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기후정의

  • 입력 2022.10.02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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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의 시대, 이대로는 살 수 없다는 사람들의 외침이 거대한 물결을 이뤘다. 지난달 24일 진행된 기후정의행진은 전국 각지에서 모인 다양한 사람들이 다채로운 모습으로 참여했다. 평화, 비폭력 시위인 ‘다이-인(die-in)’ 시위를 펼치며 죽은 듯 도로 위에 누워 우리의 지구가 죽어가고 있음을 표현했다. 서울시청 일대에 가득 모인 3만5,000여명의 사람들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우리의 미래였다.

산업혁명 이후 급속하게 도시화, 공업화가 진전되면서 너무나 빠르게 많은 것을 생산하고 소비해왔다. 이제는 수많은 물질이 넘쳐나는 세상이 됐고 과함에 대한 인지력을 상실해 버릴 만큼 일상화됐다. 기술의 발달과 산업의 발달로 인간은 풍요로운 삶, 편리한 삶을 살아가게 됐다. 성장중심의 기조는 이제 인간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 인간이 일상적으로 생활하면서 체감하게 되는 이상기후의 발생빈도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는 이제 기후재난으로 다가왔다.

기후재난은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예외일 수 없는 국경을 초월한 문제다. 유럽은 올여름 폭염과 가뭄으로, 미국은 2월의 한파와 폭설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최악의 시간을 보냈다. 한국은 지난 8월 내린 큰비로 여러 생명이 비극적 죽음을 맞이하며 우리 사회의 불평등한 삶을 조명했다. 한반도를 위협했던 ‘힌남노’와 같은 슈퍼 태풍도 앞으로 더 빈번히 발생할 수 있고 우리의 삶을 위협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스스로를 치유하며 균형을 이뤄왔던 자연을 인간들은 끊임없이 파괴하며 치유할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들어버렸다. 기후재난은 바로 인간활동의 결과다. 하지만 정작 변화돼야 할 정책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석탄화력발전소는 여전히 농촌지역 주민들의 삶터와 일터를 빼앗고 지역민들의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 산업폐기물은 농촌지역 구석구석을 파고들며 지역 간 불평등을 야기시키고 있다. 인류의 미래가 더이상 나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지구의 생명들을 파괴하는 현재의 체제를 종식시켜야 한다. ‘9.24 기후정의행진’은 변화를 위한 우리들의 행동이었다.

기후위기는 농업의 위기다. 기후와 가장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농업은 가장 앞에서 직접적으로 위기와 대면하고 있다. 기후위기로 농사짓기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농민들은 심각하게 체감하고 있다. 태풍, 가뭄 등의 재해를 입으면 농민들은 홀로 피해를 감당해 내야 한다.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하더라도 오롯이 농민의 입장에서 피해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위기상황에서 안전망으로 작용할 제도가 미흡하다는 것은 위기관리상황의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과 같다.

기후재난 시대 지속가능한 농업을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까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농산물 수입개방으로 늘어난 장거리 식품운송체계가 기후위기를 심화시킨 원인 중 하나라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장거리 운송이 필요한 수입 농축산물이 아닌 식량자급률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체제를 전환해야 한다.

재난의 일상화를 막기 위한 우리의 행동은 이미 시작됐다. 나의 삶과 별개의 문제가 아닌 나의 문제라는 것을 많은 사람이 인식한 지금 이제 멈출 수 없다. 우리의 행동이 우리를 살리고 지구를 살릴 수 있다. 기후정의를 실현하는 것은 이제 우리 모두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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