇨 배출금지 △하천수 이용기준 준수 △지하수 이용기준 준수까지 참으로 많은 짐을 지우고 있다.

실제 농지의 형상 및 기능 미유지 건으로 2020년 23억원, 2021년 34억원, 2022년 16억원이 감액되기도 했고 며칠 후에 뿌릴 퇴비를 농지 한쪽에 올려뒀다는 이유로 직불금이 감액된 사례도 있다. 또한 연간 1회 이상 경운해야 한다는 의무는 무경운 농법으로 땅을 살리기 위해 애쓰며 기후위기에 대응해 나가고 있는 친환경농민들의 활동을 부정하는 것과도 같다.

농업의 공익기능 증진을 위한 방향으로 활동을 권장하고 함께 실천해 나가는 일은 중요한 과제이다. 하지만 정부가 정한 준수사항을 점검한다는 이유로 농민을 통제하고 처벌하는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직불금 지급이라는 명목으로 행정이 해야 할 일을 농민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17가지나 되는 그 많은 준수사항이 과연 초고령화된 농민들이 감당하기에 적절한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실제 농사를 지으면서 여전히 직불금을 받지 못하는 임차농이 처해있는 현실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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