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농업] 모내기 전투에 담긴 뜻

  • 입력 2017.05.18 20:36
  • 수정 2017.05.18 20:37
  • 기자명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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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모내기가 시작됐다. 쌀값 폭락의 시름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은 한 해 농사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모내기에 여념이 없다. 기습적으로 실시한 밥쌀 수입 입찰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은 국민의 주식인 쌀을 키워내기 위해 모내기를 멈출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북녘에서도 모내기 전투를 알리는 홍보와 방송이 쏟아진다. 국내 언론매체들도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의례적으로 모내기 전투에 주민들을 동원하는 북녘의 소식을 제법 비중 있게 다룬다. 물론 대부분 국가에 의한 주민동원을 강조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북측 모내기 소식을 전하는 방송화면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해마다 조금씩이지만 변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것은 모내기 현장에서 사용하는 이앙기의 대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점이다. 약 10년 전까지 금강산 및 개성지역 공동영농사업을 위해 북측의 농장을 수시로 방문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북측이 자체 생산한 이앙기를 보급한 물량이 그다지 많지 많았다. 그래서 기계이앙 보다는 농장의 농민을 비롯해 인근 지역 주민들의 손 모내기 비중이 더 높았다. 물론 그 당시에도 해마다 이앙기 보급량이 조금씩 늘기는 했지만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 현저하게 증가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최근 북측 모내기 현장에는 이앙기 보급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방송화면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이다. 실제로 최근 북측의 모내기 현장을 다녀온 인사들의 전언에 의하면 이앙기 보급이 현저하게 증가했다고 한다.

이앙기 보급이 증가할수록 손모내기 비중은 줄어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측 방송은 여전히 모내기 전투를 독려하고 주민들의 참여를 강조한다. 왜 그럴까? 아마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하나는 실제로 주민들의 모내기 참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앙기 보급과 기계이앙이 증가했지만 기계이앙만으로 모든 모내기를 감당할 수 있는 정도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여전히 손모내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모내기 일손이 필요한 현실적 이유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식량자급에 대한 국가의 의지와 노력을 지속적으로 환기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청산리방식이라고 표현되는 북측의 농업관리체계 특성상 농업부문에 종사하는 고위간부 및 중간간부 그리고 현장 간부들의 헌신성을 매우 중요하게 강조한다. 2016년 당 대회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2020년까지 식량의 자급자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들 간부들의 열성과 노력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모내기 전투를 강조하는 홍보와 방송을 통해 간부들을 독려하려는 의도가 있다. 이 점은 지난 2002년부터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사회주의 경제관리의 개선조치를 시행해 나감에 있어서 성과에 따른 분배를 강화하고 간부 일꾼들의 나태함을 경계하면서 실리 사회주의를 강조하는 일관된 흐름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지난 2월부터 모내기철에 이르기까지 미국이 북측을 상대로 대규모 군사훈련과 작전을 지속하고 있어서 주민과 군인을 모내기전투에 참여시킬 수 있는 여건이 좋지 못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주민과 군인이 모내기전투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식량자급을 강조하는 국가적 의지가 강하고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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