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 모인 3만5천명의 함성 “기후정의 실현하자!”

3년 만에 서울 도심서 '9.24 기후정의행진' 성사
"기후재난 시대, 이대론 못 산다" 각양각색 팻말에
기후 불평등 상징 '다이-인' 시위에 도로에 눕기도

  • 입력 2022.09.24 22:26
  • 수정 2022.09.24 23:1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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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24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과 시청을 잇는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924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약 3만5,000여명의 시민들이 기후위기 시대를 경고하는 각양각색의 손팻말을 들고 기후정의 실현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4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과 시청을 잇는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924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약 3만5,000여명의 시민들이 기후위기 시대를 경고하는 각양각색의 손팻말을 들고 기후정의 실현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4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과 시청을 잇는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924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약 3만5,000여명의 시민들이 기후위기 시대를 경고하는 각양각색의 손팻말을 들고 기후정의 실현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4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과 시청을 잇는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924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기후위기 시대를 경고하는 각양각색의 손팻말을 들고 기후정의 실현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4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과 시청을 잇는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924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약 3만5,000여명의 시민들이 기후위기 시대를 경고하는 각양각색의 손팻말을 들고 기후정의 실현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4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과 시청을 잇는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924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약 3만5,000여명의 시민들이 기후위기 시대를 경고하는 각양각색의 손팻말을 들고 기후정의 실현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탄소중립도, 녹색성장도 아니었다. 서울 도심에 모인 농민·노동자·빈민·여성·장애인·반전(反戰)주의자 등 ‘우리 모두’가 외친 기후위기 극복 대안은 ‘기후정의 실현’이었다.

24일 서울 시청-숭례문을 잇는 대로는 9월 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 주최 ‘9.24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약 3만5,000여명의 시민들로 가득 찼다. 이날 참가자들은 기후위기와 그에 따른 각종 기후재난이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문제에서 기인하며, 이 자본주의 체제는 ‘부유한 이들(주요 선진국과 대기업)’이 야기한 위험이 가난한 이들을 먼저 기후위기의 고통으로 몰아넣는 불평등한 체제라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기후정의행진 참가자들은 본 대회에 앞서 시청 인근 몇몇 장소에서 열린 각종 사전대회에서부터 기후정의 실현 결의를 다졌다. 청계천 SK빌딩 앞에서 ‘체제 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 주최로 열린 사전집회 ‘끝장내자! 이윤을 위한 에너지체제, 쟁취하자!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집회엔 송전탑 및 양수발전소 건설 반대투쟁을 벌이는 강원도 홍천군 주민들이 대거 참가했다. 홍천 주민들이 입은 빨간색 조끼엔 ‘양수발전소 백지화하라’란 구호가 적혀 있었다.

이광영 풍천리양수발전소반대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홍천군이 주민 동의도 없이, 손익 계산과 피해 예측도 없이 화촌면 풍천리 양수발전소 건설을 강행하면서 주민의 삶은 무너지고 있다”면서 양수발전소 건설 시 주민들이 농사지으며 살아온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게 되고 생태계가 파괴되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부위원장은 “양수발전소 건설 강행 과정에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주민들의 편을 가르면서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한수원은 물러가야 한다. 주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홍천 양수발전소 건설계획은 백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학철 농어촌파괴형풍력태양광반대 전남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현재 농민들은 45년 만에 최대 폭으로 폭락한 쌀값 문제, 그리고 폭등하는 생산비로 인해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는데, 이에 더해 발전사업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민간자본들이 추진하는 무분별한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피해를 입고 있다”며 “우리 마을 논에도 풍력발전시설이 들어온다고 한다. 이 시설을 들이는 데 반대하는 지역 이장들의 이름, 심지어는 15년 전 돌아가신 분의 이름까지 시설 설치 찬성 서명용지에 들어가 있었다. 지역 군의원들은 풍력발전시설 설치를 종용하며 이장들에게 100만원씩 담긴 돈봉투를 주려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설치를 찬성하는 이들은 설치에 투자한 지역 유지들 뿐”이라고 밝혔다.

정 집행위원장은 완도군 약산면의 간척농지에서 추진되는 태양광 발전사업 사례를 언급하며 “40년간 한 번도 염해 피해 없이 질 좋은 쌀을 생산한 곳에 염해 우려가 있다며 태양광 발전 허가가 이뤄졌다. 간척농지에서 농사짓는 사람의 70%가 임차농인데, 논 주인 입장에선 평당 1,000원을 받는 논농사에 투자할까, 아니면 평당 6,000~7,000원, 많으면 9,000원까지도 받는 태양광 발전에 투자할까”라고 지적했다.

정 집행위원장은 이어 “돈벌이 수단이 된 민간기업 주도 발전사업이 농촌공동체를 파괴하는 것을 막아야 하며, 에너지를 정부가 책임지고 공영화해야 한다. 자기 지역부터, 우리 마을부터, 우리 아파트부터 에너지 자립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하게 됐다”고 행진 참가 이유를 밝혔다. 정 집행위원장의 발언에 사전집회 참가자들은 ‘농어촌 파괴하는 재생에너지 문제, 공영화로 해결하자!’, ‘민주적·생태적·공공적 에너지 전환으로 기후정의 실현하자!’ 등의 구호로 화답했다.

24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과 시청을 잇는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924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약 3만5,000여명의 시민들이 기후위기 시대를 경고하는 각양각색의 손팻말을 들고 기후정의 실현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4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과 시청을 잇는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924 기후정의행진'에서 니카라과 농업노동자연합 비아 캄페시나 중앙아메리카 지역 기후대표 아마루 토레즈(왼쪽 세번째)씨가 기후위기에 처한 당사자들의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 한승호 기자
24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과 시청을 잇는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924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약 3만5,000여명의 시민들이 기후위기 시대를 경고하는 각양각색의 손팻말을 들고 기후정의 실현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4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과 시청을 잇는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924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기후위기 시대를 경고하는 각양각색의 손팻말을 들고 기후정의 실현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4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과 시청을 잇는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924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약 3만5,000여명의 시민들이 기후위기 시대를 경고하는 각양각색의 손팻말을 들고 기후정의 실현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4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과 시청을 잇는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924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약 3만5,000여명의 시민들이 기후위기 시대를 경고하는 각양각색의 손팻말을 들고 기후정의 실현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우리가 할 일은 ‘캠페인’이 아니라 ‘혁명’이다”

사전집회를 마친 대오들은 본 대회 참여를 위해 시청-숭례문을 잇는 세종대로로 집결했다. 본 대회에선 농민·노동자·장애인·빈민·원주민·청소년 등 다양한 기후위기 당사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첫 발언자였던 김보림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기후위기를 유발해 온 정치권과 기업들은 현 위기에 대한 책임을 가리기 위해 청년·청소년을 ‘미래세대’라 호명하며 위기에 대한 자신들의 책임을 숨기고 가렸다. ‘미래세대’의 이미지를 소비하며 정작 실제 주체들의 목소리는 지웠다”라고 비판한 뒤 “정부는 다수의 국민에겐 ‘개인적 실천’을 함께 해달라고 말하면서, 정부의 책임과 과오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국가가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구조적 문제를 가려왔다. 이대로는 안 된다. 우리에겐 기다릴 시간이 없다. 기후위기는 불평등과 착취의 문제임을 가려내야 하며, 기후위기의 책임자를 분명히 드러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기후정의행진 참가자들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전환’ 과정에 그 누구도 소외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의 경우, 발전체계 전환 이후의 대안을 고민하지 않는 정부의 무책임한 모습에 비판을 제기한다.

전국공공운수노조 금화PSC지부에서 활동하는 화력발전소 노동자 박종현씨는 “대체 ‘정의로운 전환’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내 개인의 입장에선 발전소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 하나 없이 발전소 폐쇄만 하려는 정부가 어떤 대책을 마련하더라도 정의와는 거리가 멀 듯 하다”며 “발전소 폐쇄에 대한 걱정으로 노동자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우리를 비롯한 모든 노동자들이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의로운 전환’이다”라고 주장했다.

국내 농업계를 대표해 참가한 박용준 한살림생산자연합회장은 “최근 기상이변으로 농사짓기 너무 어렵다. 매년 반복되는 폭우와 가뭄, 태풍으로 농지가 침수되고 과수는 낙과로 인해 큰 피해를 입는다. 생육부진 작물이 늘어나 수확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이다. 피해 상황은 작물을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며 “오늘 농민들도 절박한 심정으로 농업과 먹거리, 주권을 지켜내고자 모였다. 기후위기는 농업의 위기이자 생명의 위기다. 기후정의 실현을 위해 우리 농민이 앞장서겠다. 농업도 환경을 살리는 농업으로 전환하고, 에너지를 덜 쓰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살림연합은 이날 기후재난으로 인해 생육부진 피해를 입은 농산물들을 전시하며 기후위기가 농업위기라는 것을 직접 보여줬다.

지구 반대편 중앙아메리카의 니카라과에서 기후정의행진에 결합하고자 건너온 농민도 한국의 농민과 한목소리로 ‘정의로운 전환’을 촉구했다. 니카라과 농업노동자연합(ATC)에서 활동하는 아마루 토레스 씨(비아캄페시나 중앙아메리카 활동가)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선 노동자·농민·원주민 등 시민사회 주체들이 (기후위기 극복에 관한)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대기업이나 정부에만 결정 과정을 맡겨선 안 된다. 우리의 요구를 분명하게 세우고, 자연과 천연자원, 우리의 식량과 노동, 이 모든 것이 단지 상품으로 취급되도록 내버려둬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토레스 씨가 비아캄페시나의 주요 구호인 ‘투쟁을 세계화하자! 희망을 세계화하자!’를 외치자 참가자들은 열렬한 환호성과 박수로 응답했다.

기후위기는 생태계의 위기, 평화의 위기로도 이어진다. 김지은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최근 정부와 전라북도는 ‘지역균형발전’, ‘국책사업’ 등의 미명 아래 전북 군산 새만금 수라갯벌에 ‘새만금 신공항’을 짓겠다 하는데, 수라갯벌은 새만금 간척사업이라는 최악의 생태학살로부터 유일하게 살아남은 공간이다. 멸종위기종 생물을 비롯한 새만금의 마지막 생명들이 귀한 목숨을 이어가는 곳인데, 이 마지막 터전마저 빼앗아 공항을 짓겠다고 한다”고 규탄했다.

새만금 신공항 건설 반대운동 주체들은 새만금 신공항이 군산 주둔 미국 공군의 ‘확장기지’로 활용될 것이며, 신공항이 중국 견제를 위한 미 공군의 전초기지가 되리라고 지적한다. 김 집행위원장은 “미국의 전쟁기지 확장을 위해, 토건자본을 배불리기 위해 더 이상 국토가 파괴되는 걸 방치할 수 없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캠페인이 아니라 혁명이다. 기후위기 극복투쟁은 계급투쟁이다. 누군가는 이 말이 무섭다고 하지만, 나는 (기후재난과 생태학살 등을 야기하는) 이 끔찍한 자본주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게 더 무섭다. 자본주의는 고정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우리는 이 체제를 선택한 게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 하의 세상에서 태어났을 뿐이다. 체제가 잘못됐다면 폐기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게 우리의 존엄한 권리다.”

24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과 시청을 잇는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924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약 3만5,000여명의 시민들이 기후위기 시대를 경고하는 각양각색의 손팻말을 들고 기후정의 실현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4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과 시청을 잇는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924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약 3만5,000여명의 시민들이 기후위기 시대를 경고하는 각양각색의 손팻말을 들고 기후정의 실현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4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과 시청을 잇는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924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약 3만5,000여명의 시민들이 기후위기 시대를 경고하는 각양각색의 손팻말을 들고 기후정의 실현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4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과 시청을 잇는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924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약 3만5,000여명의 시민들이 기후위기 시대를 경고하는 각양각색의 손팻말을 들고 기후정의 실현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4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과 시청을 잇는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924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약 3만5,000여명의 시민들이 기후위기 시대를 경고하는 각양각색의 손팻말을 들고 기후정의 실현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4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과 시청을 잇는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924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약 3만5,000여명의 시민들이 기후위기 시대를 경고하는 각양각색의 손팻말을 들고 기후정의 실현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우리는 기후정의를 위해 비장하게, 그리고 유쾌하게 나아간다

기후정의행진 참가자들은 본 대회 막바지에 발표한 ‘9.24 기후정의선언’에서 “올해만 해도 전국 각지의 대형 산불로 수많은 생명이 소실됐다. 유례없는 (지난달 8일) 폭우는 ‘반지하’라는 사회적 불평등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에서 우리 동료 시민의 목숨을 앗아갔다. 대형 태풍(힌남노)을 맞아 사망한 11명의 시민들, 쓰러진 나무들과 쓸려나간 비(非)인간 동물들까지 모두가 이 기후재난의 피해자들”임을 언급한 데 이어, 여기 모인 ‘우리 모두’가 바로 기후위기의 최일선 당사자라는 점을 연이어 강조했다.

농민 또한 그 최일선 당사자에 속한다. 행진 참가자들은 “기후재난과 실패한 농정으로 상처입은 터전 위에 사는 이들”로서 농민을 호명한 뒤 “우리는 삶터를 잃을 위기에 처한 농민과 어민이고,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먹거리를 희구하는 이들이며, 공장식 축산과 기업형 육식산업이라는 종 차별적 체제 아래 짓눌린 비인간 동물과 교감하는 이들”이라고 밝혔다.

행진 참가자들은 기후정의선언에서 △화석연료와 생명파괴 체제를 종식시키자 △모든 불평등을 끝장내자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의 목소리는 더 커져야 한다 등의 3대 실천사항을 선언했다. 화석연료 중심의 생명파괴 체제를 종식하기 위해 “생태계를 파괴하는 대규모 토건과 대량의 생산·유통·소비·폐기 시스템도 중단돼야 한다. 돌이킬 수 없는 위험을 가중시키며 위험한 폐기물을 만들어내는 핵발전 시스템 역시 단호히 거부한다”는 주장과 함께, 기후위기의 최일선 당사자인 농민·노동자·빈민 등이 기후정의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 선언문에 담겼다.

특히 기후위기를 야기한 주요 선진국과 대기업들이 기후위기를 또 하나의 이윤 창출 및 부(富)의 축적 기회로 삼으며 시민을 기만하는 행위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게 참가자들의 확고부동한 입장이었다. 선진국들과 대기업들은 지난해 열린 P4G 정상회의 및 국제연합 식량정상회의 등을 통해 ‘녹색성장’, ‘기후스마트농업’ 등을 기후위기 극복방안으로 내밀고 있다. 그러나 민중의 목소리가 거세된 채 거론되는 이러한 방안들은 하나같이 ‘그린워싱’, 즉 기후위기를 빙자해 권력과 자본의 이익만 챙기는 사기극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기후정의 실현 주체들의 입장이다.

본 집회 뒤 3만5,000여명의 참가자들은 숭례문-서울시청-광화문-안국역-보신각 등을 거쳐 본 집회가 열렸던 시청-숭례문 일대 세종대로로 돌아오는 행진을 벌였다. 행진은 기후정의 실현을 외치는 시민들의 비장한 마음을 담은 채 진행됐다. 행진 중 광화문 앞을 지나면서, 참가자들은 약 1.5km의 도로 위에서 ‘다이-인(die-in)’ 시위를 진행했다. 다이-인 시위는 참가자들이 일정 시간 동안 죽은 듯 땅에 누워있는 평화시위 방법이다. 참가자들은 다이-인 시위를 통해 기후재난과 불평등 속에서 죽어가는 민중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행진은 비장했지만, 한편으로 유쾌했다. ‘지구는 안 망해, 우리가 망해’, ‘기후악당 혼쭐내자’ 등의 다채로운 구호가 대열 속에서 꽃피었으며, 한 참가자는 기후정의행진 진행일인 ‘9.24’로 ‘9해줘, 2제, 4망이야(구해줘, 이제, (기후위기로 인해) 사망이야)’라는 삼행시를 피켓에 적어왔다. 방송차량에서 흘러나오는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레드벨벳의 <빨간 맛> 등 대중가요와 풍물패가 연주하는 꽹과리·북·장구의 가락이 신기하게 어우러져 참가자들을 더욱 흥겹게 했다.

이번 행진을 주최한 9월 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는 노동·농민·여성·장애인·동물권·환경·종교 등 각계의 4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연대체다. 또한 취지에 공감하는 2,600여명의 추진위원들도 이번 기후정의행진을 함께 준비했으며, 행사 재정마련을 위한 온라인 모금엔 1만1,000여명의 시민들이 함께했다.

24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과 시청을 잇는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924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약 3만5,000여명의 시민들이 기후위기 시대를 경고하는 각양각색의 손팻말을 들고 기후정의 실현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4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과 시청을 잇는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924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경복궁 방향으로 행진하던 중 도로에 누워 기후재난과 불평등 속에서 죽어가는 민중의 모습을 형상화한 '다이-인(die-in)' 시위를 펼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4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과 시청을 잇는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924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약 3만5,000여명의 시민들이 기후위기 시대를 경고하는 각양각색의 손팻말을 들고 기후정의 실현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4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과 시청을 잇는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924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경복궁 방향으로 행진하던 중 도로에 누워 기후재난과 불평등 속에서 죽어가는 민중의 모습을 형상화한 '다이-인(die-in)' 시위를 펼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4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과 시청을 잇는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924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약 3만5,000여명의 시민들이 기후위기 시대를 경고하는 각양각색의 손팻말을 들고 기후정의 실현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4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과 시청을 잇는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924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경복궁 방향으로 행진하던 중 도로에 누워 기후재난과 불평등 속에서 죽어가는 민중의 모습을 형상화한 '다이-인(die-in)' 시위를 펼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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