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입을 떼어 우물거리기는 했지만 급하게 밀려가야 했으므로 대통령의 눈은 다음 사람에게 향했다. 똑똑하게 대답을 하지 못한 멍청함을 선택은 평생토록 자책하며 살았다. 대통령이 돌아가고 그 날 저녁은 전과는 완전히 다른 밥상이 차려졌다. 불고기에 소고기국이 올라왔고 처음으로 본 노랗고 긴 과일이 소쿠리 째 놓여졌다. 식사 전에 원장이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일장연설을 했다.“오늘 여러분이 다 보셨듯이 대통령 각하가 우리 연수원에 다녀가셨습니다. 저도 그 분이 가끔 미행을 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이렇게 직접 뵙게 되어 감격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여러 번 말씀드렸다시피 대통령 각하가 여러분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가시기 전에 저에게 불편한 것은 없는지, 난방은 잘 되는지, 교재는
프랑스 사람 밀레가 그렸다는 이라는 그림을 언제 처음 봤는지 기억이 또렷하지 않다. 아마도 중학 때 미술책에서, 아니면 교무실 벽면에 걸린 액자 속에서 처음 봤던 것 같기도 하다. 사진이나 복사본 말고 진짜 그림도 봤다. 70년대 중반 덕수궁 현대미술관에서였는데, 그 전시회 이름이 ‘인상파 화가전’이었는지 ‘밀레 특별전’이었는지 그 또한 아리송하지만, 어쨌든 봤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의 작품이니까 그림이야 물론 잘 그렸겠지만, 그림 속으로 초대된 풍경 자체는 소싯적에 이삭깨나 주워본 내가 보기엔 시시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오늘, 다시 그 그림을 사진으로 본다. 세 여인이 줍고 있는 것은 밀 이삭이다. 추수를 마친 들녘에서 이삭을 줍는 모습은 그냥 생각 없이 구경하자면 매
이곳 남해는 농지가 좁아서 농가당 경지면적이 육지의 절반 수준입니다. 허나 다행스럽게도 겨울날씨가 따뜻해서 월동농사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밭이든 논이든 이모작을 합니다. 하다 보니 봄에는 마늘수확과 모심기가 겹치고, 가을에는 나락 수확과 마늘파종, 시금치파종으로 전쟁을 치르다시피 합니다. 지금은 딱 그 막바지입니다. 그러니 요즘의 하루는 참으로 귀하디귀한 시간입니다. 그 중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은 날씨입니다. 윗지방은 가뭄이 극심하다던데 이곳은 모자람 없이 비가 내렸습니다. 아니 추석 전에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집집마다 논을 말린다고 고생을 했습니다.겨우 논을 말렸는가 싶은 며칠 전에 또 비예보가 있었습니다. 다들 비가 내리기 전에 조금이라도 일을 마치려고 전쟁을 치르다시피 했습니다. 덜 마른
체했을 땐 명품경혈인 사관(합곡, 태충)을 지압하세요. 평소에 체해서 속이 더부룩하거나 자꾸 트림을 하는 등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관혈(합곡혈, 태충혈)은 워낙에 유명한 혈자리라 이미 알고 계신 분들도 많을 겁니다. 또 유명한 만큼 효과가 참 좋은 자리이기도 합니다. 책으로 따지면 오랜 세월에도 꾸준히 판매되는 스테디셀러 같은 명품 혈자리입니다.한의원에서도 사관혈을 사용할 때가 참 많습니다. 단순히 소화가 안돼서 오신 분들 뿐 아니라 머리가 아프신 분, 어깨가 아프신 분, 허리가 아프신 분들에게도 많이 사용합니다. 체했을 때 주로 쓰는 사관혈을 왜 이렇게 만병통치라도 되는 것 마냥 다양한 상황에서 쓰는지 의아하게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그 비밀은 더부룩하거나 배가 아픈
새마을운동이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것은 1972년이었다. 그와 함께 ‘하면 된다’,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가 곳곳에 붙었다. 농협 창고의 긴 벽에는 붉은 페인트로 ‘근면, 자조, 협동’이라는 글씨가 대문짝만하게 쓰였다.시곡마을에서는 아랫말과 웃말 사이를 나누는 작은 등성이를 밀고 그 곳에 마을회관을 지었다. 정부에서 내려온 시멘트로 블록을 찍어 지은 열두 평짜리 건물이었다. 그리고 마을회관은 곧 불어 닥친 새마을운동의 마을 거점이 되었다.우선 선택에게도 중대한 신변상의 변화가 생겼다. 십년 가까이 다니던 농협에서 나와 새마을운동 군지부의 총무가 된 것이었다. 그것은 그 해 처음으로 농림부에서 실시하기 시작한 독농가 연수에 다녀오고 나서 생긴 일이었다. 본래 고장에서 건실하
지형적으로 늪지대인 법수, 논농사가 주업이었던 이곳에 시설재배가 하나 둘 생겨가면서 지금 법수의 풍경은 하얀 비닐하우스 파도 같단 느낌이다. 단작화 되어가는 농촌의 현실이다. 그런 와중에도 토종을 지키고 가꾸는 이들이 있어 감사하다. 박미선(48세)씨는 여성농민회 회장으로 토종에 대한 책임으로 하우스 옆 논두렁을 이용해 황색얼룩콩과 보리콩을 심어 가꾸고 있다.첫해에 황색얼룩콩의 수확은 좋았다고 한다. 논두렁에 드문 드문 심어야 된단다. 황색얼룩콩을 수확해서 잡곡세트를 만들었다. 황색얼룩콩은 검은콩처럼 밥에 넣어 먹는다. 밥에 넣어먹으면 밤색이 약해진다. 늦콩으로 서리가 오고 나서 수확을 해도 된다.보리콩은 보리심을 때 심는다고 해서 보리콩이다. 늦가을 심어서 땅 속에서 겨울을 나고 이름봄에 올라온다.
동네에서 가장 가깝고 널찍한 재만이네 논은, 벼를 베어낸 뒤부터는 아예 아이들의 놀이터다. 편을 갈라 자치기도 하고, ‘삼팔선 놀이’도 하고, ‘에스(S)’자 놀이도 했다. 뛰고 달리고 자빠지고 하다 보니 아차, 뒷산에서 성큼 땅거미가 내려온다.“집에 가자.”서둘러 고무신을 챙겨 신고 동무들과 헤어져 집으로 향한다. 이제야 와락, 걱정이 밀려온다. 조금만 놀고 해지기 전에 집에 와서 마당에 널어놓은 고추멍석을 젖혀 덮어라, 동생들 숙제를 봐주어라, 또 뭣 뭣을 하여라… 엄니의 이런 저런 당부에 건성으로 그러마고 대꾸하고 놀이터로 내달렸던 것인데 노는 데에 정신 팔았다가 집에 가려 하니 걱정이 앞선다. 게다가 엉덩이가 서늘하여 만져보니 아침에 새로 입은 잠방이가 미어져 맨살이 감촉된다. 아, 이만하면
이 바쁜 가을날, 일하느라 눈코 뜰 새 없는 틈에도 세상 사람들은 또 어찌 알고 또 각종 놀이를 잘도 만들어 놨습니다.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입니다. 봄축제가 주로 꽃잔치 라고 한다면 가을은 역시 열매의 잔치, 결실의 잔치가 주를 이룹니다. 그러니 봄보다 훨씬 풍성한 지역축제들이 많습니다. 때마침 마을인근에서도 맥주축제가 있습니다. 맥주의 나라 독일에서 하는 축제를 본 따서 남해의 독일마을에서도 축제를 하는 것입니다. 나 같은 맥주 마니아들이 절친한 벗들을 초청해서 시원한 맥주 한 잔 마시며 세상을 들었다 놨다 하노라면 더없이 재미있을 것을, 안타깝게도 일 년 중에서 가장 바쁜 농사철인지라 엄두를 못 내고 쿵쾅거리는 음악소리에 마음만 출렁입니다. 가을축제를 즐기는 것도 역시나 농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입니다. 왜
한의학적으로 발은 제2의 심장이다. 발을 잘 지켜야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다. 건강한 발은 서 있을 때 뒤꿈치, 엄지발가락 뿌리와 새끼발가락 뿌리를 이용해 체중을 지탱하는 것이다. 발의 아치는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아야 하고 발가락은 곧게 뻗어야한다. 발은 신체의 체중을 지지하고 고르지 못한 지형에 적응해 적절하게 몸을 추진하고 감속하는 등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런 기능은 충격 흡수 장치인 발바닥의 지방 패드와 족저근막으로 지지되는 족궁의 유연성에 의해 보조된다. 하지만 최근 발가락 변형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족저근막염 증세를 호소하는 환자들은 날로 늘고 있다.발의 가장 대표적인 질환으로 족저근막염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발뒤꿈치와 발바닥 안쪽을 따라 통증이 생겨 걷는데 불편하
결국 그 일로 선택의 청와대 행은 좌절되었다. 그리고 새삼 세상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여러 날을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그 굴레에서 벗어날 길은 역시 다른 데에 있지 않았다. 연좌에 대해 절대 불만을 내색하지 말 것이며 하던 대로 정부 시책에 맞추어 더욱 열심히 일하는 것, 그리고 서둘러 공화당에 입당하기로 한 것이었다. 사실 그 무렵에 농촌 지역에도 공화당 당원을 배가시키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지난 선거에서 생각보다 많은 농민들 표가 김대중에게 간 것을 보고 박정희는 화들짝 놀랐다고 했다. 소문으로는 어찌 농민들이 자신에게 그럴 수가 있느냐며 분개했다고도 했다. 그래서인지 그 전에는 농민을 당원으로 가입시키는 일에 별반 나서지 않았던 지방 공화당에서 부쩍 당원 가입을 독려하고 있었다. 물론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라는 말은 이동전화 회사의 광고 문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손전화의 번호와 소속회사를 옮기듯이 사랑의 대상도 그렇게 옮겨 다닐 수 있다는 얘기렷다? 하지만 사랑이란 마음을 주고받는 거래인지라, 새롭게 부가된 서비스를 좇아서 번호를 바꾸고도 휘파람을 불거나 멀쩡하게 시침 뚝 뗄 수 있는 손전화의 경우와는 다르다는 게 문제다.군대 간 남자의 애인이 변심하는 것을 두고 ‘고무신을 거꾸로 신는다’라고 하거나, 애인을 다른 남자로 갈아치우는 것을 일컬어 ‘고무신 바꿔 신는다’라고 하는 표현이 언제 어떤 연유로 생겨났는지는 모르겠으나, 고무신을 끌어댄 그 비유 하나는 절묘하다. 내가 복무했던 기간에만도 우리 부대(중대)에서, 고무신을 거꾸로 신은 애인을 만나러가겠다며 부대를 무단이탈했다가 ‘
올해 날씨는 별스럽게도 지역 간의 차이가 큽니다. 가문 지역은 한없이 가물고 이곳은 또 쓸데없이 비가 잦습니다. 봄에도 그렇더니 가을까지 그렇습니다. 쓸데없는 가을비가 내리는 통에 바깥일은 못하고 창고 안에서 마늘 종자를 손봅니다. 농촌에는 맑은 날에는 두말할 것도 없거니와 비가 오면 비오는 대로 할 일이 있습니다. 가을비가 차락차락 내리는데 손만 놀리다 보니 지루하기도 하고 역시나 비가 내리면 뭐가 먹고 싶은 것이 많아집니다. 언젠가 양돈협회 관계자분의 말씀이, 비가 내리면 신체 에너지가 떨어져서 칼로리 공급을 많이 해줘야 한답니다. 그러니 비오는 날 먹고 싶은 것은 청량한 과일보다는 비교적 열량이 높은 음식이라는 것이고 그 중에 손쉽게 해먹을 수 있는 것이 전이었으니 그로 하여 비오는 날에는 파전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여름이 조금씩 멀어지고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아직 낮에는 뜨거운 햇빛이 남아있지만,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서 쌀쌀하다고 느끼는 날도 있다. 일교차가 커지는 환절기가 다시 시작되려고 한다.환절기에는 기온과 습도의 큰 변화가 일어나고, 몸도 부지런히 이 변화에 적응을 한다. 이러한 적응 과정에서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피로가 쌓여있을 경우에는 여러 가지 질병이 일어나기 쉽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환절기의 가장 흔한 질환은 감기와 같은 호흡기 질환인데, 호흡기가 기온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받기 때문이다. 메르스로 전국이 떠들썩했던 때가 오래 되지 않아, 다들 생활 관리나 위생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지만, 감기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에 흔하게 찾아오는 질환이다.감기
신문에 농촌의 지도자라는 소개가 나오고 시곡리의 마을길 넓히기가 실린 후 선택은 다시 권순천의 전화를 받았다. 이번에는 신문에 난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일이었다. 어쩌면 청와대에 초청을 받을지 모른다는 거였다. 귀를 의심할만한 이야기였지만 평소 신중한 권순천의 말이었으므로 믿지 않을 수 없었다.“정형 이야기를 청와대에서 본 모양이오. 아직 날짜가 잡히지는 않았는데 전국의 농촌에서 젊은 지도자로 꼽히는 사람 오십 명 정도를 청와대로 초청할 계획을 잡고 있어요. 도 별로 숫자를 책정하는데 충청도에서는 정형을 추천하였소.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그렇게 될 거요.”언뜻 그런 이야기를 신문에서 본 적이 있었다. 대통령이 시골에 가거나 농촌 젊은이들과 대화하는 걸 즐긴다고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책은 질문을 던진다. 먹거리가 풍부한 이 시대에 먹거리 부족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불합리함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한편에선 먹거리를 제대로 소비하지 못해 고통 받는 사람이 증가하고 한편에선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민들이 몰락하는 딜레마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안전한 먹거리를 원하는데도 먹거리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커지는 현실은 또 어떻게…?윤병선 건국대 교수의 새 책 「농업과 먹거리의 정치경제학」은 위의 질문이 발생하게 된 배경을 역사적, 구조적으로 분석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농식품 체계의 형성 과정, 미국과 국제기구의 비호 아래 농업과 먹거리에 대한 지배를 강화해 온 초국적 농산업 복합체의 사례, WTO, FTA, TPP로
괴산에 들어온 지 3년차 신참내기로 남편, 17개월 딸, 강아지 네 마리와 살고 있다. 토종콩 농사도 짓고 공부도 한다. 종자의 중요성을 다룬 글을 봤을 때 ‘이건 내가 할 일’ 이라는 깨달음을 얻었고, 대를 물려온 씨앗을 받아 들었을 때 그 뭉클함을 잊을 수가 없다. ‘피고 지고 또 피며 수대에 걸쳐 살아온 씨앗이라니…. 생명이 유한한 ‘내 존재’를 넘어 다음 세대에게 전할 것은 이런 씨앗이어야 하지 않을까.’ 전여농 토종사업단에서 일 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가 하겠습니다’ 하고 나섰다. 덕분에 전국 곳곳을 다니며 농사짓는 언니들을 만나 토종씨앗 현장을 돌아볼 수 있는 행복을 누렸다. 귀농 첫 해 언니들에게서 얻은 노란콩 1kg, 호랑이콩 1kg을 심어서 가을에 수확하고, 작년에는 지난
부산에 사는 페이스북 친구와 문자로 대화를 나누다 “요즘도 고무신을 파는 데가 있느냐?”고 물었다. 아마 있을 거라고 했다. 그러고는 잊고 있었는데 사나흘 뒤에 연락이 왔다. 고무신 가게에 와 있는데 신발을 몇 밀리 신느냐고 물었다. 감격하였다. 와, 요즘도 고무신을 파는 가게가 다 있다니, 역시 왕년의 신발산업의 메카였던 부산은 다르구나! 그런데 “고무신을 몇 밀리 신느냐?”는 질문에 나는 얼른 대답을 못 했다. 사실 그렇게 묻는 것은 고무신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구두나 운동화가 아닌 고무신이라면 “몇 문 신느냐?”라고 물어야 한다. 그랬다면 내가 고무신을 최종적으로 신었을 때의 크기였던 “십문 칠!”이라고 씩씩하게 대답했을 텐데.1960년대 초에 정부에 의하여 미터법 사용이 강제되었다. ‘너도 나도
추석이 코앞입니다. 나락 수확과 동시에 마늘과 시금치 등 월동작물을 심어야 하니 추석명절은 말이 명절이지 명절답지 못한 지가 한참은 됐습니다. 추석에는 특집영화 한 편 정도는 봐 줘야 되는데 말입니다. 아니 되레 신경이 더 많이 쓰입니다. 집안 구석구석 청소며 제수음식 장만, 밑반찬 준비 등 신경쓸 것이 여간 많은 것이 아닙니다.사실 농민들에게 추석의 의미는 충분히 있습니다. 농사가 잘 되고 못 되는 것이 사람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날씨 등 자연조건이 받쳐줘야 되므로 천지사물을 관장하는 천지신명님께, 또는 조상님의 은덕에 햇곡식으로 감사드리는 낮은 자세는 농민의 기본인 셈입니다. 잘 자란 벼는 물론이고 호박 한 덩이와 참깨 한 바가지도 자연과의 공존 때문이라는 것을 농사를 짓다보면 자연히 알게
가을이 왔습니다.가을이 깊어갈수록 국화향도 짙어만 갑니다. 산등성이를 오르다 노란 꽃들이 가을바람에 산들거리는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다가가면 콧속을 파고드는 노오란 국화향에 머릿속까지 상쾌해 집니다. 오늘은 바로 이 산에서 나는 국화, 즉 산국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우리가 흔히 들국화라 부르는 종류에는 산국과 감국(야국), 구절초 그리고 쑥부쟁이가 있습니다.중국의 전설적인 의약의 신인 염제 신농(神農)씨는 국화가 몸을 가볍게 하고 오래 살게 하는 최고의 영약이라고 했습니다. 또 팽조라는 선인은 구절초를 심은 연못가에서 늘 구절초 잎에 맺힌 이슬을 받아먹고 수백 년을 살았다고 합니다.오늘날에도 중국에는 중양절(음력 9월 9일)에 국화주를 마시는 풍습이 있습니다. 이는 옛날 후한시절 여남 땅
어딘지 오만한 끼가 흐르던 기자는 떡 벌어지게 차린 점심상과 면장이 찔러준 봉투 하나를 주머니에 넣고 나자 태도가 바뀌었다.“사실 전국 아무 마을에나 가서 취재해도 되는데, 서울 근처 가까운 데서 해도 되고요. 권국장님이 굳이 부탁하셔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겁니다. 잘 아시겠지만 신문에 한 번 실리는 게 보통 일이 아니잖습니까? 게다가 청와대에서까지 각별하게 관심을 두고 있는 사안이니만큼 이런 기회는 평생 한 번 있을까말까지요.”맥주잔을 쭉 비우며 기자가 생색을 내자 면장이 얼른 잔을 채웠다.“모쪼록 잘 좀 써주십시오. 우리 면이야 충청도 산골이지만 그래도 전 면민이 한데 뭉쳐서 정부 시책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걸 강조해주시고요.”시골 면장으로서는 이만한 기회도 없을 터였다. 그런 것을 꿰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