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도 배추도…재난적 가을장마 앞 ‘추풍낙엽’

사과 중조생종 낙과·열과 피해 이후 부사까지 빨간불
배추는 무름병에 심난…수확 때 추가피해 확인 가능성

  • 입력 2025.10.31 09:00
  • 수정 2025.10.31 09:18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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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달 28일 경북 청송군 현서면의 한 과원에 달려 있는 부사. 전체적으로 착색이 불량하고 군데군데 열과까지 발생해 있다.
지난달 28일 경북 청송군 현서면의 한 과원에 달려 있는 부사. 전체적으로 착색이 불량하고 군데군데 열과까지 발생해 있다.

한 달이나 이어진 가을장마는 품목을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농산물에 광범위한 피해를 안겼다. 비가 그치고 기온이 내려감에 따라 재해는 일단 수습되고 있지만, 살아남은 작물을 바라보는 농민들의 얼굴엔 여전히 근심이 가득하다.

사과는 양광·감홍·시나노골드 등 조중생 품종이 치명적인 낙과·열과 피해를 입었다. 지역을 불문하고 통상 과원마다 10박스(18kg) 이내로 발생하던 낙과가 50박스 이상씩 발생하고, 수분을 머금은 사과가 터져버렸다는 호소가 빗발치고 있다.

많게는 조중생 수입의 절반 가까이가 날아간 상황인데 피해를 보상받을 길은 요원하다. 정책은 감감무소식이고, 설령 재해보험에 가입했다 하더라도 낙과는 보험금 지급 기준이 모호하고 열과는 아예 보험 보장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썩고 뒹구는 사과들을 그냥 둘 수 없어 착잡한 심정으로 정리를 마쳤을 뿐이다.

전국 사과 재배면적 중 조중생종의 비중은 30~40% 정도다. 그 피해만으로도 농업소득 타격이 크지만, 앞으로의 관건은 주력 품종인 부사(만생종)다. 부사 역시 일부 낙과·열과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착색이다. 평년 같으면 수확이 20~30% 진행됐어야 할 시기임에도 일조량 부족으로 착색이 되지 않아 대부분의 부사가 그대로 달려 있는 실정이다.

사과 농가들은 그야말로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상태다. 경북 청송의 사과농가 강동수씨는 “11월 중순 이후까지 날씨가 좋으면 착색이 될 가능성도 있는데 만약 기온이 급강하하게 되면 사과가 물러져 정상적인 보관·유통이 불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후재난에 취약한 과수농사의 고충을 토로하며 “재해로 농사를 실패하게 되면 그 해는 완전히 끝나버리는 거다.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고 푸념했다.

지난 21일 충북 청주시 미원면 일원의 수확을 앞둔 배추들이 무름병으로 전부 쓰러져 있다. 유승현 기자
지난 21일 충북 청주시 미원면 일원의 수확을 앞둔 배추들이 무름병으로 전부 쓰러져 있다. 유승현 기자

김장배추 농가들은 익히 알려졌듯 무름병으로 곤욕을 치렀다. 전남 주산지는 물론이거니와 전북·충북·강원 등 모든 지역이 아우성이다. 포전별로 차이는 크지만 기본적으로 20~30%씩의 피해 호소가 일반적이다.

대개 이모작 작물로 선택하는 배추는 밭농사 한 해 수익의 절반을 책임진다. 다행히 정부로부터 재해로 인정은 받았으되, 적어도 개정 재해대책법이 적용되기 전인 올해까진 터무니없이 부족한 피해 지원을 감내해야 한다.

무름병 확산세가 누그러진 이후 조중생 사과처럼 피해 포전 정리를 마쳤지만 역시나 불안감은 팽배하다. 이무진 해남군농민회장은 “무름병은 뿌리를 상하게 하는 병이라, 살아남은 것처럼 보이는 배추도 앞으로 속이 차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수확철에 문제가 크게 두드러질 수 있다”며 “최근 도매시장 배추 경락가가 급격하게 뛰었는데 시장이 이런 상황을 알고 가격에 반영한 게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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