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재난지원 빈자리 채우는 산불성금 '언제, 얼마나 지원?'

사회재난 성금, 자연재해와 달리 지급기준 따로 없어
피해 주민들 ‘언제, 얼마나 지원되나’ 알기 어려워
‘성금 관련 안내·배분 과정에 주민 참여 절차’ 필요
배분 논란 막으려면 ‘피해 주민과 충분히 소통해야’

  • 입력 2025.05.26 10:25
  • 수정 2025.05.26 10:32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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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경북 산불 피해 관련 정부 추가경정예산이 확정됐고, 성금도 계속 모금 중이지만 정작 피해 주민들은 실제 지원이 언제, 얼마나 이뤄질지 알 수 없어 답답해하는 실정이다.

지난 22일 경상북도(지사 이철우, 경북도)에 따르면 산불 관련 추경은 1조1228억원(18개 사업)이며, 총 성금은 1710억원(20일 기준, 잠정집계)을 넘어섰다. 성금은 행정안전부 창구 1683억원(4월 모금 종료), 경북도 창구 약 371억원(5월 종료)이며, 고향사랑기부제 모금액은 22일 기준 52억여원(산불 피해지역 전체, 6월 종료)이다. 이는 지난 2022년 3월 발생한 경북 울진 산불 때(820여억원)를 크게 넘어서는 액수로, 현재 모금이 계속되는 경북도와 고향사랑기부제, 시군 단위까지 취합하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재난지원금 등 정부 지원은 추경예산이 지자체로 교부되면 비교적 빠르게 집행될 수 있지만, 성금은 배분 시점을 가늠하거나 관련 정보를 얻기조차 어렵다. 피해 주민들은 행정 절차상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건 이해한다면서도 언제, 얼마를 지원 받을지 알 수조차 없는데 마치 많은 성금을 받은 것처럼 보일까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산불 피해 농민 최기철(경북 의성군)씨는 “울진 산불 당시 성금 지급 규정이 없어 산불이 3월에 났는데도 그 해 연말까지 성금을 다 지원하지 못했다고 들었다. 의성군도 성금을 많이 모았고, 주민자치단체들도 1000만원이 넘으면 모금 권한이 없어 모금액을 의성군으로 넘겼다”며 “하지만 정작 울진 때처럼 언제 지원할지도 모르고, 제도 미비로 실행이 한없이 늦춰질 수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산불 피해 농민 문헌준씨(경북 의성군)도 “의성군이 성금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정작 피해 당사자인 우리는 알 수 없다. 어떻게 관리하는지 공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울진의 경우, 산불 발생 7개월이 지난 2022년 10월까지도 성금이 절반도 배분되지 못했고, 세입자·주택규모에 따른 차별 등 배분 기준에 대한 논란도 끊이질 않았다. 결국 다음 해인 2023년 6월에야 성금 배분 기준(울진군 ‘2022년 산불피해 지정기탁금 배분 행정(안)’)이 나왔다. 앞선 두 농민의 지적을 지나칠 수 없는 이유다. 이는 성금이 「자연재해대책법」상 자연재해 성금과 사회재난(산불은 사회재난에 속함) 등을 포함한 일반 기부금으로 나뉜 데 따른 것이다. 자연재해 성금은 의연금품 관리·운영 규정상 구호금의 지급기준이 명시된 반면, 사회재난 성금 배분 기준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기부금 모집 기관을 중심으로 구성된 기부금협의회가 총 성금액과 피해규모를 고려해 피해 지자체의 의견을 청취한 뒤 결정한다.

지난 3월말 발생한 영남권 대형 산불 피해 지역인 경남 산청군 한 마을의 주택이 전소된 모습. 한승호 기자
지난 3월말 발생한 영남권 대형 산불 피해 지역인 경남 산청군 한 마을의 주택이 전소된 모습. 한승호 기자

정부 재난지원 규모가 매우 미미한 구조에서 성금이 피해 보전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성금엔 피해 회복을 바라는 국민적 성원이 담겨 있어 기부자나 수혜자(피해자) 모두에게 매우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피해 당사자들은 성금 배분 기준과 절차, 관리 현황 등에 관한 정보에 접근하기조차 어렵다. 의연금품 관리·운영 규정과 「기부금품법(약칭)」에 따라 결산 내역 등을 공개(모집자 및 전국재해구호협회와 행안부 지정 홈페이지)하게 돼 있긴 하지만 일반 주민은 물론 생계와 복구로 여념 없는 피해 주민들이 이를 알긴 어렵다. 이에 피해 당사자의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북도 담당자는 “일선 담당자들에게 관련 업무로 바쁘더라도 지원 시기 등 관련 정보에 대해 개괄적인 로드맵이라도 제공해야 이재민도 복구 계획을 세울 수 있지 않겠냐고 강조하고 있다”라며 “도가 아무리 열심히 한다 해도 주민들이 피부로 못 느끼면 다 무용지물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유해정 재난피해자권리센터장은 지난달 산불피해 대책 국회 토론회에서 “산불 피해자들이 직면한 큰 문제는 정보의 부재와 그에 따른 혼란이다. 보상 및 지원, 성금 사용 등 매우 기본적 정보가 제공되지 않거나 뒤늦게 제공됐고, 대다수 피해자가 고령이라는 특성도 간과됐다. 이에 대한 공식적인 정보 채널이나 브리핑 등이 거의 없고, 보상 방식과 성금 배부 우선순위 등 중요 결정에서 피해자 참여 절차가 전혀 없다”라며 “특히 성금 배분 과정에 피해자 의견이 적절히 반영돼야 하고, 성금과 관련 재정이 투명하게 운영·집행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이번 산불 피해가 역대 최대인 만큼 성금도 더 필요한 상황이다. 경북도 담당자는 “현재 울진 때보다 성금이 2배 정도 더 들어왔지만, 울진 산불 때는 피해 주택이 200채였고, 이번엔 4000채에 이르러 성금액수로만 비교할 순 없다”라며 “울진 때는 3600만원(주택 전파시 최대 지원액)에 성금을 보태 피해 가구에 1억2000만원까지 지원했지만, 이번엔 그 정도 지원은 어려울 것 같다”라고 예상했다. 이어 “정부 예산만으론 감당이 안 된다. 추경을 따져보면 직접 지원금액은 얼마 안 된다. 송이 대체작물 지원 58억원, 농기계임대 24억원에 융자지원인데 결국 이는 갚아야 하고, 나머지 8600억원(추경의 약 80%)은 산림·축대 등 복구비라 주민에 대한 실제 지원액은 잘 못 느낄 정도다. 성금이나 추가 재원 없인 어려운 상황이라 도에서도 성금 모금과 정부의 추가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가적 재난 지원 체계의 역부족이 다시금 드러나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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