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벼 5만톤 방출, 쌀값 억제 신호다

  • 입력 2023.08.20 18:00
  • 수정 2023.08.20 18:24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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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생종벼 수확이 시작되면서 올해 나락값 결정에 농민들 촉각이 곤두서있다. 그런데 지난 16일 농림축산식품부가 정부소유 산물벼 5만톤을 방출하겠다고 밝혔다. 나락값 결정에 치명적 악재가 발생한 것이다.

2022년 쌀값 최대폭락으로 농민들은 큰 어려움을 겪었다. 최소한 생산비가 보장돼야 하고, 일정 수준의 생활을 담보할 수 있는 쌀의 공정가격이 필요하다는 열망 속에 ‘양곡관리법’ 개정 논의가 불붙었으나, 곧 정쟁의 대상이 됐고 대통령 거부권으로 사그라졌다. 양곡관리법 거부권 이후 정부는 후속대책으로 올해 수확기 쌀값 20만원(80kg)을 공언했다. 또 쌀값 20만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으로 지난해 공공비축으로 매입해 민간창고 등에 보관하고 있던 산물벼를 지난 6월 전량 정부창고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쌀값 상승을 이끌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산물벼를 전량 정부창고로 옮기겠다는 발표 이후 쌀값은 차츰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두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농협과 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은 원료곡이 부족하다고 일정물량 방출을 촉구했고, 농식품부는 지난 10일 RPC 관계자들과 회의를 열고 5만톤의 산물벼 방출 결정을 내렸다.

원료곡 부족 여론은 두어달 전부터 지속된 상황이다. 결국 농민들은 이번 산물벼 방출 결정의 본질은 쌀값 상승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번 정부양곡 5만톤 방출 결정이 8월 조생종벼 시세와 10월 본격적인 수확기 나락값에 악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지난해 8월 29일 전국의 농민들은 정부의 늑장대처가 쌀값폭락을 부추겼다고 규탄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구곡의 추가 시장격리와 신곡의 선제적 격리를 촉구했다. 지난해 9월 25일, 일요일에 정부는 45만톤 시장격리와 45만톤 공공비축 매입 방침을 선제대책으로 발표했다.

또다시 수확기를 맞았으나 선제대책은커녕 정부가 시장에 쌀값 하락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2022년 농업소득은 전년대비 27%가 줄어 948만5,000원에 불과했다. 생산비 폭등·쌀값과 한우가격 폭락이 주원인이다.

농민들은 생산비와 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쌀값 80kg 1가마에 26만원(밥 한 공기 90g 300원)을 요구하고 있다. 저곡가·고물가·고금리로 농민들은 땅이라도 팔아야 생산비 부담하고 이자내며 생활 할 수 있는 환경으로 내몰려 있고, 올해까지 쌀값이 폭락하면 더 버틸 농가가 없다는 우려까지 나올만큼 위기상황이다.

8월 18일은 ‘쌀의 날’이다. 쌀의 날은 한자 쌀 미(米)를 팔·십·팔(八·十·八)로 풀어 쌀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88번의 농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았다. 쌀의 날 즈음한 수확기에 정부가 낸 쌀 정책이 아이러니하게도 농민들의 땀과 정성을 무시하는 방향으로 펼쳐져 개탄스럽다.

45년 만에 최대 폭락한 쌀 가격이 조금씩 상승 중이다. 통계청 산지쌀값은 지난 5일 기준 19만1,844원, 정부가 약속한 20만원에도 도달하지 않았다. 정부는 쌀값상승을 낙관하고 있으며, 이 추세대로라면 20만원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론 농민들이 요구하는 공정가격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모처럼 쌀값이 회복되는 흐름은 계속 이어져야만 한다.

쌀값은 생산비를 빼고 농가가 생활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형성돼야 한다. 여건이 변해도 이는 불변의 공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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