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결과 연대가 답이다

  • 입력 2017.04.28 13:32
  • 수정 2017.04.28 13:33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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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가금단체들이 함께 주최한 AI방역 개선대책 규탄집회엔 3,000여 가금농가 농민들이 모였다. 지난해 11월 AI 최초발생부터 응축됐던 가금농가들의 울분이 한꺼번에 터져나온 자리였다.

지난 5개월 동안 가금농가들을 취재하면서 기자의 마음도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으로 복잡했다. 110일 넘게 입식제한에 묶였던 닭을 사육하지 못한 한 농민은 “있는 빚은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으려는데…”라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 “이런 내 심정을 알겠어요?”라고 기자에게 물었다.

그가 그동안 만났을 정치인처럼, 공무원처럼 “네. 충분히 이해합니다”란 대답이 차마 나오지 않았다. 대답을 못하는 게 송구해 고개를 돌리자 창 너머 빈 계사가 눈에 들어왔다. 제법 먼 거리였지만 시선이 떨어지지 않았다. ‘매일 이 광경을 보고 살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자 더욱 말이 나오지 못했다.

식상한 말로 들릴 수 있지만 이 울분을 해소하려면 가금농가들의 단결과 연대만이 최선이다. 가금단체 대표들도 한결같이 단결을 강조하고 있다. 가금농가들은 품목별 이해관계를 넘어 단결해야 정부의 ‘AI발생의 1차적 책임은 농가에 있다’는 대전제를 분쇄할 수 있다. 정부는 아직껏 AI발생이 자연재해이며 사회재난이란 인식에 동의의 뜻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부터 해결돼야 품목별 요구사항이 해결된다.

상대적으로 AI 발생이 잦은 품목을 원망하고 자기 품목의 요구사항만 강조하다보면 정부의 각개격파에 휘둘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부가 ‘AI발생은 농가 탓’이란 전제를 고치지 않는 한 정책에 얼마나 농가의 목소리가 반영되겠는가.

단결은 누구를 중심으로 모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데서 시작한다. 정부는 품목별 갈등과 분열의 불씨를 너무 잘 알고 있다. 함께 모여도 언제든 헤쳐 풀어놓을 자신이 있을 터다. 구태여 모든 농가가 모였던 aT센터 공청회에선 농식품부의 설명만 늘어놓다가 주말까지 반납하며 품목별 간담회를 한 이유가 어디 있겠나.

정부는 일방적으로 방역 개선대책을 발표했지만 올 겨울이 오기 전까진 아직 기회가 남았다. 가금단체들도 대표 선출을 마치고 현안에 집중할 여건을 다지고 있으며 곧 새 정부가 출범할 것이다. 지난 집회가 가금농가의 단결과 연대의 시작이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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