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g 500원대’ 양파, 정부 늦장·부실 대책의 결과

저율관세 수입에 ‘무너질 대로 무너진’ 양파값
농민들 생산비도 안 나오는 ‘적자농사’에 한숨
정부 ‘늦장’·‘부실’대책에 가격지지 의문 뒤따라

  • 입력 2025.05.27 16:35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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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26일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양파 도매가격(상품 기준)이 1kg에 556원으로 최저점을 기록한 가운데 이날 오후 경상북도 고령군 덕곡면 일원에서 만난 농민 이동원씨가 내달 15일경 수확할 만생 양파 포전을 둘러보고 있다. 이씨는 최근 출하한 중생 양파의 경우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500원대(1kg)의 가격을 받았다. 한승호 기자
지난 26일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양파 도매가격(상품 기준)이 1kg에 556원으로 최저점을 기록한 가운데 이날 오후 경상북도 고령군 덕곡면 일원에서 만난 농민 이동원씨가 내달 15일경 수확할 만생 양파 포전을 둘러보고 있다. 이씨는 최근 출하한 중생 양파의 경우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500원대(1kg)의 가격을 받았다. 한승호 기자

 

조생 양파 수확기 직전 정부가 저율관세할당(TRQ)으로 들여온 약 2만톤의 양파가 올해 양파 농가 적자농사의 원흉으로 꼽히는 가운데, 정부의 ‘늦장’·‘부실’ 대책까지 더해져 현장 농민들이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26일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양파 도매가격(상품 기준)은 1kg에 556원으로 그야말로 ‘바닥’을 찍었다. 전년 동기 평균 경락가(1138원) 대비 51.1% 하락한 값이며, 같은날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수입양파 1kg 단가는 986원으로 국산보다 높았다. 양파값 하락은 소비 둔화를 비롯해 수입 양파 거래 비중 및 양파 출하량 증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양파값 하락이 장기간 지속·심화되자 전국양파생산자협회(회장 남종우, 양파협회)는 △단가 1kg당 750원 이상으로 10만톤 정부 비축 △중만생종 양파 1500ha 산지폐기 △농협·개인·법인 등에 수출지원비 지급 등을 요구해 온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양파가격이 1kg 기준 500원대까지 떨어지고 나서야 대책을 발표했으며 이마저도 현장 요구에 못 미치는 수준이기에 양파 농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1과 22일 중생 양파를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에 출하한 경상북도 고령군의 농민 이동원씨는 20kg 양파 한 망에 1만원도 안 되는 가격을 받아들게 됐다. 지난 26일 만난 이씨는 “임차료 30만원가량, 정식하고 제초하고 수확 작업하는데 든 인건비 230여만원, 모종값 120만원에 농약·비룟값 약 30만원까지 400평 중생 양파 농사에 들어간 생산비만 410만원 이상인데다 20kg 한 망당 운송비가 1300원이니 550망 출하하는 데 든 금액만 482만원 정도다. 그런데 올해 양파 팔고 받은 금액은 460만원 남짓”이라며 “농기계 사용료는 물론 자가노동비를 포함하지 않아도 이미 적자농사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덧붙여 “가격 보장이 안 되다 보니 매년 농사가 투기처럼 변해가는 실정이다. 올해엔 양파가격이 마늘보다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양파를 심고, 양파에 농민들이 몰리면 가격이 폭락하는 식이다”라며 “양파값이 지금 kg당 500원대까지 떨어졌으니 정부에서도 수급 대책을 발표하겠지만 이미 가격은 떨어질 대로 떨어졌고, 농민들도 피해 볼 만큼 다 본 상태다. 가격이 언제 정상 수준을 되찾을지도 모르는 가운데 농민들은 곧 있을 만생 양파 수확에 돌입해야 하고 가격 오르길 기다릴 수도 없는 만큼 추후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게 주요 채소만이라도 정부가 계약재배 비율을 늘려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하도록 정책을 펴야 한다”고 요구했다.

만생종 양파 수확을 앞두고 있는 경북 김천지역의 농민들도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지난 26일 오세진 양파협회 김천지회장은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중만생 양파 수확이 보름 정도 남은 만큼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며 “소비가 부진한 상황 속 양파 생산·수입량이 늘어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에 산지폐기를 하거나 비축물량을 늘려 공급과 수요를 조절해야 한다. 중만생 재배면적의 10%에 해당하는 1500ha를 폐기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어떤 정책을 발표해도 시장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대화 양파협회 경북지부장 또한 “농민은 농사 잘 지은 죄 밖에 없다. 땀 흘리며 일한 죄 밖에 없다”며 “말도 안 되는 작금의 양파값 회복을 위해 정부가 제 역할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부에선 지난 26일 ‘양파 수급안정을 위해 선제적 수급관리 대책 추진’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수매비축 3만톤과 중생종 양파 3000톤 출하 연기, 자조금을 활용한 상품 양파 4000톤 출하 억제가 골자다. 이를 통해 과잉물량 ‘전량’을 해소하고 홍수 출하를 방지하겠다는 구상인데, 이미 가격 하락으로 적자를 못 면한 농민들을 위한 대책이 전무한 것은 물론, 해당 조치가 시장에 어떤 효과를 불어올지조차 미지수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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