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는 마음이 편치 않다. 이번 총선에서 농업·농민단체들은 정책제안과 정책협약도 하고 있고, 소수이지만 농민·농촌을 대표하고자 하는 후보나 정당들이 열심히 뛰고 있다. 필자가 활동하는 도 지난달 14일 산업폐기물 문제로 피해를 입고 있는 농어촌주민들과 상경집회를 하고, 거대양당을 비롯한 정당들에게 정책질의 및 정책요구서도 전달했다.구도 중심 선거에서 ‘농’의 자리는?그러나 솔직히 총선 이후에 농촌·농업·농민들의 현실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 않다. 선거에서 농촌·농업·농민에 관한 얘기는 주변적인 의제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치권 상황을 바라보는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각 정당의 공천 얘기는 무성한데, 정작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얘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간혹 나오는 정책들도 단편적인 정책 중심이다. 게다가 농지를 훼손할 난개발 정책이나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선거를 계기로 사회가 더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더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된다.총선 국면에도 소외되는 이슈들그리고 정말 안타까운 것은 우리 사회의 수많은 문제들이 총선 국면에서 아예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로 농촌이 겪고 있는 현안들이
필자가 난개발이나 환경오염시설과 관련된 현안이 있는 농촌지역을 다니다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경우들을 접하게 된다. 업체가 마을 이장 등 마을 임원이나 일부 주민들을 돈으로 회유하려고 하는 바람에 농촌 마을공동체가 깨어지려고 하는 경우들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얼마 전에도 어떤 업체가 산업폐기물매립장을 추진하고 있는 어느 지역에 갔는데, 업체 측이 마을주민들에게 ‘사업에 동의해주면 가구당 수천만원을 주겠다’고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대기업의 자회사가 추진하는 사업인데도 이런 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들으니 과거의 기
2024년 새해가 밝았다. 2023년을 돌아보면, 정치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2023년 1년간은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언론의 자유’조차 위협받는 한 해였다. 농업과 관련해서도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으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되는 일이 있었다.대통령의 거부권이 헌법상 보장된 권한이기는 하지만, 쌀값 안정을 위한 다른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도 못하면서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12월 15일 기준으로 쌀값은 정부가 약속한 80㎏ 기준 20만원에도 미치지 못
얼마 전 강릉에서 열린 지정폐기물매립장 공청회에 갔다가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강릉시 주문진읍에 무려 904만톤이나 되는 지정폐기물·사업장일반폐기물을 매립하겠다는 계획을 업체가 밀어붙이면서 개최된 공청회였다.그런데 업체측은 ‘지정폐기물 등 산업폐기물이 얼마 나오지 않는 강릉시 주문진읍에 왜 매립장을 추진하느냐’는 질문에, 지역소멸 얘기를 꺼냈다. 주문진읍의 인구가 줄고 있고 강릉시 인구도 줄어드는데, ‘인구를 늘리려면 지정폐기물매립장을 먼저 유치해서 산업단지가 들어오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기막힌 주장을 편 것이다.난개발과
농촌에 사는 사람이든, 도시에 사는 사람이든 서민·중산층이라면 뛰어오른 물가 때문에 살기가 팍팍하다. 환율과 국제유가도 날로 오르니, 앞으로 수입물가는 더 오를 수밖에 없다. 당장 다가올 겨울의 난방비부터가 걱정이다. 농민들의 입장에서도 생산비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현 대통령은 ‘이념이 중요하다’고 하니, 한숨이 더 커질 뿐이다.힘들어지는 삶의 원인, 퇴행하는 민주주의‘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냐’라는 얘기를 할 수 있지만, 최소한 농민과 노동자들, 서민·중산층들에게 민주주의는 밥이다.흔히 정치의 핵심은 ‘자원을 배분하
농촌·농민·농업의 입장에서 본다면, 중앙정부가 더 많은 권한을 갖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지방자치단체가 더 많은 권한을 갖는 것이 나을까? 필자는 후자가 낫다고 본다.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보면, 그래도 농촌·농민·농업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조례들이 있다. 정부가 운영하는 자치법규정보시스템(https://www.elis.go.kr/)에서 ‘최저가격’이라고 검색하면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을 위해 제정된 조례가 50개 이상 나온다. 중앙정부는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에 소극적이지만, 지방자치단체는 그래도 적극적인 곳이 많다.지역에서부터 만들
일이 있어서 대통령실 조직도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농업정책을 담당하는 농해수비서관은 여전히 경제수석 밑에 소속돼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이 서열은 바뀌지 않는다. 문재인정권 시절에도 전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농업정책은 경제수석에 종속돼 있었다. 이 서열은 역전불가능한 것일까?농업이 경제논리에 종속돼서야농업정책이 경제정책에 종속된 상황에서, 식량주권의 확보는 요원한 것일 수밖에 없다. 경제관료들의 머릿속에는 ‘식량은 수입해서 먹으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고,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예산은 줄여야 한다
20여년 전쯤에 여성단체에서 활동하시는 분들과 ‘성인지(性認知) 예산’에 관한 논의를 같이 한 적이 있었다. 관련 연구작업에도 참여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성인지적 관점(gender perspective)’이라는 말 자체가 사회적으로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이었다.‘00인지적 관점’의 중요성‘성인지적 관점’이란 각종 제도나 정책이 특정 성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지는 않은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검토하는 관점을 말한다. 이런 관점이 필요한 이유는 단지 ‘여성정책’이라는 범주에 들어가는 정책만이 여성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
예전에 TV에서 북유럽 국회의원들의 생활을 다룬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그 프로그램에 나오는 국회의원 중에는 농민 국회의원도 있었다. 그는 주중에는 국회의사당에서 직접 법안을 검토하고 회의를 하는 등 매우 성실하게 의정활동을 하고, 주말에는 자신의 농장에서 농사를 짓고 있었다. 개인 보좌진도 없고 다른 사람이 운전해주는 차량도 없이 의정활동을 하고 있었다.국회의원들의 행태를 바꾸려면?이런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대한민국 국회의 모습을 생각하게 된다. 국회에서 열리는 토론회를 가면, 국회의원들이 인사말하고 사진 찍은 후에 자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