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역할은 오직 농민이 더 편안히 농사짓게 하는 것”

인터뷰 l 박명종 제주 성산일출봉농협 조합장

  • 입력 2025.09.04 18:25
  • 기자명 채호진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채호진 기자]

29년간 제주 성산일출봉농협 직원으로 근무하며 민주노총 상호금융연맹 농협노조 제주본부장을 6년 역임한 뒤 퇴직. 일반 조합원으로 생활하다 조합장 선거 출마 세 번째 도전 만에 지난 2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성산일출봉농협 박명종 조합장(사진). 취임한 지 7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많은 변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채호진 기자

박명종 제주 성산일출봉농협 조합장.
박명종 제주 성산일출봉농협 조합장.

당선 7개월차 어떻게 지내고 있나

그동안 직원들에게 가장 먼저 주문한 것은 조합원들이 지치지 않도록 친절하게 대해 조합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또한 지금 남은 과제들인 제2유통센터 건립, 인력중개사업, 성산일출봉농협의 전략 품목인 감황(키위의 한 품종)의 판로확보에 힘쓰고 있다. 그리고 제주 제2공항 발표 후 부동산 투기로 인한 대출로 연체가 증가하고 있어 우리 농협에 위기가 올 것 같아 사전에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관광객 유입 축소로 인한 하나로마트 매출 감소를 현장 농민 조합원들의 판매로 이겨내기 위한 방향을 찾으며 바쁘게 지내고 있다.

가장 중점적으로 하는 일은 어떤 것이며 성과는 어떤가

올해 2월 취임 후 우리 지역의 월동무 가격이 높게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농식품부의 월동무 수입 계획을 늦추려고 많이 노력했다. 그 결과 월동무 가격이 일정하게 유지돼 농가소득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준 것 같다. 그리고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게 우리 조합이 직접 토양 개량제 살포단을 꾸려 살포에 나섰다. 이처럼 농가의 어려움을 최대한 나누려는 사업을 우선하고 있다. 또한 한여름 밤 영화관람의 장을 만들어 조합원들의 여가 생활에도 도움을 주려 했다.

한미 상호관세 협상 때 농산물 추가개방 반대 현수막이 내걸린 성산일출봉농협 건물. 
한미 상호관세 협상 때 농산물 추가개방 반대 현수막이 내걸린 성산일출봉농협 건물. 

성산일출봉농협 하나로마트 계약직인 결혼 이주여성을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한·미 상호관세협상 진행 땐 농산물 추가개방을 반대하는 대형 현수막을 농협 건물에 내걸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인데 남다른 뜻이 있었나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농산물 추가개방 우려가 컸고 농협이 지역에 이 상황을 알리며 앞장서서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현수막을 내걸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과거부터 생각해 왔다. 비정규직을 그냥 두기보단 기능직으로라도 전환해 직원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것이다. 향후 3년 이내에 현 비정규직 직원들을 전원 기능직으로 전환할 계획이 있으며 이 계획에 따라 결혼 이주노동자도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농협 직원에서 조합원을 거쳐 조합장까지 됐다. 각 자리에서 바라 본 농협의 가치에 차이가 있었나

처음 농협 직원일 땐 조합원들이 사회에서 상대적 약자라고 생각했다. 협동조합이라는 게 약자들의 모임이니 조합원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직원들도 노동조합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더 다가가는 방법을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 안에서 한계를 느끼고 조합장에 출마해 그것을 이뤄보려고 했다. 조합장에 당선된 후에도 내 생각에 변함은 없으며 그것은 오직 어려운 시점에서 조합원들이 더 편안하게 농사지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일반 주민들은 농협을 농협은행, 하나로마트 정도로 인식하며, 협동조합이란 본질은 점점 잊고 있다. 농협의 역할은 무엇일까

농협은 지역에서 돈벌이하는 게 아니고 사회에 공익적인 기관이 돼야 한다. 지역발전을 위해 공익사업을 계속할 것이며 수익도 지역 내 어려운 부분에 환원되게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앞으로 이런 부분을 예산에 반영하려고 한다.

현재 농민 조합원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자잿값 상승이나 유통비용에 대해 성산일출봉농협이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은

막상 조합장을 해 보니까 혼자 힘으로는 너무 힘들고 지금 가입한 정명회를 통해 농협개혁이든 농정개혁이든 조합원들의 뜻을 담아서 국회와 정부를 계속 찾아가려고 한다. 농자잿값도 인상되기 전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와 제주도정에 계속 요구하고 있고, 우리 농협도 예산 부분에서 우선 편성하고 준비하려 한다.

더 하고 싶은 말은

농협은 진짜 순수하게 농민 조합원들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농협이 지역사회에서 공익적인 가치를 이루지 못하면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고정자산에 대한 투자를 최소화하고 소득을 농민 조합원들에게 최대한 되돌려 줄 방법을 계속 찾아 나갈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