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농민의 과제가 된 ‘기후정의 실현’

기후정의 국제포럼에 모인 국내외 농민들이 한 이야기는?

  • 입력 2022.09.25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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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후정의를 위한 노동의 지구적 연대와 체제전환 국제포럼’의 두 번째 세션 ‘기후재난 시대 위기의 농업, 토지주권, 공동체,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참석한 국내외 농민·전문가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제공
지난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후정의를 위한 노동의 지구적 연대와 체제전환 국제포럼’의 두 번째 세션 ‘기후재난 시대 위기의 농업, 토지주권, 공동체,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참석한 국내외 농민·전문가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제공

기후정의 실현을 고민하는 국내외 농민들이 모여 각국의 상황과 실천활동 내용을 공유했다.

전국민중행동·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체제전환을위한기후정의동맹·기후위기비상행동 등의 공동주최로 지난 20~22일에 걸쳐 ‘기후정의를 위한 노동의 지구적 연대와 체제전환 국제포럼(기후정의 국제포럼)’이 서울 프레스센터 19층에서 개최됐다.

포럼 2일차인 21일 열린 세션 ‘기후재난 시대 위기의 농업, 토지주권, 공동체, 어떻게 지킬 것인가?’엔 국내외 농민·연구자 등이 모여 기후위기 및 신자유주의 세계체제 속에서 농민이 겪는 위기에 대해 공유했다. 또한 오직 ‘기후정의 실현’만이 중첩된 위기를 극복할 방안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인도의 독립연구자이자 활동가인 나브샤란 싱 씨는 인도 사례를 이야기했다. 인도 정부는 2020년 9월「필수상품법(Essential Commodities Act)」등 3개의 농업 관련 법을 뜯어고쳐, 농민이 주체로서 운영해 온 시장을 민간시장의 상인·기업에 개방하고자 했다. 이를 막기 위한 인도 농민들의 투쟁은 치열했다. 농민들은 인도 곳곳의 광장 및 쇼핑몰·대기업 앞에 무대를 설치하고 집회·농성을 이어갔으며, 대규모 트랙터 시위를 감행했다. 투쟁 과정에서 700명 이상의 농민이 목숨을 잃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11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3건의 농업 관련법 ‘개악’을 취소하기로 했다. 농민들의 승리였다.

이후에도 농민들의 투쟁, 그리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싱 씨는 “인도 펀자브 주 농민들은 (수자원을 민영화하려는 인도 정부의 정책에 맞서) 수자원 보호를 위한 캠페인을 주도 중”이라며, 생태문제가 제국주의 및 신자유주의 문제와 연계된 문제임을 알리고 있다고 밝혔다.

니카라과 농업노동자연합(ATC) 활동가 아마루 토레스 루이스 씨는 기후위기를 심화시켜 온 산업형 농업 및 장거리 식품운송체계에 맞서 소농 생태농업과 지역먹거리 선순환 노력을 기울이는 니카라과 농민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농촌 공동체가 여러 세대에 걸쳐 터득한 방법을 활용해 토양 유기물을 증가시키고 과잉 이산화탄소를 토양에 저장하는 노력이 대표적이었다. 루이스 씨는 “농업개혁을 통한 토지 재분배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필수 조치로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달 파키스탄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로 1,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례를 파키스탄 정부가 ‘기후재앙’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무하마드 히다야트 그린필드 국제식품노동조합연맹 사무총장은 이 사례를 들며 “소농과 어민 지원에 필요한 건강 돌봄, 수도 공급, 공공 인프라에 대한 공공지출을 삭감하는 정부들에서 농어촌 공동체를 배제, 따돌림, 무시하는 경향이 일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공동체 내에선 여성, 원주민의 소외가 더 심각하게 나타나며, 기상이변으로 인한 영향도 가장 극심하게 받는다”고 한 뒤 “기후위기가 기후재앙으로 진화함에 따라 전 세계 수천만명의 인권이 압살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근혁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한국 농업·농촌·농민 괴멸의 요인으로 수입개방 및 농업 구조조정 정책을 들었다. 이 정책위원장은 “전농 등 한국 농민운동 주체들은 시장경제 중심의 농정을 ‘국가책임 농정’으로 바꾸기 위해 활동 중”이라며 농민기본법 제정운동을 소개했다. 새로 만들어낼 농민기본법에 △국가책임 농정 실현 △식량주권 실현, 식량자급률 목표 법제화 △농민 권리 보장 △기후위기 대응 등의 내용을 담아내겠다는 게 이 정책위원장의 설명이었다.

금창영 전 전국귀농운동본부 상임대표는 한국 정부가 친환경농업 정책을 ‘탄소중립 실현방안’으로서 강조하지만, 정작 지금과 같은 친환경농업 정책 하에선 친환경농지 면적이 늘어나도 ‘탄소중립 실현’과는 거리가 멀어진다고 비판했다. 금 전 대표는 “탄소배출을 줄이려면 외부에서 들여오는 것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지금 친환경농업도 관행농업 못지않게 씨앗에서 비닐, 포장재, 유박, 살충제에 이르기까지 외부 투입재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선 다를 바 없다. 차이는 ‘친환경농업에 사용할 수 있나, 없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금 전 대표는 “자연은 지금까지 스스로 치유하며 균형을 유지해왔다. 그 방식을 농지에 가져와야 한다. 경운하지 않고, 유기물로 멀칭하고, 섞어짓고, 사이짓고, 녹비작물을 심어야 한다. 이미 보존농업·재생농업·퍼머컬처·농생태학·자연농법 등 이름은 다르지만 같은 지향을 가진 대안적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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