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꾸러미와 함께 몸 튼튼! 마음 튼튼!

  • 입력 2012.08.13 09:13
  • 기자명 윤미영 서울 마포구 도시 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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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영 소비자
채식에 관심이 많아 관련 책들도 사 보고, 언젠가는 채식을 하리라 결심만 앞세우는 내가 정작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파스타, 한우, 엠티나 워크숍 가서 먹는 바비큐, 떡볶이, 빵, 면 등이다. 이십대 후반에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면서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진 이유도 엉망인 내 식습관 탓이 크다.

뭘 해먹을 여유도 없을 만큼 바쁘기도 했지만 워낙 인스턴트 음식을 좋아하다보니 천 원짜리 김밥과 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날이 많았다. 회복이 어려울 만큼 건강이 나빠지고 나서도 끝내 못 끊은 음식이 피자와 빵, 떡볶이였을 정도로 나의 식습관은 이상과 현실이 동떨어져 있었다.

그런 내가 언니네 텃밭 꾸러미 회원이 된 것은 올해 4월의 일이다. 회복되었나 싶었던 건강이 다시 한 번 나빠지면서 결국 식습관을 바꿔야할 때가 오고 말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처음 꾸러미를 받아본 날, 상자 안의 식재료들을 보고 막막함에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무작정 신청해 놓고 보니 할 줄 아는 음식이 몇 개 안되는 내 요리 실력이 그제야 떠오른 탓이다. 더군다나 첫 꾸러미에는 평소에 내가 절대 먹지 않던 청경채가 들어있었다.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 제일 많이 나오는 반찬이 바로 청경채인데, 밋밋한 맛 때문에 손도 대지 않던 것이 꾸러미로 온 것이다. 여기 저기 선배 꾸러미 회원들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쌈으로 먹으라 하여 먹어보았는데 그 고소함에 반해 매끼니 쌈을 싸서 먹었다. 함께 온 콩나물은 한참을 바라보다 인터넷으로 요리법을 검색하여 무쳤는데 생각보다 맛있게 되어서 페이스북에 사진도 올리고 여기저기 자랑도 했다. 콩나물 무침이 뭐 대단한 요리는 아니지만 그만큼 내게 첫 꾸러미는 도전이었다.

직장생활을 10여년 하다 보니 식당 밥이 질리기도 하고 돈도 많이 들어서 요즘은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니는데 내 도시락은 늘 인기가 많다. 꾸러미에서 온 쌈채소에, 깻잎이며, 고구마줄기 볶음 등을 싸가지고 가면 금세 동이 난다.

매주 꾸러미를 받기 때문에 혼자서는 다 먹을 수가 없어 계란은 출근하는 날 삶아서 나눠 먹는다. 사실 나는 삶은 계란도 비릿하여 잘 먹지 않았었는데 꾸러미 계란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점심에 제철 꾸러미로 싸간 도시락을 먹다보면 자연스레 먹거리 이야기를 하게 된다. 이번 주엔 완두콩이 왔는데 너무 예뻐서 한참 들여다보았다거나 생전 처음 보는 나물이 왔는데 들기름 넣고 무쳤더니 맛있더라는 이야기, 횡성 공동체에 계신 생산자 언니들 이야기….

몸이 건강해지려고 먹기 시작한 꾸러미가 어느새 내 삶의 방식도 바꾸고 있다. 천천히 먹고, 생각하며 먹고, 사람들과 나누어 먹고, 생산자에 대한 고마움으로 먹고,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먹다보니 식습관도, 음식을 대하는 마음도 달라지고, 마음에 여유도 많이 생긴다.

이제는 제법 요리 실력도 늘었고, 꾸러미를 받는 날의 마음은 막막함이 아니라 설렘으로 바뀌었다. 이번 주는 또 뭐가 왔을까? 무슨 요리를 해 볼까? 뭘 맛있게 냠냠 먹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꾸러미를 받으면 정성스레 보내주신 생산자 언니들 마음과 수고에 절로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고, 먹기만 해도 건강해질 것 같아 기분도 좋아진다. 가만, 이번 주엔 뭐가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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