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용 라면까지 국내 소비량에 포함…믿기 힘든 밀 소비통계

실제 소비량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통계 수년째
한국제분협회 자료에만 의존, 정책·인식 왜곡 낳아

  • 입력 2025.10.17 09:09
  • 수정 2025.10.19 20:55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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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정부가 수년 간 국민 1인당 밀 소비량을 실제 소비에 근거하지 않고 집계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게다가 수출용 라면 물량까지 국내 밀 소비에 포함하고, 2010년 이후 세부 용도별 소비조사를 중단하는 등 정부가 밀 수급량 통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아 ‘밀 소비 급증’이란 왜곡된 인식을 양산했다는 것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이원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받은 자료(농식품부 양정자료)에 따르면, 국민 1인당 밀 소비량은 2015년 32.2kg에서 2020년까지 31~32kg대를 유지했다. 그러다 2021~2023년까지 3년간 36.9kg, 38kg, 38.3kg으로 증가했는데 실제 소비량과는 무관하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 양정자료상 2015년부터 9년간 1인당 밀 소비량 증가율은 18.9%에 이르지만, 같은 기간 수입량을 기준으로 한 소비량 증가율은 오히려 0.3% 줄었고, 원곡 수입량 증가율도 9.3% 감소해서다. 한국무역협회 수입 통계(HSK 코드 : 1001992090)로도 2020년 이후 밀 수입량은 250만톤 전후로 큰 변동이 없어 밀 소비 증가는 밀 수입량으로도 설명이 안 된다.

이에 대해 이원택 의원은 “정부 공식 통계와 수입 통계 간 수치가 크게 엇갈린다는 것은 조사 체계 자체에 심각한 오류가 있음을 보여준다”라며 “정부가 밀 산업을 키운다면서도 소비 통계조차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울러 체계적 실태 조사 없는 통계가 정책 왜곡과 잘못된 여론을 낳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원택 의원실은 농식품부 통계상, 이 기간 밀 소비량이 증가한 건 가공용 밀이 100만9000톤에서 144만3000톤으로 약 43만톤 증가했기 때문으로 봤다. 농식품부 확인 결과, 2021년 이후 밀 소비량 급증은 조사 방식 변경에 따른 착시다. 그간 한국제분협회 회원사의 생산량만 반영해 밀 소비량을 집계했으나 2021년부터 SPC삼립(약 25만톤)과 삼양제분(약 7만5000톤)의 생산량이 포함되면서 전체 집계량이 약 20%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원택 의원은 “협회가 제출한 내부 자료에만 의존한 결과, 정확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결과를 불러왔다”라며 “실제 소비와 무관한 증가를 소비 확대로 해석하는 것은 심각한 왜곡”이라고 꼬집었다.

경북 상주의 영농조합법인 창고에서 한 농민이 국산 밀을 살펴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경북 상주의 영농조합법인 창고에서 한 농민이 국산 밀을 살펴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더 문제는 라면 등 밀 가공식품의 수출 물량까지 국내 소비량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라면 수출량은 2022년 29만9000톤에서 2024년 39만8000톤으로 급증했는데 이 물량이 내수 소비에 반영되면서 국내 밀 소비량이 과대 평가됐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정부는 ‘밀 소비 증가’라는 부정확한 통계를 근거로 쌀 소비 감소를 부각하며 농정의 균형을 잃었고, 밀 소비 급증이란 착시에 기댄 채 쌀 수급정책의 방향(감산 기조)을 왜곡하고 있다”라며 “밀 소비 통계의 왜곡 원인을 밝히기 위한 특별조사를 실시하고 정확한 수급 정보와 통계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동흠 우리밀세상을여는사람들 운영위원장은 “현재 농식품부는 밀 수급량을 식량용과 가공용으로 구분해 집계하는데 밀 소비의 특성상 이 같은 구분은 전혀 의미가 없다. 밀은 대부분 1, 2차 가공을 통해 소비해서다. 가공용으로 일원화해 집계하는 게 맞다”라며 “아울러 라면 등 수출용 밀 가공품은 국내 소비량에서 제외하고 집계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즉 밀 가공품의 수출입 물량이 정확하게 반영돼야 실제 순수한 국내 밀 소비량이 산출된다는 것이다. 송 운영위원장은 “정확한 통계야말로 밀 산업 발전의 나침반이자 출발점”이라며 “통계가 정확해야 국산 밀 소비 대책 수립, 소비 형태에 맞는 종자·제품 개발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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