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밥 한공기 300원’이 대선 공약?

  • 입력 2017.04.28 13:14
  • 수정 2017.04.28 13:33
  • 기자명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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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의 열기가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후보들의 공약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후보들의 가치관도 검증되고 있다.

농민들은 이번 대선이 농업에 일대변화를 줄 기회라고 여기고 있다. 5월 9일 대선은 촛불항쟁의 성과이고 그 촛불항쟁은 백남기 농민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 정부가 들어서면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농업개혁,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사건 진상규명이며, 이런 차원에서 농민들은 ‘농업혁명’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의 기대는 갈수록 사그라지고 있다. 대선 주자들의 머릿속에 농업은 꿔다둔 보리자루가 되어 있고 그들이 펼쳐놓은 농업공약도 구닥다리뿐이다.

이런 와중에 ‘밥 한 공기 300원’이라는 구호가 등장했다. ‘밥 한 공기 300원’은 현재 밥 한공기가 300원으로 떨어졌다는 것이 아니다. 밥 한 공기 300원을 보장하라는 농민들의 요구이다.

그런데 이 소리를 들으면 갑자기 어리둥절하게 된다. 밥 한공기가 1,000원인데 웬 갑자기 300원을 보장하라는 것이냐? 밥 한 공기 300원 보장하는 것이 뭐 어렵다는 것이냐?

여기에 대선후보들과 국민들이 숙고해야 할 문제가 숨어 있다. 300원도 보장 못 받고 살아가고 있는 농민, 이를 방치하고 아무 대책도 없는 정치, 이것이 바로 대표적인 비정상적 농업정책인 셈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밥 한 공기 300원’은 쌀 1kg에 3,000원이며 10kg엔 3만원, 80kg 한 가마에 24만원이다. 최소 24만원이 농민들에게 보장해야 할 수치이다.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1만원을 보장해야 하듯이 농민에게는 ‘밥 한 공기 300원’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대접인 셈이다. 이를 외면하고 감히 촛불민심의 뜻을 이어받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이런 기본적인 것조차 대선후보들은 말하기 두려워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18대 대선에서 박근혜가 주장한 ‘쌀값 21만원 보장’보다 후퇴해서 ‘쌀 목표가격 19만6천원’을 말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4차원적인 농업공약을 내놓아 종잡을 수가 없다. 유승민·홍준표 후보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심지어 그들은 농산물 가격보장을 위해 ‘김영란법’을 손질하겠다는 반개혁적 발언을 농민 앞에 늘어놓았다.

역대 대선후보에서 쏟아져 나왔던 ‘농가부채 경감’, ‘반값 농기계’ 같은 것들이 그리운 실정이 돼버렸다. 그나마 진보후보라 할 수 있는 김선동 후보만이 농업혁명의 과제를 내걸었지만, 한-미 FTA를 막기 위해 국회에서 최루탄까지 던져야 했던 것처럼 외롭게 싸우고 있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5월 10일 이후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무엇이 바뀔지, 농민의 깊은 한숨은 사라질지. 이것은 또다시 대통령 몫이 아닌 농민의 몫이 될 것 같다. 그렇지만 1년만 써보고 종자를 바꾸기도 하고, 아예 못자리 엎어버리고 다시 하듯 무궁무진한 변화의 힘은 우리 농민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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