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은 우리 국민들이 쌀 다음으로 많이 먹는 제2의 주식이다. 국수, 라면, 우동, 빵 등 수많은 먹을거리의 원료가 되는 밀은 연간 200만톤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한국제분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밀은 213만2000톤 들어왔는데 원산지별로는 호주 48.9%, 미국 45%, 캐나다 6.1% 등이다. 2023년 국산밀 생산량인 5만톤의 43배가 되는 물량이 수입된 것인데 제2의 주식을 절대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암울한 실태를 하루빨리 바꿔야 한다.
2023년 1인당 밀 소비량은 35.7kg이며 밀가루 총소비량은 208만6000톤이다. 5년 전 2019년 소비량인 200만7000톤에 비해 3.9% 증가했다. 이처럼 밀가루 소비는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 국민이 먹는 밀 제품의 99%가 미국산, 호주산인 상황이다. 제2의 주식인 밀을 계속 수입에 의존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국산밀 자급률은 좀처럼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밀 자급률을 높일 확고한 국산밀 정책이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제1차 밀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1%도 채 안 되는 밀 자급률을 2025년에 5%까지 증대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목표를 세운 지 이미 4년의 시간이 흘렀고 2025년까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가 세웠던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달성한 사례가 한 번도 없었던 것처럼 밀 자급률 목표치도 달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기후변화로 밀 작황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밀 생산 농가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밀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을 지키고 밀 자급률 확대를 위한 혁신적인 정책을 도입해야만 한다.
우선 밀 직불금 단가 인상이 필요하다. 전략작물직불제는 논에 밀, 콩, 사료작물을 심는 경우 직불금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품목별로 지급단가에 차이가 큰 데 정부가 집중적으로 밀고 있는 가루쌀 직불단가는 1ha당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인상됐다. 하지만 정작 가장 자급률 향상에 힘을 쏟아야 하는 밀은 50만원에 불과했다. 2025년 예산안에 밀 직불단가를 100만원으로 증액하겠다는 계획이 담긴 것은 그나마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밀 직불단가는 가루쌀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정부는 당초 가루쌀로 수입밀을 대체하겠다고는 장담했지만 정작 국산밀 소비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오래전부터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등에서 주장해왔던 것처럼 밀 자급률 증가의 핵심은 바로 국산밀 소비 확대다. 소비 확대를 위해 국산밀 생산환경이 처해 있는 여건을 개선하고, 공공급식에서 국산밀을 소비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공공급식에서 국산밀을 이용한다면 3만톤이 넘는 물량의 소비 확대가 예상된다. 국산밀 자급률을 1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는 확고한 정책 기조로 소비정책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