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물질 논란’ 미국산 GMO 감자, 다시 우리 밥상 위협하나

농진청, 미국 심플롯 개발 GMO 감자 환경위해성 심사 결과 ‘적합’ 판정
송옥주 의원 “미국 통상압력에 정부 스스로 비관세장벽 허무는 데 몰두”
GMO 반대 농민·먹거리운동단체 “GMO 감자 수입 승인절차 철회하라”

  • 입력 2025.03.30 18:00
  • 수정 2025.03.31 12:04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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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GMO반대전국행동·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전국먹거리연대가 ‘GMO 감자 수입 절차 철회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중 강말숙 한살림동서울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지난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GMO반대전국행동·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전국먹거리연대가 ‘GMO 감자 수입 절차 철회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중 강말숙 한살림동서울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정부가 2018~2019년에 이어 올해 다시금 독성물질 함유 논란을 띤 미국산 유전자조작체(GMO) 감자 품종의 수입 승인절차를 진행 중인 가운데, 농촌진흥청(청장 권재한, 농진청)이 지난달 GMO 감자 품종 중 하나에 환경위해성 심사 결과로 ‘적합’, 즉 수입해도 괜찮다는 판단을 내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송옥주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농진청은 미국 J. R. 심플롯(심플롯) 사가 개발한 GMO 감자 품종 ‘SPS-Y9’와 관련해 지난달 17일 “식품용 LMO(GMO) 감자가 국내 작물 재배 환경에 비의도적으로 방출되더라도 위해를 일으킬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취지의 환경위해성 심사 결과를 내놓았다.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 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GMO법)」에 따르면, 국내에 수입될 예정인 GMO는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환경부로부터의 환경위해성 심사 및 그에 이은 식약처의 안전성 심사를 통과해야 수입이 허용된다. 해양수산부·환경부의 경우 SPS-Y9 품종에 대해 각각 2018년과 2020년 환경위해성 심사 결과를 ‘적합’과 ‘조건부 적합’으로 발표했다. 7년 가까이 환경위해성 심사 결과 제출을 보류하던 농진청(농식품부로부터 환경위해성 심사 역할 위임 받음)은 지난달 17일 ‘적합’ 판정을 내린 뒤, 연이어 지난달 21일 식약처에 심사 결과를 통보했다. 농진청마저 ‘적합’ 판정을 내림으로써, SPS-Y9 품종의 수입 승인을 위한 절차는 식약처의 안전성 심사 및 시험방법 고시, 그리고 식약처 누리집을 통한 한 달간의 의견수렴 절차만을 남겨두게 됐다.

농진청의 심사 결과 통보 시점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 장관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의 통상문제 관련 논의차 미국을 방문(지난달 26~28일)하기 5일 전이었다. 송옥주 의원은 “국내 종자와 식량 산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환경위해성 심사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던 농진청이 하필이면 지난달 산자부 장관의 미국 방문에 맞춰 신속하게 환경위해성 심사결과서를 (식약처에) 제출했다”며 “정부가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압력에 밀려 스스로 그동안 미국 측이 문제 삼았던 농식품 분야 비관세장벽을 허무는 데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자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진청은 앞서 2016년 9월에도 심플롯 사의 GMO 감자 품종 ‘SPS-E12’에 대한 환경위해성 심사 결과도 ‘적합’이라고 내놓았다. 다만 당시 심사 결과는 ‘가공용을 전제로 한’ 적합 판정이었다. 반면 이번 SPS-Y9에 대해선 아무런 조건도 달지 않은 채 적합 판정을 내렸다. 2016년 SPS-E12 관련 심사 결과보다도 퇴보한 결과를 내놓은 셈이다.

송 의원은 “덩이줄기 등으로 번식이 가능해 생육과 번식이 왕성한 감자의 특성을 잘 아는 농진청이 SPS-Y9의 작물 재배 관련 환경위해성 심사 결과를 ‘적합’으로 판정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농진청이 앞서 SPS-E12의 경우 가공용에 한정해 적합하다는 심의 결과를 내놓았고, 환경부가 SPS-Y9의 자연생태계 환경위해성 심사 뒤 발아할 수 없는 가공용으로 사용처를 제한한 조건부 적합 심사 결과서를 제출한 만큼, 농진청은 지난달 식약처에 제출한 심의 결과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농민·먹거리운동단체들의 연대체인 GMO반대전국행동·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전국먹거리연대는 이상의 문제와 관련해 지난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GMO 감자 수입 절차 철회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 소비자를 대표해 참가한 강말숙 한살림동서울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장은 GMO 감자 수입 승인 시 특히 자녀세대가 먹거리 안전성을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특히 패스트푸드점에서 판매하는 감자튀김에 GMO 감자가 원료로 사용될 가능성, 정작 패스트푸드점 등의 식품접객업 분야는 GMO 표시 의무가 없기에 무엇이 GMO 감자튀김인지도 알 길이 없다는 게 강 이사장 등 참가자들의 비판 지점이다.

송 의원 측은 심플롯 GMO 감자가 주로 햄버거 프랜차이즈(롯데리아, 맥도널드 등)에서 파는 감자튀김용으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GMO 감자를 마트에서 냉동감자로 팔면 GMO 표기 의무가 있지만, 식당에서 음식 재료로 사용하면 표기 의무가 면제되기 때문이다.

한편 심플롯이 국내에 밀어 넣고자 하는 GMO 감자 품종은 이미 2018년부터 안전성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감자 품종의 개발자인 카이어스 로멘스 박사(품종 개발 당시 심플롯 근무)는 GMO 감자 개발 과정에서 오히려 독성물질(발암물질 포함)이 축적됐기에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농민을 대표해 참가한 신지연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은 GMO 감자 수입 현실화 시 “감자 자급률 하락, 그에 따른 감자 가격 하락, GMO 표시 없이 판매되는 감자로 인한 먹거리 안전성 문제 심화, 농민 피해 문제가 심화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정부에 “GMO 감자 수입 승인절차를 즉각 철회하고 국민의 건강한 식탁을 보장하면서, 농민들이 지속적으로 농사지을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참고로 식약처는 이미 통과됐던 GMO 감자 안전성 평가결과를 보류하고 수입승인 절차를 되돌린 사례가 있다. 2018년 8월, 식약처는 GMO 감자 SPS-E12의 수입을 승인할 예정이라며 해당 품종의 GMO 표시제 등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과 농민·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대응, 언론의 문제 제기, 해당 품종의 개발에 참여했던 카이어스 로멘스 박사의 책자 발간을 통한 GMO 감자 위험성 폭로 등으로, 식약처는 안전성 심사를 다시 진행하기로 한 바 있다.

한편 농진청 측은 GMO 감자 환경위해성 심사 결과와 관련해 "식품용 GMO 감자에 대해 수입 적합 판정을 내린 게 아니라 분자생물학, 생리생태, 유전육종, 독성과 타 생물 영향 분야 전문가들이 충분한 심사를 거쳐 국내 작물 재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낮다고 통보한 것"이라며 "식품으로서의 최종 수입 승인은 식약처의 인체 안전성 평가를 거쳐 이뤄진다"고 반론했다. 심사는 과학적 근거에 따라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LMO 위해성 심사위원회'에서 평가하며, 심사 결과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과 하등 관련이 없다는 게 농진청의 입장이다.

농진청은 이어 "국내에서 GMO 감자 재배는 승인되지 않은 상태며, 승인받지 않고서 GMO를 수입하거나 생산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한 뒤 "미국산 감자는 수입 통관 과정에서 발아억제제를 처리해, GMO 감자가 비의도적으로 유출되더라도 생존이 불가능하므로 국내 토종 감자와 교배될 가능성이 없으며, 특정 해충이나 병원균에 내성이 생길 가능성은 더더욱 없다"고 밝혔다.

물론 농진청은 직접적으로 'GMO 감자 수입 여부'를 판가름하는 조직은 아니나, 결과적으로 환경위해성 심사 결과를 '적합'으로 내놓음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 식약처)가 그 다음 단계인 '안전성 심사' 단계를 밟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미 2018년에 독성물질 함유 논란을 띤 또 다른 심플롯 GMO 감자에 대해 식약처가 안전성 심사 결과를 '적합'으로 내놓았던 전례가 있는 만큼, 농진청의 의도와 별개로 GMO 감자 수입이 가능토록 할 통로를 열어줬다는 비판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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