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 안에 너 있다

  • 입력 2017.05.12 10:47
  • 수정 2017.05.12 10:48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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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2004년 50%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한 장면이 13년 만에 문득 떠오른 것은 대통령이 된 문재인(65)씨가 광화문에서 “저를 지지하지 않던 분들도 섬기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연설한 직후였다. 지지 여부를 떠나 ‘그 안에 농민도 있는가’하는 의구심 섞인 기대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

얼마 전 강릉과 삼척에 큰 산불이 났다. 국민안전처는 먹통이 된 재난문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급급했다. 몇 달 전 구제역과 AI를 겪으면서 정부에서 봤던 모습의 또 다른 버전이다. 축산농가들의 애를 태웠던 AI와 구제역은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잠잠해졌지만 그 아픔의 잔재들은 아직 현장에 고스란히 남았다. 이 와중에 농식품부는 계란 한판가격이 422원 올랐다고 수입을 또 다시 추진하고 있다.

겨울은 또 온다. 가축질병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일이고 바람이지만, 만약의 사태에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으니 이번엔 뭐라도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레 기대를 걸어본다.

한 가지 더 있다. 기억에서 멀어진다고 없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 세월호가 그렇고, 백남기 농민의 죽음이 그렇다(물론 더 많지만). 더 깊숙이 박혀 곪아버리기 전에 도려내야 한다. 그것만이 문 대통령이 말했던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과 과감히 결별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이곳저곳 청산해야할 적폐는 넘쳐나고 여기저기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그래도 끼니를 챙길 때만큼은 수저 위의 그 밥을, 젓가락으로 집은 그 반찬을 먹을 수 있게 해준 ‘이 땅의 농부’들과 우리 농업도 섬겨주길 소박하게 기원해본다.

자, 그래서 강신명은? 이철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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