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루에 100평 심을 것, 150~200평 심는 서부농협”

표경덕 홍성 서부농협 조합장

  • 입력 2023.08.13 18:00
  • 수정 2023.08.13 21:59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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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 3월 8일 치른 전국 동시조합장선거는 조합장의 초선·재선 여부와 관계없이 전국 지역 농·축협이 운영을 재정비하는 기점이 되고 있다. 본지는 각각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농·축협 여덟 곳을 격주로 소개함으로써 전국 농·축협 임직원·조합원들이 각자 조합의 역할을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한다.
<관련기사: 홍성의 새로운 특산물 ‘홍산마늘’, 서부농협이 길 닦는다>

 

표경덕 홍성 서부농협 조합장.
표경덕 홍성 서부농협 조합장.

어쩌다 홍성 전역의 홍산마늘을 취급하게 됐나.
생산을 했으니 유통을 해야 하는데 여러 농협이 각자 하기엔 아직 양이 얼마 안돼 교섭력이 생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 농협이 다른 곳보다 유통 일을 많이 하고 있고, 우리 조합원들의 관심이 높기도 하고 해서 맡아보기로 했다. 행정에서 보기에도 서부농협이 맡으면 다른 데보다 잘할 것 아니냐 판단했던 것 같다.

홍산마늘 유통을 비롯해, 작지만 적극적인 경제사업들이 인상적이다.
농협은 말 그대로 협동조합이다. 조합원이 생산하는 농산물을 ‘잘’ 팔아드리는 게 근본 목적이다. 그냥 농산물 받아 공판장에 갖다 내주고 수수료나 받고 이런 일은 농협이 아니라도 해줄 곳이 얼마든지 있다. 그게 아니라 실제로 부가가치를 더 높여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특별히 자랑할 만한 사례가 있나.
2015년에 조합장이 돼서 와보니 감자 계약재배를 한 가공업체에서 100g 이상짜리 감자만 가져가더라. 크기가 작은 30%는 밭에서 썩거나 지역 주부들이 와서 주워가는 거다. 이때 생산 관련 교육을 1년에 열댓번씩 해서 생산 품질을 높였고, 업체와는 30g 이상짜리를 반값에라도 가져가는 걸로 협약했다. 지금은 생산량의 5% 정도를 제외하곤 다 팔고 있다.
육묘장 활용도 중요하다. 50일 동안 벼 육묘가 끝나고 나면 육묘장은 나머지 315일을 놀게 된다. 부임 이후부터 육묘장에 제일 먼저 고추묘를 넣고 있다. 고추묘 끝나면 벼 육묘가 들어가고, 그 다음엔 양파 건조작업(저장고에 넣기 전)을 거기서 한다. 그 다음엔 배추묘를 넣는다. 가을철엔 무 시래기 건조를 추진했는데 이건 현재 중단했다. 단무지공장에 무를 납품한 뒤 버려지는 무청을 가지고 부녀회 소득사업으로 해보려 한 것이다. 부녀회가 힘들어해서 중단했는데 언젠간 재개해야 할 사업이다.

경제사업 시설은 어떤 것들이 있나.
벼 육묘장, 저온저장고, 한우프라자, 계란GP, 주유소, 마트, 자재판매장 등이다. 작은 농협이 제한된 시설로 여러 경제사업을 하다 보니 모든 걸 도맡아서 해드리진 못하고, 가령 배추 절임, 고추 세척·건조, 계란 세척·포장 등에 필요한 장소와 설비를 조합원에게 제공해 직접 오셔서 작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도 많다(농작업지원단). 직거래장터 역시 도청·서울 등지에 조합원들이 직접 나가 판매할 수 있도록 측면지원하는 역할을 한다(직거래사업단).

그렇다 해도 결국 부족한 투자 여력을 의지로 메워가는 사업들이다. 직원들의 피로도가 높을 것 같은데.
우리 직원들이 다른 데 비해 1.5배 이상 일을 한다고 본다. 농민들을 위해 일하는 자리니 하루에 100평 심고 품값 받으려 하지 말고 최소한 150~200평은 심고 품값 받아가라고 강조한다. 당연히 불평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으니, 계약직부터 전무까지 매년 가까운 데라도 해외연수를 보내주고 특별상여금도 읍농협 못지않게 주면서 ‘당근’을 주고 있다. 예전엔 직원 급여가 많다는 얘기도 종종 나왔는데 이제는 다들 이해해 주신다. 대신 농협다운 농협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거다. 우리 농협 조합원들은 농산물 판매 갖고는 걱정을 별로 안 하는데, 바로 이런 게 농협의 역할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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