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비는 폭등하는데 … 마늘·양파 생산자 “TRQ 수입 중단하라”

정부 TRQ 수입 방침에 “생산자와 협의하겠다던 약속 어겨”

  • 입력 2022.11.20 18:00
  • 기자명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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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태형 기자]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열린 ‘TRQ 수입 중단! 생산비 폭등 대책 촉구! 전국 마늘·양파 생산자대회’에서 농민들이 TRQ 수입 중단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열린 ‘TRQ 수입 중단! 생산비 폭등 대책 촉구! 전국 마늘·양파 생산자대회’에서 농민들이 TRQ 수입 중단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요소값은 kg당 8천원에서 2만원으로, 면세유는 L당 650원에서 1,580원으로 생산비는 다 폭등했는데, 정부에서는 마늘·양파를 수입한다고 하니 앞으로 가격 폭락할 것을 생각하면 살기가 막막하죠”

지난 16일 전국마늘생산자협회와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주최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2022 전국마늘양파 생산자대회’가 열렸다. 이날 대회에서 만난 마늘·양파 농민 고점석(69, 전북 부안)씨는 답답한 마음을 호소하기 위해 배우자와 함께 대회에 참가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대회에 참가한 마늘·양파 농민들은 정부의 마늘·양파 저율관세할당(TRQ) 수입정책을 한목소리로 강하게 질타했다.

정부는 물가 안정 등의 명목으로 일정 수입 물량에 대해 저율관세를 부과하는 ‘저율관세할당(TRQ)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연말까지 마늘은 관세 360%를 50%로, 양파는 135%를 10%로 낮춰 각각 2만톤, 9만2,000톤을 수입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마늘은 6,791톤, 양파는 3만9,360톤을 수입했다.

전국마늘생산자협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5월 10일 1차 마늘수급위원회에서 마늘 TRQ를 도입하지 않기로 협의했고,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민단체들의 간담회가 있었던 6월 3일에는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이 “이후 TRQ를 운영할 때는 생산자단체와 협의 후에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7월 22일 정부가 신선통마늘과 깐마늘 TRQ 수입권 공매 입찰 공고를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10월에는 마늘·양파 TRQ를 수입함으로써 약속을 어겼다는 게 협회의 주장이다.

김창수 전국마늘생산자협회 회장은 “올해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친 TRQ로 인해 계약 재배 수매했던 농협들은 마늘을 출하할 때마다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고 아우성치고, 영천 지역에서 수탁 계약 재배했던 농가들은 kg당 1,000원이나 가격이 떨어져도 아직도 마늘을 팔지 못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이어 김창수 회장은 “농가 손에서 5,000원에 떠난 마늘이 최종소비자가격 1만5,000원이 되고, 마늘·양파밭을 갈아엎어도 소비자가격은 변동 없는 기막힌 현실”이라며 성토했다. 그러면서 “농산물 가격의 핵심은 유통혁신”이라며 “대책 없는 TRQ 수입으로 농가손실 획책하는 정부는 책임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종우 전국양파생산자협회 회장은 “세계는 기후온난화로 인해 자국의 식량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수입으로 식량주권을 지키려 하고 있다”며 “우리는 식량주권을 사수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고 말했다. 남종우 회장은 정부에 농민 생활안정자금 500만원과 마늘·양파 동계작물직불금 지원을 촉구했다.

이날 대회에는 한국양파연합회와 한국마늘연합회도 농민들과 연대하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두 연합회는 농민들에게 봉지커피·컵라면과 함께 ‘TRQ 수입 중단!’이라고 적힌 빨간 머리띠를 제공했다. 이창철 한국마늘연합회장과 배정섭 한국양파연합회장은 영상을 통해 연대의 뜻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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