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독성물질 함유 논란’을 띤 유전자조작물(GMO) 감자(미국 J. R. 심플롯 사 개발)의 수입 현실화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농민·시민사회단체들은 일말의 GMO 감자 수입 가능성을 열어젖힌 1차 책임을 농촌진흥청(청장 권재한, 농진청)에 묻고 있다.
농진청은 최근 심플롯 개발 GMO 감자 ‘SPS-Y9’의 환경위해성 심사 결과 관련 언론 대상 설명자료를 통해, 농진청이 직접 식품용 GMO 감자에 수입 적합 판정을 내린 게 아니라 과학 분야 전문가들의 충분한 심사를 거쳐 “국내 작물 재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낮다”고 통보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농진청은 어디까지나 ‘작물 재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뿐, 식품으로서의 최종 수입 승인 여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 식약처)의 안전성 평가에 달렸다며 역할을 구분 짓고 있다.
먹거리 안전성과 직결되기에 시민들이 민감하게 바라보는 GMO 감자에 대한 정부 기관들의 심사가 철저히 ‘분업구조’ 속에서 진행되니, 농진청은 심사 결과를 향한 시민들의 비판에도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며 빠져나가려 한다. 기조가 이러하니 GMO 감자 수입을 위한 판단은 자연스레 식약처로 넘어가게 된다. 판단 책임이 넘어가건 말건 ‘우리 소관’을 다한 농진청으로선 알 바 아닌 상황이 된다.
농민·시민사회단체들은 농진청이 석연치 않은 환경위해성 심사 결과를 내놓음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미국 GMO 감자 수입을 부를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젖혔다고 판단한다. 지난 1일 전북 전주시 농진청 앞에서 전북지역 농민·시민사회단체가 주최하고 GMO반대전국행동·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등이 주관한 ‘농촌진흥청의 GMO 감자 수입 승인 졸속 진행 문제 제기 기자회견’도 그러한 판단 아래 열렸다.
참가자들은 농민·시민과의 제대로 된 합의 없이 환경위해성 심사 결과를 ‘적합’이라고 내놓은 농진청을 강력히 규탄하며, 정부를 향해 GMO 감자 수입 승인절차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농진청 입구 앞 도로 아스팔트에 분필로 ‘GMO 감자 수입 반대’, ‘농진청장 파면하라’ 등의 구호를 쓰는 항의 행동도 전개했다.
김상기 한국친환경농업협회 회장은 “(정부의) 감자 수입 관련 논의 과정에서 농민과 소비자가 빠졌다”라며 “GMO 문제 관련 논의 과정에서 농민·소비자가 직접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진청 측은 심플롯 GMO 감자의 환경위해성 여부를 살펴본 심사위원들이 엄정하게 과학적 검증을 진행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그 심사위원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직접적으로 GMO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지에 대한 여부는 밝히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시민사회 입장에선 GMO 친화적 성향의 학자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 직후 농민·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과 농진청 측 관계자들이 가진 면담 자리에서, 문재형 GMO반대전국행동 집행위원장은 농진청 측에 SPS-Y9 등 심플롯 GMO 감자의 환경위해성을 심사했던 위원들의 명단(단, 실명 공개는 어려울 수 있으니 가명으로 달라고 전제함) 및 이들의 지난 5년간 GMO 관련 연구 목록을 요청했다. 문 위원장은 “GMO 관련 이해당사자들이 GMO (환경위해성, 안전성 등의) 승인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는다”며 “예컨대 GMO와 관련해 수억원 짜리 금액이 연계된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이 심사위원으로 들어오면 아무래도 GMO에 우호적인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