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농촌에서 만난 70~80대 농민들로부터 최근 들은 얘기가 귓가에 계속 맴돈다. ‘농사는 내 대에서 끝나지 싶다. 10년 뒤 여기에 누가 남아 있겠나’, ‘우리야 덥고 힘들어도 지금껏 해왔던 일이니까 참으면서 하지, 젊은 사람들이 사서 이 고생을 왜 하겠어. 돈벌이도 안 되는데’ 등의 말이다.
농업전문지 기자로 농촌 곳곳을 돌아다니며 농민을 만난 지도 어느덧 7년째가 됐다. 최근 들어 오래 안면을 트고 지낸 취재원인 농민들을 투쟁의 현장에서 마주할 때면 이전보다 더 검게 탄 얼굴에 깊게 팬 주름마저 자리해 안타까운 심정이 들 때가 많다. 어딘지 모르게 죄스러운 마음도 함께다.
농업의 지속성과 농촌 소멸, 농민 감소 등을 얘기하고 이에 공감하면서도 한 편 ‘아무리 그래도 먹거리를 책임지는 곳이 농촌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지진 않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하곤 했다. 다소 안일했다.
하지만 오늘날 농촌 곳곳을 찬찬히 둘러보고, 잔혹하게 잘라 말하자면 10년 뒤 농촌에는 연세 많은 어르신들 말씀처럼 논밭 일구는 농민이 남아 있을 것 같지가 않다. 농촌이라는 텅 빈 공간만 남아 있을 것 같다. 탈탈 소리를 내며 논밭을 오가던 오래된 경운기도 길목 한 켠 어딘가에 잡초로 뒤엉긴 채 방치돼 있을 것 같고, 장화를 신은 채 논두렁, 밭두렁을 건너다니거나 약통을 짊어지고 너른 논밭에 약을 뿌리는 농민도 더이상 만나기 힘들 것만 같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비 오듯 흐르는 여름철, 장화를 신고 질퍽거리는 밭에 들어가 작물을 돌보고 자신의 노동력은 생산비에 포함시키지도 못하는 농촌 실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스마트팜과 반려동물 타령만 하는 주무부처의 태도와 정책이 답답하기만 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