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형직불 ‘17가지 준수사항’ 속 불합리한 점 개선해야

농지형상 보전·마을공동체 활동 등 각종 준수사항의 문제점은?

  • 입력 2023.08.13 18:00
  • 수정 2023.08.13 21:59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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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발간한 '2023년 기본형 공익직불제 필수안내서' 속 17가지 준수사항 목록.
농림축산식품부·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발간한 '2023년 기본형 공익직불제 필수안내서' 속 17가지 준수사항 목록.

공익직불제, 그중 기본형직불금과 연동되는 17가지 준수사항이 농민의 ‘공익 생산’을 북돋우기보다 사실상의 족쇄처럼 작용하는 상황이다. ‘농지형상 보전’ 등 일부 준수사항의 불합리한 점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17가지 준수사항의 관리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원장 박성우, 농관원)이 담당한다. 농관원은 다음 달 15일까지 기본형직불금을 신청한 133만여 농가를 대상으로 직불제 준수사항 이행 여부 점검을 진행하는데, 올해는 준수사항 중 4가지(농지형상 보전, 영농폐기물 관리, 마을공동체 활동, 영농일지 작성)를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점검 결과 준수사항 미이행이 확인된 농민은 준수사항별로 공익직불금 총액의 5~10%를 깎아 지급하며, 같은 준수사항을 지난해에 이어 다시 위반한 경우엔 감액률 2배를 적용한다는 게 농관원의 입장이다.

농관원의 준수사항 ‘적발’ 중심 기본형직불제 관리체계는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을까?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농식품부)가 (사)농정연구센터와 함께 지난 6월 발표한 <공익직불제 준수사항 발전방안(발전방안)>에 따르면 그렇진 않은 듯하다.

농식품부와 농정연구센터는 발전방안에서 준수사항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준수사항 중 일부 항목은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으로 보기 어려우며 정책적 필요성과 현장 수용성이 낮아 이행이 어려운 문제, 17개나 되는 준수사항 이행 관리로 인한 농관원·지자체 등의 행정력 소모 및 인력 부족 문제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가 있기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각 준수사항의 기준이 완벽하지 않은 데 따른 문제점도 거론됐다. 특히 지난해 기준 가장 많은 준수사항 위반 건수가 기록된 ‘농지형상 보전(전체 위반 건수 1만1,560건 중 5,841건, 전체 감액량 21억6,600만원 중 12억5,800만원)’의 불합리성과 관련해, 농정연구센터는 “농지형상과 기능 유지의 ‘적합조건’을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정성적 측면(사실상의 주관적 평가)이 있어,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조사원과 농업인 간 의견충돌이 발생한다”며, 그 예시로 유기농·자연농법 등을 통한 무경운·휴경 농지에 대한 해석 차이가 발생하는 사례를 들었다.

이와 함께 농정연구센터는 △한 필지 내 소유주가 여럿일 시 논둑 경계나 농지 관리 과정에서 문제 발생할 여지 △농지 내 농막·창고·농로 등은 직불면적에 포함되지 않으나 그 구분이 애매해 직불 신청면적에 포함시키는 상황 발생 △여러 필지로 분산된 농지 또는 토지 분류상 농지가 아닌 토지(산지·초지 등)가 ‘(준수사항 위반에 따른) 감액 대상’인지, 임업직불제 대상 산지인지 일일이 따지는 과정에서의 행정력 과다소모 등의 문제도 농지형상 보전 준수여부 확인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준수사항인 ‘영농폐기물 적정처리’의 경우 영농폐기물 수거·처리 권한이 환경부에, 폐기물 공동집하장 설치·운영 권한이 지자체에 있어 농식품부 차원에서 폐기물 처리를 위한 적극적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점이 제기됐다. 현재 농식품부는 폐농약병·폐비닐에 한해 점검을 실시 중이나, 실질적 폐기물 처리 효과 증진을 위한 생활폐기물 수거·처리 시설이 없는 상황도 농민의 영농폐기물 적정처리를 어렵게 한다.

농정연구센터는 또한 ‘마을공동체 활동’ 준수사항의 불합리한 점으로, 직불금 지급은 개인별로 이뤄지건만 정작 마을 주민의 ‘공동활동’을 준수사항으로 삼는 점을 지적했다. 이러한 구조에선 관외 경작자처럼 마을공동체 활동 참여가 어려운 사람도 ‘준수사항 위반자’로 취급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농정연구센터가 지난 3월 6일부터 4월 21일까지 전국 19개 농어업회의소의 회원 농민 48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준수사항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준수사항 항목 구성상의 문제점으로 54.9%가 “준수사항 항목 수가 너무 많다”고 응답했다. 응답자들은 주요 준수사항에 대한 개선 의견도 냈는데, 예를 들면 ‘영농기록 작성’ 및 ‘마을공동체 활동’은 의무사항이 아닌 자율사항으로 변경하고, 이 활동을 수행할 경우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게 적합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농정연구센터는 이상의 내용을 토대로 준수사항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우선 ‘마을공동체 활동’ 내용은 준수의무 목록에서 제외하고, 중장기적으론 마을단위 활동 지원 내용을 기본형직불제가 아닌 선택형직불제 영역에 담자는 것이다. ‘영농기록 작성’의 경우, 독립적 준수항목으로 두기보다 농약·비료 사용기준 위반 적발 시 소명자료로 포함하게 하고 미제출 시 감액 처분하자는 게 농정연구센터의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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