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조례 시행규칙 개정이 확정되면서 오랫동안 논란을 이어왔던 가락시장 표준하역비 문제가 봉합됐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이 위탁수수료를 더 이상 올리지 못하게 함으로써 표준하역비 출하자 전가 문제를 일부 해결했다.“표준하역비는 도매법인이 부담한다”는 농안법 취지에 비춰 기존보다 진일보한 형태임엔 분명하지만, 앞으로의 인상분 반영만을 막았을뿐 지금까지의 표준하역비를 그대로 위탁수수료에 존치시켜둔 것은 몹시 안타깝다. 개혁을 단행함에 있어 대의를 미루고 현실과 타협하다 보니 논리엔 구멍이 숭숭 뚫렸다. 명분과 논리가 없는 개혁은 공감을 이끌기 힘들다. 간신히 봉합됐다지만 위탁수수료와 표준하역비 문제는 앞으로도 두고두고 갖가지 논란을 초래할 것이다.현재 가락시장 위탁수수료의 가
본격적인 모내기가 시작됐다. 쌀값 폭락의 시름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은 한 해 농사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모내기에 여념이 없다. 기습적으로 실시한 밥쌀 수입 입찰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은 국민의 주식인 쌀을 키워내기 위해 모내기를 멈출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북녘에서도 모내기 전투를 알리는 홍보와 방송이 쏟아진다. 국내 언론매체들도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의례적으로 모내기 전투에 주민들을 동원하는 북녘의 소식을 제법 비중 있게 다룬다. 물론 대부분 국가에 의한 주민동원을 강조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북측 모내기 소식을 전하는 방송화면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해마다 조금씩이지만 변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그것은 모내기 현장에서 사용하는 이앙기의 대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점이다. 약 10
정권이 마침내 바뀌었다. 새 정부와 대통령은 정권교체가 자기 당의 결실이 아니라 적폐청산·사회대개혁을 철저히 하라는 민중의 힘으로 만들어 낸 결실임을 명심해야 한다. 적폐 기득권과 구체제를 뒤엎고 진보개혁의 새 체제를 만들어야 하는 출발선에서 잘해야 한다. 그러나 ‘농민이 대접받는 나라’ ‘안심하고 농사짓는 나라’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한 새 정부가 출발선에서부터 꼬이고 있다.지난 정부 적폐세력이 대선 와중에 사드 배치 알박이를 한 것처럼 대선 하루 전인 지난 8일 밥쌀 수입을 공고하고 16일 입찰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전농은 밥쌀 수입 공고의 긴급 폐기를 청와대에 청원하고, 김영호 의장이 밤샘 1인 시위를 전개하는 등 절박하게 호소했지만 외면당했다.농정에서 적폐란 무엇인가. 신자
[한국농정신문 사설]오늘부터 19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 인권위원회 실무그룹 회의가 개최된다. 우리가 이 회의에 주목하는 이유는 회의의 주요 의제가 농민인권선언(농촌지역 소농과 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향상시키는 선언) 초안을 검토하여 올 하반기에 열리는 유엔 인권위원회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기 때문이다.지난 2012년 유엔 인권위원회가 국제농민연대조직인 비아캄페시나의 요구를 수용하여 농민인권선언(안)을 마련한 이후 유엔이 국제협약으로 채택하는 여부를 두고 관련 당사국간 논의가 진행되어 왔다.알려진 바에 의하면 대부분의 국가가 농민인권선언을 국제협약으로 채택하는 것에 찬성하고 있으나 유일하게 미국만 반대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이 반대하는 이유는 농식품 분야의 거
[한국농정신문 사설]탄핵정국은 5월 10일 종지부를 찍었다. 새 정부의 출범은 백남기에서 전봉준투쟁단까지 농민들의 투쟁의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절박한 농민들의 삶이 촛불정부를 탄생시켰다. 허나 대선과정에서 농민들의 요구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고, 후보들의 농정공약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문재인 후보 역시 농민들의 요구에 크게 부응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했으니 일말의 기대를 걸어 본다.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위해 두 가지를 당부한다. 하나는 기회주의자들을 배격하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정치에 대한 불신이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기회주의자들의 득세 때문이다. 권력이 바뀌어도 항상 해먹던 놈들이 계속 해먹는다는 체념에 변화를 일으
[방극완(전북 남원)]“내일은 대통령 선거가 있는 날입니다. 마을 주민들께서는 한 명도 빠짐없이 투표에 참여해 주시길 바랍니다.”이번에 새롭게 뽑힌 이장이 오랜만에 방송을 한다. 모내기 준비에, 밭일에 정신이 없는 마을에 대선이 다가왔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해주는 방송이다.다른 대선 때는 무조건 누굴 찍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마을 분들이 많았는데 올해는 좀 다르다. 별로 선거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는다. 이미 마음속에 정했거나 아니면 아직도 정하지 못한 분들이 있으신가 보다. 올 봄에 복숭아 면적을 좀 넓히기 위해서 묘목을 사러 경산과 옥천까지 갔었다. 복숭아 농사를 많이 짓는 나름의 멘토에게 어떤 품종을 심어야 하는지 물었지만 확실한 대답을 해주진 않는다.
지난달 22일 전주 농촌진흥청 앞에서 전국에서 모인 1,000여 명의 사람들이 집회를 했다. 지난 10년, 그 중에서도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창조경제, 미래창조과학 등을 이야기하더니 갑자기 물 위로 떠오른 GMO 재배시도에 대해 항의하는 집회였다. 집회가 끝난 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끝이 언제가 될지 모르는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전북에 있는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들이 돌아가면서 당번을 서가며 철야를 하고 있는 셈이다.2015년 9월 GM벼를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이후 농촌진흥청은 대외적으로는 국민들이 원하지 않으면 상용화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업적 재배를 두고 하는 말일 뿐이다. 여전히 시험재배장에서는 벼를 비롯한 다양한 작물들이 실험을 이유로 재배가 준비 중이고
[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2004년 50%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한 장면이 13년 만에 문득 떠오른 것은 대통령이 된 문재인(65)씨가 광화문에서 “저를 지지하지 않던 분들도 섬기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연설한 직후였다. 지지 여부를 떠나 ‘그 안에 농민도 있는가’하는 의구심 섞인 기대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얼마 전 강릉과 삼척에 큰 산불이 났다. 국민안전처는 먹통이 된 재난문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급급했다. 몇 달 전 구제역과 AI를 겪으면서 정부에서 봤던 모습의 또 다른 버전이다. 축산농가들의 애를 태웠던 AI와 구제역은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잠잠해졌지만 그 아픔의 잔재들은 아직 현장에 고스란히 남았다. 이 와중에 농식품부는 계란 한판가격이 422원 올
[최용혁(충남 서천)]춥고 어지러운 세상을 이제 다 건너왔다. 봄날, 닭들은 여느 때보다 활기차고 바쁘다. 축적된 겨울을 풀어도 쓰고 느긋한 여름을 당겨도 써 가며 하루를 꽉 채운다. 가축치고는 제법 놀고 있는 닭들을 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점잖은 체하며 처음으로 묻는 질문은, 한 마리의 수탉이 몇 마리의 암탉과 짝을 이루냐는 것이다. 유정란을 생산할 때의 적당한 비율은 1대 15 안팎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것이며, 그러기 위해 지켜야 하는 닭장 안의 평화를 유지하는 비율이다. 알은 암탉이 낳지만 수탉은 너무 많아도, 너무 적어도 문제를 일으킨다. 있긴 있어야 하되 눈치껏 적당히 있어야 한다. 닭들에게는 자연스러운 환경일 뿐이지만, 1대 15라는
지난달 18일 가금단체들이 함께 주최한 AI방역 개선대책 규탄집회엔 3,000여 가금농가 농민들이 모였다. 지난해 11월 AI 최초발생부터 응축됐던 가금농가들의 울분이 한꺼번에 터져나온 자리였다.지난 5개월 동안 가금농가들을 취재하면서 기자의 마음도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으로 복잡했다. 110일 넘게 입식제한에 묶였던 닭을 사육하지 못한 한 농민은 “있는 빚은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으려는데…”라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 “이런 내 심정을 알겠어요?”라고 기자에게 물었다.그가 그동안 만났을 정치인처럼, 공무원처럼 “네. 충분히 이해합니다”란 대답이 차마 나오지 않았다. 대답을 못하는 게 송구해 고개를 돌리자 창 너머 빈 계사가 눈에 들어왔다. 제법 먼 거리였지만 시선이 떨어지지 않았다. ‘매일
대선의 열기가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후보들의 공약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후보들의 가치관도 검증되고 있다.농민들은 이번 대선이 농업에 일대변화를 줄 기회라고 여기고 있다. 5월 9일 대선은 촛불항쟁의 성과이고 그 촛불항쟁은 백남기 농민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그래서 새 정부가 들어서면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농업개혁,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사건 진상규명이며, 이런 차원에서 농민들은 ‘농업혁명’을 주장하고 있다.하지만 농민들의 기대는 갈수록 사그라지고 있다. 대선 주자들의 머릿속에 농업은 꿔다둔 보리자루가 되어 있고 그들이 펼쳐놓은 농업공약도 구닥다리뿐이다.이런 와중에 ‘밥 한 공기 300원’이라는 구호가 등장했다. ‘밥 한 공기 300원’은 현재 밥 한공기가 300원으로 떨
수없이 많은 농업문제 가운데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것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대다수의 농민은 이구동성으로 ‘농가소득’을 거론한다. 촛불 항쟁의 주역이었던 ‘농민의길’이 농업혁명을 위한 10대 과제를 제시하면서 농가소득을 가장 핵심적인 요구사항으로 앞세운 것도 대다수 농민의 심정을 정확하게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야당 후보들 대부분이 농가소득을 주요 농업공약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당선가능성이 높은 유력후보들의 농가소득 정책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기대와 희망 보다는 실망과 우려가 더 크게 다가온다. 특히 농산물의 가격보장을 외면하면서 직접지불제에만 초점을 맞춘 농가소득 정책공약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선진국형 농가소득 정책으로 전환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직접지불제를 확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