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빚고도 일주일 만에 익는 술빚기 ‘칠일주’

  • 입력 2012.08.19 17:29
  • 기자명 박록담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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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술은 술을 빚는 방법 외에 술을 익히는 기간에 따라 술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그 예로 하룻밤 사이에 술이 되는 일야주(一夜酒)를 비롯하여 일일주(一日酒), 삼일주(三日酒), 칠일주(七日酒), 십일주(十日酒), 시급주(時急酒), 급시주(急時酒), 백일주(百日酒), 일년주(一年酒), 천일주(千日酒) 등 수 많은 술이 술의 발효기간에 따른 명칭이다.

가정에서 비교적 단기간에 빚어 마실 수 있는 속성주를 추천하지면 칠일주(七日酒)가 있다. 칠일주는 두 차례에 걸쳐 술을 빚는 이양주인데도 7일이면 술이 익는다는 얘기다. 두 차례에 걸쳐 술을 빚는 데도 7일 안에 술을 익히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령이 필요하다. 첫째 발효온도를 높이거나 둘째 밑술이 괴어오를 때 덧술을 해 넣든지, 고두밥 또는 죽이 더울 때 밑술과 버무려 발효시키는 방법 등이 그것이다.

칠일주는 <산가요록>, <음식디미방>, <요록>, <민천집설>, <증보산림경제>, <옹희잡지>, <임원십육지> 등 여러 문헌에 그 방법이 수록되어 있다. 우리나라 양조기록과 관련하여 가장 후기의 기록인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수록된 칠일주 주방문을 보면, “찹쌀죽을 쑤어 더울 때에 누룩가루와 합하고, 더운 방에 두어 하룻밤 익힌 다음, 다음 날 찹쌀고두밥을 섞어 넣은 뒤, 더운 방에서 4~5일간 발효시킨다. 이어 술독을 서늘한 곳에 하룻동안 둔다. 모두 7일이면 익는다.”고 쓰여 있다. 

▲ 가정에서 7일 만에 빚어 마실 수 있는 '칠일주'

 

칠일주는 술빚기 방법에서 알 수 있듯, 첫째 재료인 찹쌀죽을 따뜻할 때 누룩가루와 합하고, 둘째 술독을 따뜻한 공간(더운 방)에서 발효시키고, 셋째 밑술을 빚은 다음 날 덧술을 해 넣는 등의 방법이 동원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양조기법은 속성양조의 기본이기도 하지만, 이 외에도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맑은 청주를 얻기 위한 방법의 한 가지라고 하는 점에서, 단양주와 같은 일반 양조기법 과 비교된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앞서 언급하였듯이 이 같은 방법이 청주를 빚기 위한 방법이긴 하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일반 청주처럼 맑고 깨끗한 술색깔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죽이나 떡을 이용해 한번 빚는 단양주처럼 뿌옇고 흐린 탁주는 더더욱 아니라는 사실이다.

칠일주 역시 속성주의 단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으며 좋은 술이란, 좋은 재료 못지않게 적당한 온도에서 서서히 발효시켜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술이다.

 글·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장 / 시인 /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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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 7일 만에 빚어 마실 수 있는 ‘칠일주’

쪾술 재료 : 1) 밑술 : 찹쌀 1되, 누룩가루 5홉, 물 (2~3되). 2) 덧술 : 찹쌀 1말, 살수물 1~3복자.

쪾밑술 빚는 법 : 1) 찹쌀 1되를 백번 씻어 뜨물 없이 말갛게 헹군 후, (하룻밤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뒤) 고운 가루로 빻는다. 2) 쌀가루를 물 (2~3되)에 개어 덩어리를 없이하고 솥에 담아 팔팔 끓여서 된죽을 쑨다. 3) 죽이 퍼지게 익었으면, 넓은 그릇에 퍼서 뜨거운 김이 나가기를 기다린다. 4) 따뜻한 죽에 누룩가루 5홉을 넣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4) 술밑을 바닥이 넓은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이불을 덮어 따뜻한 방에 묻어 하룻밤동안 발효시킨다.

쪾덧술 빚는 법 : 1) 밑술 빚는 날 찹쌀 1말을 백번 씻어 뜨물 없이 말갛게 헹군 후, (6시간 이상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다. 2) 시루를 물에 씻어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서 끓는 물솥에 올리고, 시루밑을 깐다.

3) 시루 안에 불려서 물을 빼 둔 찹쌀을 안쳐서 고두밥을 짓는다. 4) 고두밥을 찔 때에 술을 달게 하려면 찬물 3복자를 뿌리고, 맹렬하고 독하게 하려면 1복자를 뿌려서 무르게 찐다. 5) 고두밥이 익었으면, 시루를 솥에서 떼어내지 말고 그대로 밤이 오기를 기다린다.

6) 밑술 빚었던 시각에 고두밥을 퍼서 밑술에 한데 섞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7) 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면보로 단단히 밀봉한다. 8) 술독은 밑술을 두었던 따뜻한 곳에 이불을 씌워 4~5일간 발효시킨다. 5) 덧술을 빚은 지 4~5일 후에 술독을 서늘한 곳에 옮겨 두고, 다시 2~3일이 지나면 술이 익는데, 비록 오래 두어도 맛이 달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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