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극완(전북 남원)]“내일은 대통령 선거가 있는 날입니다. 마을 주민들께서는 한 명도 빠짐없이 투표에 참여해 주시길 바랍니다.”이번에 새롭게 뽑힌 이장이 오랜만에 방송을 한다. 모내기 준비에, 밭일에 정신이 없는 마을에 대선이 다가왔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해주는 방송이다.다른 대선 때는 무조건 누굴 찍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마을 분들이 많았는데 올해는 좀 다르다. 별로 선거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는다. 이미 마음속에 정했거나 아니면 아직도 정하지 못한 분들이 있으신가 보다. 올 봄에 복숭아 면적을 좀 넓히기 위해서 묘목을 사러 경산과 옥천까지 갔었다. 복숭아 농사를 많이 짓는 나름의 멘토에게 어떤 품종을 심어야 하는지 물었지만 확실한 대답을 해주진 않는다.
지난달 22일 전주 농촌진흥청 앞에서 전국에서 모인 1,000여 명의 사람들이 집회를 했다. 지난 10년, 그 중에서도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창조경제, 미래창조과학 등을 이야기하더니 갑자기 물 위로 떠오른 GMO 재배시도에 대해 항의하는 집회였다. 집회가 끝난 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끝이 언제가 될지 모르는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전북에 있는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들이 돌아가면서 당번을 서가며 철야를 하고 있는 셈이다.2015년 9월 GM벼를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이후 농촌진흥청은 대외적으로는 국민들이 원하지 않으면 상용화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업적 재배를 두고 하는 말일 뿐이다. 여전히 시험재배장에서는 벼를 비롯한 다양한 작물들이 실험을 이유로 재배가 준비 중이고
[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2004년 50%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한 장면이 13년 만에 문득 떠오른 것은 대통령이 된 문재인(65)씨가 광화문에서 “저를 지지하지 않던 분들도 섬기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연설한 직후였다. 지지 여부를 떠나 ‘그 안에 농민도 있는가’하는 의구심 섞인 기대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얼마 전 강릉과 삼척에 큰 산불이 났다. 국민안전처는 먹통이 된 재난문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급급했다. 몇 달 전 구제역과 AI를 겪으면서 정부에서 봤던 모습의 또 다른 버전이다. 축산농가들의 애를 태웠던 AI와 구제역은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잠잠해졌지만 그 아픔의 잔재들은 아직 현장에 고스란히 남았다. 이 와중에 농식품부는 계란 한판가격이 422원 올
[최용혁(충남 서천)]춥고 어지러운 세상을 이제 다 건너왔다. 봄날, 닭들은 여느 때보다 활기차고 바쁘다. 축적된 겨울을 풀어도 쓰고 느긋한 여름을 당겨도 써 가며 하루를 꽉 채운다. 가축치고는 제법 놀고 있는 닭들을 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점잖은 체하며 처음으로 묻는 질문은, 한 마리의 수탉이 몇 마리의 암탉과 짝을 이루냐는 것이다. 유정란을 생산할 때의 적당한 비율은 1대 15 안팎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것이며, 그러기 위해 지켜야 하는 닭장 안의 평화를 유지하는 비율이다. 알은 암탉이 낳지만 수탉은 너무 많아도, 너무 적어도 문제를 일으킨다. 있긴 있어야 하되 눈치껏 적당히 있어야 한다. 닭들에게는 자연스러운 환경일 뿐이지만, 1대 15라는
지난달 18일 가금단체들이 함께 주최한 AI방역 개선대책 규탄집회엔 3,000여 가금농가 농민들이 모였다. 지난해 11월 AI 최초발생부터 응축됐던 가금농가들의 울분이 한꺼번에 터져나온 자리였다.지난 5개월 동안 가금농가들을 취재하면서 기자의 마음도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으로 복잡했다. 110일 넘게 입식제한에 묶였던 닭을 사육하지 못한 한 농민은 “있는 빚은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으려는데…”라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 “이런 내 심정을 알겠어요?”라고 기자에게 물었다.그가 그동안 만났을 정치인처럼, 공무원처럼 “네. 충분히 이해합니다”란 대답이 차마 나오지 않았다. 대답을 못하는 게 송구해 고개를 돌리자 창 너머 빈 계사가 눈에 들어왔다. 제법 먼 거리였지만 시선이 떨어지지 않았다. ‘매일
대선의 열기가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후보들의 공약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후보들의 가치관도 검증되고 있다.농민들은 이번 대선이 농업에 일대변화를 줄 기회라고 여기고 있다. 5월 9일 대선은 촛불항쟁의 성과이고 그 촛불항쟁은 백남기 농민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그래서 새 정부가 들어서면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농업개혁,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사건 진상규명이며, 이런 차원에서 농민들은 ‘농업혁명’을 주장하고 있다.하지만 농민들의 기대는 갈수록 사그라지고 있다. 대선 주자들의 머릿속에 농업은 꿔다둔 보리자루가 되어 있고 그들이 펼쳐놓은 농업공약도 구닥다리뿐이다.이런 와중에 ‘밥 한 공기 300원’이라는 구호가 등장했다. ‘밥 한 공기 300원’은 현재 밥 한공기가 300원으로 떨
수없이 많은 농업문제 가운데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것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대다수의 농민은 이구동성으로 ‘농가소득’을 거론한다. 촛불 항쟁의 주역이었던 ‘농민의길’이 농업혁명을 위한 10대 과제를 제시하면서 농가소득을 가장 핵심적인 요구사항으로 앞세운 것도 대다수 농민의 심정을 정확하게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야당 후보들 대부분이 농가소득을 주요 농업공약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당선가능성이 높은 유력후보들의 농가소득 정책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기대와 희망 보다는 실망과 우려가 더 크게 다가온다. 특히 농산물의 가격보장을 외면하면서 직접지불제에만 초점을 맞춘 농가소득 정책공약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선진국형 농가소득 정책으로 전환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직접지불제를 확대하
19대 대통령 선거가 막바지에 와 있다. 앞으로 일주일 뒤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게 된다. 선거 때마다 정책선거를 이야기하고, 올바른 선택을 주장하지만 우리들의 투표행위는 아직도 냉정하고 이성적이지 못하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라 할 것이다. “아버지를 닮아 잘 할 것이다”, “가족이 없어 청렴할 것이다”, “부모님이 불행하게 죽어서 불쌍하다” 등의 이유가 박근혜를 선택한 국민들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유들은 대통령 되기엔 부적절한 결정적 흠결이었음이 밝혀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잘못된 선택 이후 국민들은 너무나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했다. 무능과 무책임은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을 가져왔다.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증가, 극심한 사회양극화 등 결국 대다수 서민들이 소위 ‘헬
이제 보름 후에는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고 새로운 정부가 시작된다.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는 기존의 보수정권을 대체하여 야당으로의 정권교체가 매우 유력한 상황이다. 이에 농민들은 새 대통령과 정부가 보수정권 9년 동안 이어진 농정의 적폐를 얼마나 바로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돌이켜보면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사태들이 잇따라 발생했다. 공공비축제도 시행이후 처음으로 우선지급금을 환수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고, 쌀값 폭락시 농민에게 지급하도록 법이 규정한 변동 직불금도 일부를 지급하지 못하는 일이 처음으로 벌어졌다. 정부가 생산조정제 필요성을 주장해서 국회가 약 900억 원에 달하는 생산조정제 예산을 편성했으나 마지막에 정부의 반대로 해당 예산이 전액 삭감되는 어
우리나라 최초의 FTA인 한-칠레 FTA 발효 13년, 우리농업에 결정적 타격을 안겨준 한-미 FTA 발효 5년. FTA는 우리 농업에 깊은 상흔을 남기며 전방위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정부는 FTA로 인한 피해 보전의 일환으로 FTA 피해보전 직불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농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전면적 농산물 개방으로 발생하는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피해보전 직불금은 발동 조건부터 까다롭다 보니 실질적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FTA특별법상 FTA 직불금 발동 조건은 ①전년도 가격이 기준가격의 90% 미만으로 하락하고 ②해당 품목의 총수입량이 기준 수입량을 초과하며 ③FTA 상대국으로부터 수입량이 기준 수입량을 초과할 경우로 삼는다. 문제는 이 세 가지 조건 모두를 충족해야 발동한
[부석희(제주시 구좌읍)]나에게 찾아와 마을이야기를 해달라고 하면 꼭 들러보는 곳이 있다. 넓적바위 하나를 차지해서 팬티만 입고 누워 있어도 지나는 사람 없어 부끄럽지 않던 바닷가는, 해안도로가 생기고 렌터카가 주인행세를 한다.아무 때나 훌렁 벗고 바닷물에 뛰어들기 좋아하는 나는 이제 몰상식한 사람이 돼 버렸다. 그래서 풍광 좋은 바닷가는 미뤄두고 마을 안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내 머릿속에 있는 지도를 꺼내서 가다보면 올망졸망한 돌담길, 흙길, 모랫길도 밟아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길 끝집에 ‘혹하르방’이 살았었다. 초가는 내려앉아 있는데 높은 돌담과 올레어귀에 버티고 선 오래된 팽나무는 우리에게 선뜻 마당을 내주지 않는다. 아마도 어린 날의 기억 때문이리라. 집을 나선 ‘혹하르방’은
박근혜 탄핵에 따라 실시되는 대통령 조기선거가 이제 보름도 남지 않았다. ‘이게 나라냐’라며 대한민국의 근본적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들의 선택이 곧 확인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당선이 유력하다는 야당 후보들은 촛불의 요구보다도 떠도는 보수층 표심을 잡기 위해 더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만큼 촛불의 요구와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사실, 이번 대통령 조기선거를 가능케 했던 박근혜 탄핵 촛불대항쟁은 고 백남기 농민의 억울한 죽음과 시신부검 영장청구 저지투쟁에서 촉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고 백남기 농민이 서울상경투쟁을 한데는 쌀값폭락에 항거하고 박근혜가 공약한 쌀값보장을 요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대선은 한편으로는 쌀값대선이 돼야 한다.그러나 여권은 고사하고 쌀값폭락을 비판하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