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의 새로운 특산물 ‘홍산마늘’, 서부농협이 길 닦는다

[지역농협의 역할을 고민하다①] 충남 홍성 서부농협

  • 입력 2023.08.13 18:00
  • 수정 2023.08.13 21:59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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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 3월 8일 치른 전국 동시조합장선거는 조합장의 초선·재선 여부와 관계없이 전국 지역 농·축협이 운영을 재정비하는 기점이 되고 있다. 본지는 각각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농·축협 여덟 곳을 격주로 소개함으로써 전국 농·축협 임직원·조합원들이 각자 조합의 역할을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한다.

 

서부농협 육묘장 옆 저온저장고엔 홍산마늘이 한가득 들어차 있다. 고정무 서부농협 과장이 적재된 홍산마늘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서부농협 육묘장 옆 저온저장고엔 홍산마늘이 한가득 들어차 있다. 고정무 서부농협 과장이 적재된 홍산마늘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아이 주먹 만큼 굵은 모습이 대서마늘인가 싶지만, 껍질을 까 보면 여섯 쪽으로 갈라진다. 인편 하나하나가 기존의 육쪽마늘보다 확연히 크면서 끝부분엔 선명한 초록색이 맺혀있다. 농촌진흥청이 2016년 개발한 마늘 신품종 ‘홍산’이다.

전국에서 시험재배를 해본 결과, 얄궂게도 같은 ‘홍’자 돌림인 충남 홍성의 기후와 환경이 홍산마늘에 가장 잘 들어맞았다. 때문에 전국적으로 조금씩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품종이지만 홍성이 가장 주도적으로 재배에 뛰어들고 있다.

농민들이 새로운 작목이나 품종에 도전할 때, 재배 노하우보다 훨씬 큰 장벽이 바로 유통이다. 면적을 조금만 늘려도 개인출하로는 답이 없고 민간 유통업자들은 굳이 미지의 품종으로 모험을 하려 들지 않는다. 손해를 각오하고 유통 개척에 나서줄 수 있는 ‘큰 손’은 오직 농협뿐이다.

홍산마늘 유통에 팔을 걷고 나선 건 홍성 서부농협(조합장 표경덕)이다. 관할인 서부면뿐 아니라 홍성군 11개 읍·면 전체에서 나는 홍산마늘을 취급하고 있다. 2020년 40톤으로 시작해 2021년 184톤, 지난해 155톤. 그냥 ‘마늘’ 유통으로 보면 특별할 게 없는 양이지만 ‘홍산마늘’ 유통에 있어선 구심점이라 칭하기 충분하다.
 

하나로마트 서부농협 광리지점 내 로컬푸드 매대에 진열돼 있는 홍산마늘. 대서종만큼 굵으면서도 인편은 육쪽으로 크게 갈라진다.
하나로마트 서부농협 광리지점 내 로컬푸드 매대에 진열돼 있는 홍산마늘. 대서종만큼 굵으면서도 인편은 육쪽으로 크게 갈라진다.

홍성 서부면은 간척농지를 대거 보유한 지역이라 애초에 양파·고추·감자·배추·무 등 쌀 이외의 소소한 대체작목들이 활성화돼 있다. 서부농협의 경제사업이 세밀하게 발달한 배경이다. 단순히 도매시장 위탁출하에 그치는 게 아니라 가공업체 납품계약, 도시농협과의 연계, 직거래 지원 등 품목마다 독자적 노력으로 유통경로를 창출해왔다. 심지어 축산이 발달한 지역인 탓에 농협이면서도 한우프라자와 계란유통센터(GP)를 운영하며 축산업까지 지원하고 있다. 서부농협이 홍성 전체의 홍산마늘 유통에 앞장서게 된 건, 그동안 유통사업에서 보여준 이 남다른 의지가 지역 농가와 농협, 행정의 신뢰를 샀기 때문이다.

때마침 행정도 적극적이다. 홍성엔 축산물 외에 전면에 내세울 만한 특산물이 없었는데, 이웃 지역인 서산의 육쪽마늘과 견줄 만한 좋은 재목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애당초 홍산마늘 생산의 중심인 홍성홍산마늘연구회의 태생부터가 홍성군농업기술센터와 연계돼 있으며 행정이 적극적으로 기술 및 자재지원을 하며 생산을 독려하고 있다.

수확 이후부터는 서부농협의 영역이다. 수확 초기 건조하지 않은 풋마늘을 수매해 유통하고, 이후엔 건조마늘을 수매한다. 개중 모양이 고르지 못한 마늘은 민간 가공공장에 위탁해 깐마늘로 출하한다. 도매시장 관행유통은 ‘0’이며 대부분 농협중앙회 하나로마트와 민간 대형마트로 출하하고 있다.

서부농협 육묘장 옆에 비치된 고추 세척·건조시설에서 조합원들이 세척 작업을 하고 있다.
서부농협 육묘장 옆에 비치된 고추 세척·건조시설에서 조합원들이 세척 작업을 하고 있다.

딱히 시설을 갖추고 있는 건 아니다. 기껏해야 저온창고를 일부 증축했을 뿐, 벼 육묘장과 민간 가공공장 등 기성 시설을 이용한다. 시설 투자 여력이 적은 1개 면 단위 영세조합이라도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지역 농업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향후 홍산마늘 취급물량이 대폭 늘어난다면 직접 가공공장을 지어 사업을 확대해볼 여지도 있다.

홍산마늘은 기존의 남도종·대서종·한지형마늘보다 당도와 알리신(마늘 대표성분) 함량이 우위에 있고 클로로필(엽록소), 플라보노이드(항산화물질), 일부 미량원소의 함량은 압도적으로 높다. 인편이 굵고 단단해 저장성도 뛰어나며 최근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소비자 선호도가 증가하는 추세다. 생산자 입장에서도 사양관리가 쉬운 데다 특히 대가 굵고 뿌리가 약해 맨손으로 쉽게 수확이 가능하다. 생산량이 우월하면서도 kg당 농가수취가가 지난해 6,500원, 가격이 부진한 올해 3,600원선(서부농협 수매가)으로 때로 남도마늘을 크게 넘어서기도 한다. 재배 확대를 위한 모든 조건이 갖춰지고 있는 셈이다.

홍성은 홍산마늘 육성에 행정-농가-농협이 합심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유통을 맡은 농협이다. 서부농협은 지금까지 다른 작목에서 그래왔듯 도전적인 자세로 홍산마늘의 판로를 열고 있으며, 향후 홍성을 넘어 전국의 홍산마늘을 취급해 보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내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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