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전용, 강력하게 규제해야

  • 입력 2023.08.20 18:00
  • 수정 2023.08.20 18:24
  • 기자명 한국농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시는 올해 초 허가를 받지 않고 증설한 불법건축물의 이행강제금을 두 배로 올렸다. 실제 이행강제금을 납부하더라도 불법으로 증축하거나 개축하는 게 더 이익인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제도를 보완한 것이다. 1991년 도입된 이행강제금은 농지뿐 아니라 건축물에도 부과되는 제도다. 최근 농지법의 개정도 이러한 흐름과 다르지 않다.

농지투기를 막기 위한 목적의 농지법 개정 내용 중 농지 불법 사항에 대해 원상회복 명령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이행강제금을 매년 부과·징수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불법행위에 대해 추가로 이행강제금을 부과·징수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며 불법행위는 처벌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농지투기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장치로는 여전히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국민의 식량 생산기반인 농지는 농지전용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 존재해야 하는 농지를 식량 생산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곧 농지전용이다. 농지법 제34조(농지의 전용허가 협의)에 따라 농지전용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농지전용 추세를 보면 보전보다는 개발에 더 관대해 보인다. 농지전용 허가 권한은 농식품부장관이 갖고 있지만 전용하는 면적에 따라 시·도지사나 시장·군수에게 이를 위임하고 있다.

농지에 농사를 짓는 것보다 다른 용도로 전용해서 판매하는 것이 더 큰 이익이 남기 때문에 농지전용은 개인 사유재산을 증대시키는데 유용한 수단이 되고 있다. 안정적 식량 생산을 지켜내기 위해 기본적으로 유지돼야 할 농지 규모가 있는데 농지전용이 지금처럼 쉽게 되도록 내버려 둔다면 농지는 금새 사라져 버릴 수밖에 없다.

농업문제의 가장 핵심은 농지다. 농지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농업·농민이 발전할 수 없고 제대로 이행될 수가 없다. 영농에 종사하는 농민을 위해 시행해야 하는 제도가 자칫 농지를 소유한 부재지주를 위한 정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농가소득 보장을 위해서는 직불제도를 계속해서 확대해 나가야 한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면서 대표적인 가격지지정책인 추곡수매제를 폐지하고 직접지불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는 농가 소득보장 장치로의 정책 전환이며 전 세계적인 추세에 편승한 것이었다. 이처럼 직불제는 수입개방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농사짓는 농민을 위한 제도다.

하지만 직불제는 농지문제와 밀접하게 연관이 돼 있어 임차농의 현실을 더욱 서글프게 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게도 한다. 농업경영체 등록이 실제 농사짓는 농민이 아닌 농지 소유주인 부재지주로 등록되는 문제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임차농의 현실은 아무리 많은 면적을 농사짓더라도 농지를 빌리기 위해 직불금을 포기해야 한다. 하루빨리 근절돼야 할 문제이며 치료해야 하는 상처이기도 하다.

고름은 짜내야 새 살이 돋는다. 상처가 커지는데 근본적인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 농사짓는 농민이 받지 못하는 직불제 확대는 아무 의미가 없다. 직불제 예산 5조원 확대를 공약한 현 정부는 농지문제를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임차농의 설움만 커지고 부재지주가 배를 채우는 문제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농사짓는 농민이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보다 실효성 있는 농지법 개정이 추진돼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