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가을 산국

  • 입력 2015.09.18 13:09
  • 수정 2015.09.18 13:14
  • 기자명 나현균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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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현균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이사장

가을이 왔습니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국화향도 짙어만 갑니다. 산등성이를 오르다 노란 꽃들이 가을바람에 산들거리는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다가가면 콧속을 파고드는 노오란 국화향에 머릿속까지 상쾌해 집니다. 오늘은 바로 이 산에서 나는 국화, 즉 산국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들국화라 부르는 종류에는 산국과 감국(야국), 구절초 그리고 쑥부쟁이가 있습니다.

중국의 전설적인 의약의 신인 염제 신농(神農)씨는 국화가 몸을 가볍게 하고 오래 살게 하는 최고의 영약이라고 했습니다. 또 팽조라는 선인은 구절초를 심은 연못가에서 늘 구절초 잎에 맺힌 이슬을 받아먹고 수백 년을 살았다고 합니다.

오늘날에도 중국에는 중양절(음력 9월 9일)에 국화주를 마시는 풍습이 있습니다. 이는 옛날 후한시절 여남 땅에 항경이라는 사람의 고사에서 시작되었는데, 하루는 비장방이라는 선인이 나타나 “9월 9일 너희 집에 액운이 닥쳐 올 터이니 그것을 피하려면 높은 산에 올라가 국화주를 마시도록 하여라”고 말했다 합니다. 항경은 선인이 시키는 대로 가족들을 데리고 9월 9일 높은 산에 올라가 국화주를 마시고, 저녁에 집에 돌아왔는데, 놀랍게도 집에 있던 가축들이 모두 떼죽음을 당해 있었습니다. 즉, 집에 닥친 재액을 가축들이 대신 받은 것이었습니다. 이 일이 있은 뒤로 해마다 음력 9월 9일이 되면 국화주를 마셔 재액을 면하고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중양절의 풍습이 시작되었다 합니다.

우선 산에서 흔히 보는 노란 야생국화 중 두화의 지름이 1~1.5cm정도의 크기는 산국이라 하고, 이것보다 지름이 큰 2~2.5cm의 크기는 감국이라 합니다. 여기서 두화란 꽃잎을 제외한 꽃머리를 말합니다.

또한 흔히 들국화라 불리는 구절초와 쑥부쟁이는 그 모양이 서로 비슷하여 구별하기 힘든데, 우선 구절초의 꽃은 하얀색이거나 담홍색인데 반해 쑥부쟁이는 연한 보랏빛입니다. 구절초의 잎은 국화와 비슷하게 끝이 둥글지만 쑥부쟁이는 잎이 길고 끝이 뾰족합니다. 또한 구절초는 꽃대 하나에 꽃이 하나씩 달려있는데 쑥부쟁이는 꽃대 하나에 가지를 쳐 여러 개의 꽃이 달려 있습니다. 구절초의 향은 국화와 비슷하지만 쑥부쟁이는 향이 거의 없습니다.

구절초는 선모초라하여 여성들의 자궁을 따뜻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약으로는 산국과 감국이 주로 쓰이는데, 중국의 <일화본초>에는 산국은 뇌신경을 튼튼하게 해 머리를 맑게 하고 기억력을 좋게 하며 눈을 밝게 하는 효능이 있으며, 상시로 먹으면 마음이 안정되고 불면증, 신경쇠약 등의 증상을 없앨 수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또한 <본초비요>를 보면 “국화를 구기자와 함께 복용하면 영영 눈병이 생기지 않으며 머리와 눈이 어지럽고 아픈 것을 다스린다”고 돼있습니다.

산국의 복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채취한 산국을 물에 잘 씻어 소금을 넣은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 독성을 제거한 후 채반에 건져 물기를 빼고 4~5일 간 잘 말려 놓았다가 필요시 3~4송이의 말린 국화를 찻잔에 넣고, 90도 정도의 따뜻한 물에 1분 정도 우려내어 마시는데 3~4번 우려먹을 수 있습니다. 따뜻한 물에서 3분 정도 지나면 예쁜 꽃송이가 활짝 피어나므로 녹차 위에 한 송이씩 띄워 마셔도 향과 운치를 더욱 즐길 수 있습니다.

약으로 쓰려면 마른 산국 6~12g정도를 약한 불에 1시간정도 은근히 달여서 아침저녁으로 복용하면 화병을 다스리고 눈의 염증이나 충혈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

또 메밀과 함께 산국이나 감국을 넣어 베개를 만들어 베고 자면 불면증을 치료하기도 하는데, 감국 주성분인 캠포(camphor)가 정신을 안정시키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키카놀(kikkanol) A, B, C 등이 함유되어 있고 플라본 배당체 등도 함유하고 있는데, 결국 이러한 성분들이 관상동맥의 저항과 총 말초 저항을 저하시켜 심혈관계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일찍부터 연구됐으며, 또한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여 고지혈증에도 효과가 있는 것은 물론, 항염증 작용도 강하여 알러지성 비염 등에도 좋은 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흔히 접하는 국화꽃 내음만으로도 마음이 안정이 될 진데, 산이나 들에서 자연의 향을 머금은 산국을 채취하여 찻잔에 몇 송이 띄워놓고 그윽한 향을 맡는다면, 그것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 몸을 치료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가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여름내 힘들었던 몸과 마음을 잠시 국화향으로 힐링해 보심이 어떠실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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