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이제 네 번째 따는데 값이 없어. 품삯도 안 나올 정도로 시세가 바닥이라. 어제 대전으로 보낸 게 9,000원 나왔어. (꽈리고추) 4kg 한 상자에. 열 상자를 작업해도 10만원도 안 돼. 그러니 사람을 쓸 수 있나. 품값 주고 나면 남는 게 없는데? 품삯이라도 아껴야지. 한 상자에 최소 1만5,000원은 나와야 돼. 농사 잘 지어놔도 값이 없으니까 둘이서 겨우 먹고 사는 거라. 돈 번다는 건 모르고.”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태풍이 세 번이나 왔잖어. 근데 두 번째, 세 번째 때 싹 쓸어버리더라고. (떨어져서) 주운 것만 20kg 상자로 백 개가 넘어. 일손 쓰기도 어렵고 혼자서 하루 종일 주웠지. (색)깔도 좋고 이제 수확만 하면 됐는데 홍로, 부사 할 것 없이 떨어졌어. 병 걸린 것도 별로 없어서 농사 잘 됐다고 좋아했는데…. 오랜만에 가격도 좋다고 하니깐 속이 더 상하지. 이게 다 상품으로 나가는 건데.”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여기 보소. 이기 청양고추라. 근디 온 밭에 (탄저)병이 다 들었어. 태풍에 쓰러진 것도 많고. 이번이 첫물인데도 딸 게 없다. (수확량이) 작년의 10분의1도 안 될 것 같은데. 비가 계속 오고 난 뒤에도 햇볕이 안 나고 날씨가 흐리니까. (고추가) 달리기는 많이 달렸는데 쓸 만한 게 별로 없어. 몇 고랑 다녀도 비료 포대 하나 채우기가 쉽지 않애. 앞으로 서리 올 때까진 따야 하는데….”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김장배추 심는 겨. 여기는 저 아래 남도랑 달라서 일찍 심어야 돼. 서리가 빨리 오니까. 이 동네가 대략 해발 540미터나 될 껴. (배추) 모종도 직접 키웠지. 하우스에서 20일, 25일 정도? 원래 사과농사 좀 짓는데 올해는 사과 같은 게 하나도 없어. 봄에 냉해를 입어가지고 어떻게 해 볼 수가 없더라고. 어휴 (사진) 이제 그만 찍어. 다 늙은이 찍어서 뭐에 쓰려고 그래(웃음).”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이렇게라도 (참)깨가 나온다는 게 기적이여. 비가 거의 매일 왔잖어. 말리기만 하는데도 20일 넘게 걸렸응게. 비닐로 덮어놨다가 해 뜨면 걷고 비 오면 다시 덮고. 엄청 애 먹었지. 주위를 봐도 이만큼 수확하는 데도 없어. 이 부락에서 태어나서 여태껏 농사지었어도 올해만큼 힘든 때가 별로 없었어. 조금이라도 털어야 비료나 퇴비값에 보탤 것 아녀. 들깨도 아직 밭에 있는데 나중에 해봐야 알지.”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저 위에 저수지가 있거든. 거기 둑이 터지는 바람에 다 떠내려갔어. 담배 건조장, 창고, 화장실 뭐 마당에 있는 건 싹 쓸어가 버렸다니까. (콘크리트로 된) 마당이 파여서 물웅덩이가 생겼으니 말 다했지. 집이 이런 데 논에 가 볼 생각이나 나겠어? 어휴, 농사는 나중 얘기지. 이건 뭐 꼭 폭격 맞은 것 같으니. 여기서 나고 자랐는데 이런 물난리가 없어. 치워야 되는데 막막해.”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옥수수 심어. 빨리 먹으려면 모종 내서 심기도 하는데 이렇게 (씨앗으로) 심어도 잘 커. 모종으로 심는 것보단 좀 느리긴 해도 괜찮아. 요 씨앗이 붉은 건 소독해서 그래. 우리 영감님하고 같이 짓는데 다른 밭 둘러보고 온다고 아직 안 왔어. 콩도 있고 인삼농사도 좀 짓거든. 어휴, 이제 골병이 들어서 그런지 심다가 앉았고 해야 낫지. 안 그럼 힘들어서 못해. 농사지은 지야 평생이지 뭐.”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요즘 오이 시세가 완전히 바닥이야. 초장엔 좋았는데 지금은 추청(오이) 50개 한 상자에 만원 언저리밖에 안 해. 거의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어. 품 들인 것만큼 가격이 안 나오는 거야. 첫 물 따면서 한 바퀴 돌면 일주일 정도 있다가 다시 따는데 아직 첫 물도 다 못 했어. 근데 이 놈의 비가 계속 오니깐 일도 안 되고 값도 없고. 노각은 일반 오이보다 약해서 빨리 물러지거든. 그래서 바로바로 작업해야 되는데….”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바깥양반은 하늘나라 가불고 혼자서 농사지어. 이제 힘이 부쳐서 많이 못 짓제. 들깨랑 콩이랑 해서 조금 심는 정도여. 요 밑에 밭은 남 줬고. 근데 들깨는 괜찮은데 콩이 문제여. 콩은 심을 때마다 까치가 와서 다 파먹네. 심으면 또 파먹고 아이고 골치여. 맨날 지키고 있을 수도 없고. 지금은 풀 매러 나왔어. (풀은) 잠깐 한 눈 팔면 금방이여.”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지난 큰 비에 요 아래까지 싹 잠겼어. 벼가 안 보일 정도로 찼으니까. 어휴, 진짜 말도 못하게 퍼붓더라고. 그나마 논이라서 물이 하루 만에 싹 빠졌지. 밭이었으면 일 났어. 비 그쳤길래 비료 좀 줄까 싶어서 나왔더니 피가 겁나네. 몸이 찌뿌둥해서 며칠 안 돌아봤더니 그래. 피 뽑고 나면 잘 묶어서 다시 논에 묻어. 그럼 일도 편하고 거름도 되고 좋아.”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여기 (들깨)밭 길이만 100미터가 넘어. 이렇게 (비료) 두 고랑만 주고 나면 허리 아프고 땀나. 비 온다캐서 나왔는데 이것도 일이여. 참깨는 (수확)양이 얼마 안 돼서 덜 심었어. 들깨는 60kg로 세 포대는 나오거든. 작년엔 한 포대에 150만원 받았어. 우리 들깨가 기름이 많이 나온다고 달라는 분들이 있어서…. 사과농사도 같이 짓는데 작년엔 사과금(값)이 정말 없었어. 올해는 좀 괜찮아야 되는데 코로나도 그렇고 경기가 좋아야 사 먹지.”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옥수수는 20일쯤 수확할건데 그 전에 미리 들깨 심는 거여. 이렇게 심어놔야 밭을 알차게 쓰지. 들깨로 이모작 하는 거여. 젊어서는 안 해본 게 없어. 방앗간도 해보고 목수도 해보고 이장도 해봤지. 농사야 남한테 아쉬운 소리 안하고 사니깐 그게 좋은 거지. 나 혼자 부지런해선 돈이 안 돼. 기계화 되면서 정부에서 융자도 해주고 보조도 해주는데 결국 빚만 늘더라고. 농사지어서 기계에 다 들어가는 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