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0년대의 보릿고개를 경험한 세대들, 특히 농촌에서 겪었던 사람들은 대개 끔찍했던 가난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절대적 빈곤 속에서 고통받은 이야기를 누구나 가지고 있다 하겠다. 나 역시 농촌에서 태어나 아버지나 주위 어른으로부터 가난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다. 하지만 그야말로 소설에나 나올 법한 극도의 가난과 고통의 세월을 거창의 표만수 선생의 이야기를 들으며 절절하게 느꼈다. 마치 찰스 디킨슨의 소설에 등장하는 근대 초기 영국의 가난한 소년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다. 그 정도로 선생이 살아온 내력은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그런 가난과 고통을 뚫고 농민운동가로 거듭난 선생의 모습은 단단한 바위와도 같았다. 선생을 만난 것은 거창의 한 병원이었다. 교통사고를
나는 서울에서 태어난 전형적인 서울깍쟁이다. 유년기까진 친구들 거의 서울태생들이었고 서울 사람인 것이 우월한 것인 줄 알고 살았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며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를 벗어나지 못하고 사는 것이 우물 안 개구리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나와 다른 방식으로 다른 환경에서 땀 흘리며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이다. 이번 여름에 지리산둘레길 함양, 산청 구간을 걸었다. 뙤약볕 아래를 혼자 걷다 논과 밭에서 일하시는 어르신들을 만나면 어찌나 반가운지 수줍음 많은 내가 먼저 인사 건네고 말붙인다. 어디서 왔냐고 물으시는데 서울에서 왔다는 말이 선뜻 나오질 않는다. 당신은 뙤약볕 아래 일하고 계신데, 왠지 미안하다.서울여성회에서 ‘횡성으로 떠나는 즐거운 초록 휴가’를 다녀왔다. 언니네 텃밭 횡
정조대왕 때 서유문이란 사람이 서장관으로 북경을 다녀온 후 쓴 무오연행록(戊午燕行錄)에 보면 숭늉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밥을 먹고 체했는데 숭늉을 마시고 체증이 내려갔다는 이야기다. 숭늉과 관련한 이야기는 임원경제지나 개인 일기들에서 많이 나타나는걸 봐서 중요한 음료였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신으로 북경을 다녀온 사람들의 기록에는 숭늉이 자주 등장하는데 중국의 기름기 많은 음식에 지친 위를 개운하게 하는데 숭늉만한 것이 없었나 보다. 숭늉은 밥의 전분이 열을 받아 분해돼 ‘포도당’과 ‘텍스트린’이 생기면서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소화를 돕는다. 바로 ‘텍스트린’이 소화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숭늉이 우리 음식에서 사라진 것이 불과 30여 년 전의 일이다. 누룽지가 눌지 않는 전기밥솥의 등장이 숭
술이름에 혹해서 복원을 시도했던 술이 만년향(滿年香)이다. 만년향이란 주품은 1800년대 문헌인 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기록된 방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술이 어떻게 해서 만년향이란 아름다운 이름을 얻게 되었는지, 아름다운 이름에 끌려 술빚기를 시도해보게 되었다.설레임 반 두려움 반으로 술빚기를 시도하면서도 자신이 서질 않아 밑져봐야 본전 아니냐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았다. 맹목적이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은, 방문에서 독특한 점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만년향처럼 사라지고 맥이 끊긴 술을 재현하는 술빚기에서 중요한 것은, 그 술의 특징과 함께 어떠한 맛과 향기를 담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만년향을 직접 빚어보면서 새롭게 경험하게 된 사실은, 만년향의 향기가 결코 장난이 아니라는 것
“농촌문제는 농민만의 힘으로 해결될 수 없을 것이라 봐요. 농촌을 살리려면 국민들이 함께 노력해야 해요. 기본적으로 농업·농사가 ‘사람 살림’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어요. 이것처럼 훌륭한 게 어디 있나요?”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서 농촌·농민의 삶을 그려낸 임옥상 화백은 농업이 갖는 의미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이어 “농사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아요. 도시 사람들에게 의식의 혁명이랄까 단초를 농사를 통해서 얻어낼 수 있을 것 같아요”라며 농업의 중요성과 미래에 대해 강조했다. 시를 쓰는 농민인 한도숙 본지 사장과 농업·농민에 애착을 갖고 활동중인 임옥상 화백이 만나 농업과 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현실 그리지 않으면 작가윤리에 맞지
며느리는 이 집 말고 아파트로 이사 갔으면 좋겠다고 넌지시 말한다. 단독주택이니 겨울에 너무 춥고 보일러 기름값도 너무 들어가고 옛날에 지은 집이 불편하기도 하지만 나는 싫다. “꼭 가고 싶으면 가렴. 나는 이 집이 좋다”고 하니 이해가 가지 않는지 고개만 갸우뚱 했다. 작지만 앞마당에 잔디 깔렸고 꽃밭도, 텃밭도 있으니 삶의 즐거움이 여기에 있는 것을 젊은이들은 모르나보다. 텃밭이래야 기껏 한 80평쯤 될까 말까 하지만 고구마, 옥수수, 마늘, 오이, 고추, 가지, 토마토, 부추, 상추, 쑥갓, 호박, 울타리콩에 참 여러 가지를 심었다. 그도 농사라고 퇴비도 사고 씨앗에 비닐에 살 것이 꽤 된다. 며느리에게 시장 가는 길에 무, 배추 씨앗 사오라고 했더니 “거기서 몇 푼 나온다고요. 힘들어요. 그만
존스타인벡의 출세작 소설 ‘분노의 포도’는 1930년 대공황시기 민중들의 삶을 현실적으로 묘사하여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후 ‘분노의 포도’는 가난한 농민들을 트렉터로 밀어버리는 자본의 비인간적 처사를 고발하여 사회주의리얼리즘의 진수로 곧잘 인용됐다. 농산물의 잉여가치를 올리기 위해 농장주와 자본가들은 포도를 농장에서 썩게 만들었고 배고픈 농민들의 인건비를 갉아먹었다. 이에 항거하는 농민들은 맞아죽거나 감옥으로 보내졌다. 그가 본 미국의 농업은 자본의 우악스런 힘으로 땅을 강간하는 수준이었다. 80년이 지난 지금 뭐가 변한 게있나? 여전히 자본의 착취는 여기저기서 음험하게 노동자, 농민들의 골수를 빨아대고 있으니…. 세계 식량 위기를 말하고 있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바로 소설 ‘분노의 포도’무
최근 올림픽과 유난히 더운 날씨 때문에 밤잠을 설친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번에는 약 이외에 불면증에 도움이 되는 방법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불면증의 증상은 사람에 따라 다양한데 잠들기가 어려운 경우, 잠을 길게 못자고 일찍 깨버리는 경우, 잠을 깊게 못 자서 잠을 자도 피곤한 상태가 계속 되는 것 등이 있습니다. 불면증이 일시적으로 있는 경우도 있고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시적인 불면증은 입원, 시험, 발표 등 심리적 스트레스 상황에서 잘 생기고 만성 불면증은 우울증, 불안증 같은 정신적 문제에서 발생하는 경우, 다른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에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고혈압이나 심혈관계 기능부전, 갑상선 기능항진증, 류마티스 관련 질환, 파킨슨병, 위식도역류, 천식, 두부 손상,
방학도 다 끝나가는 중학생 아들이 아빠와 함께 할 숙제가 있다고 했다. 공부며 숙제며 모두 아내에게 미루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무심한 내게 함께 할 숙제가 있다니 의아한 일이었다. 들어보니 얼핏 수긍이 가면서도 이상한 숙제였다. 아빠의 직업을 체험하고 그 느낌을 적어오기라는 것이었다. 내가 학교에 다닐 때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숙제였으니 요즘은 교육이 좀 달라졌나보다 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하지만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버지가 공무원이면 거길 따라가서 체험하고, 택시운전사면 옆자리에 타고 체험한다는 말인가. 직업에 따라서 체험할 수 없는 아이들도 있을 텐데 일률적으로 그런 과제를 내준다는 게 우습기도 했다. 아버지의 직업 현장에서 찍은 사진도 첨부해야 한다고 했다. 아들은 보통 남이 아빠의 직업을 물
우리나라의 술은 술을 빚는 방법 외에 술을 익히는 기간에 따라 술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그 예로 하룻밤 사이에 술이 되는 일야주(一夜酒)를 비롯하여 일일주(一日酒), 삼일주(三日酒), 칠일주(七日酒), 십일주(十日酒), 시급주(時急酒), 급시주(急時酒), 백일주(百日酒), 일년주(一年酒), 천일주(千日酒) 등 수 많은 술이 술의 발효기간에 따른 명칭이다.가정에서 비교적 단기간에 빚어 마실 수 있는 속성주를 추천하지면 칠일주(七日酒)가 있다. 칠일주는 두 차례에 걸쳐 술을 빚는 이양주인데도 7일이면 술이 익는다는 얘기다. 두 차례에 걸쳐 술을 빚는 데도 7일 안에 술을 익히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령이 필요하다. 첫째 발효온도를 높이거나 둘째 밑술이 괴어오를 때 덧술을 해 넣든지, 고두밥 또는 죽이 더울
채식에 관심이 많아 관련 책들도 사 보고, 언젠가는 채식을 하리라 결심만 앞세우는 내가 정작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파스타, 한우, 엠티나 워크숍 가서 먹는 바비큐, 떡볶이, 빵, 면 등이다. 이십대 후반에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면서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진 이유도 엉망인 내 식습관 탓이 크다. 뭘 해먹을 여유도 없을 만큼 바쁘기도 했지만 워낙 인스턴트 음식을 좋아하다보니 천 원짜리 김밥과 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날이 많았다. 회복이 어려울 만큼 건강이 나빠지고 나서도 끝내 못 끊은 음식이 피자와 빵, 떡볶이였을 정도로 나의 식습관은 이상과 현실이 동떨어져 있었다. 그런 내가 언니네 텃밭 꾸러미 회원이 된 것은 올해 4월의 일이다. 회복되었나 싶었던 건강이 다시 한 번 나빠지면서 결국 식습관을 바꿔야할
요즘 영유아들의 필수예방접종은 지역에 따라 조금 다르긴 하지만 거의 무료화가 되었지요. 그 만큼 주요질환에 대한 예방은 국가적인 사업이 될 정도로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아이들만 접종을 할 것이 아니라 어른들도 빠지지 말고 챙겨야 할 접종이 있습니다. 알아보도록 하지요. 첫째는 파상풍 예방 주사입니다. 우리가 흔히 다쳐서 상처가 생겼을 경우 병원에 가게 되면 맞는 주사는 예방 백신(병이 걸리지 않았을 때에 균을 넣어주어 몸에서 항체가 생성되도록 하는)이 아니고, 이미 균에 감염이 되었다고 보고 그걸 막아낼 수 있도록 항체를 넣어주는 주사(항파상풍 면역글로불린)입니다. 어려서 DPT(디프테리아 백일해 파상풍)를 맞고 10년에 한 번씩 성인용 파상풍(Td)을 맞도록 돼 있습니다. 그동안 주사액이 보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