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정부가 수년 간 국민 1인당 밀 소비량을 실제 소비에 근거하지 않고 집계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게다가 수출용 라면 물량까지 국내 밀 소비에 포함하고, 2010년 이후 세부 용도별 소비조사를 중단하는 등 정부가 밀 수급량 통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아 ‘밀 소비 급증’이란 왜곡된 인식을 양산했다는 것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이원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받은 자료(농식품부 양정자료)에 따르면, 국민 1인당 밀 소비량은 2015년 32.2kg에서 2020년까지 31~32kg대를 유지했다. 그러다 2021~2023년까지 3년간 36.9kg, 38kg, 38.3kg으로 증가했는데 실제 소비량과는 무관하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 양정자료상 2015년부터 9년간 1인당 밀 소비량 증가율은 18.9%에 이르지만, 같은 기간 수입량을 기준으로 한 소비량 증가율은 오히려 0.3% 줄었고, 원곡 수입량 증가율도 9.3% 감소해서다. 한국무역협회 수입 통계(HSK 코드 : 1001992090)로도 2020년 이후 밀 수입량은 250만톤 전후로 큰 변동이 없어 밀 소비 증가는 밀 수입량으로도 설명이 안 된다.
이에 대해 이원택 의원은 “정부 공식 통계와 수입 통계 간 수치가 크게 엇갈린다는 것은 조사 체계 자체에 심각한 오류가 있음을 보여준다”라며 “정부가 밀 산업을 키운다면서도 소비 통계조차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울러 체계적 실태 조사 없는 통계가 정책 왜곡과 잘못된 여론을 낳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원택 의원실은 농식품부 통계상, 이 기간 밀 소비량이 증가한 건 가공용 밀이 100만9000톤에서 144만3000톤으로 약 43만톤 증가했기 때문으로 봤다. 농식품부 확인 결과, 2021년 이후 밀 소비량 급증은 조사 방식 변경에 따른 착시다. 그간 한국제분협회 회원사의 생산량만 반영해 밀 소비량을 집계했으나 2021년부터 SPC삼립(약 25만톤)과 삼양제분(약 7만5000톤)의 생산량이 포함되면서 전체 집계량이 약 20%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원택 의원은 “협회가 제출한 내부 자료에만 의존한 결과, 정확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결과를 불러왔다”라며 “실제 소비와 무관한 증가를 소비 확대로 해석하는 것은 심각한 왜곡”이라고 꼬집었다.
더 문제는 라면 등 밀 가공식품의 수출 물량까지 국내 소비량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라면 수출량은 2022년 29만9000톤에서 2024년 39만8000톤으로 급증했는데 이 물량이 내수 소비에 반영되면서 국내 밀 소비량이 과대 평가됐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정부는 ‘밀 소비 증가’라는 부정확한 통계를 근거로 쌀 소비 감소를 부각하며 농정의 균형을 잃었고, 밀 소비 급증이란 착시에 기댄 채 쌀 수급정책의 방향(감산 기조)을 왜곡하고 있다”라며 “밀 소비 통계의 왜곡 원인을 밝히기 위한 특별조사를 실시하고 정확한 수급 정보와 통계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동흠 우리밀세상을여는사람들 운영위원장은 “현재 농식품부는 밀 수급량을 식량용과 가공용으로 구분해 집계하는데 밀 소비의 특성상 이 같은 구분은 전혀 의미가 없다. 밀은 대부분 1, 2차 가공을 통해 소비해서다. 가공용으로 일원화해 집계하는 게 맞다”라며 “아울러 라면 등 수출용 밀 가공품은 국내 소비량에서 제외하고 집계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즉 밀 가공품의 수출입 물량이 정확하게 반영돼야 실제 순수한 국내 밀 소비량이 산출된다는 것이다. 송 운영위원장은 “정확한 통계야말로 밀 산업 발전의 나침반이자 출발점”이라며 “통계가 정확해야 국산 밀 소비 대책 수립, 소비 형태에 맞는 종자·제품 개발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