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탁구공만 한 양파, 수확 않는 게 나을 지경”

경남 양파 농가, 가격 폭락에 생육 피해 ‘이중고’
가뭄·이상저온 여파, 생산량 및 품질 저하 극심
수확기 이전 피해 조사 실시 및 대책 마련 촉구

  • 입력 2025.06.04 17:38
  • 수정 2025.06.05 09:19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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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4일 경남 창녕군 대합면 일원에서 성유경 (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 경남도지부 사무처장이 비닐을 걷었지만 생육 피해가 심해 수확을 사실상 포기한 양파밭을 둘러보고 있다. 양파 크기가 탁구공 정도밖에 안 될 만큼 생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4일 경남 창녕군 대합면 일원에서 성유경 (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 경남도지부 사무처장이 비닐을 걷었지만 생육 피해가 심해 수확을 사실상 포기한 양파밭을 둘러보고 있다. 양파 크기가 탁구공 정도밖에 안 될 만큼 생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폭락한 양파 경락가가 회복될 기미 없이 1kg 600원대를 지속 중인 가운데 경남지역 주산지에선 이상기후 피해까지 더해져 농민들의 시름이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깊어졌다. 특히 가뭄 및 이상저온으로 생산량 감소와 품질 저하 등의 피해가 극심하게 나타난 경남 창녕과 산청, 함양 등의 양파 재배 농민들에게선 “손해 덜 보려면 수확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는 토로와 한탄이 쏟아져 나올 정도다. 이에 (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회장 남종우, 양파협회) 경남지부(지부장 권상재)는 4일 경남 산청군 생초면 양파밭 일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 정부를 향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현장 농민들에 따르면 경남 산청군의 경우 지난 3월 영하 14도에 이르는 이상저온과 강설 여파로 생육기 생장이 멈춘 것으로 파악된다. 정병준 양파협회 경남도지부 부지부장은 “지상부 초엽 개수가 양파 크기를 좌우한다. 지상부 잎이 10개면 양파도 10겹이 되는 것이고 지상부 영양이 좋아야 구 비대기에 양파가 제대로 클 수 있다”라며 “생육이 좋을 땐 잎이 14개 정도고, 적어도 12개는 올라와야 하는데 지금 피해 포전 대다수에선 지상부 엽수가 6~8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당연히 양파 크기가 팔 수 없을 만큼 작다”고 설명했다.

민영완 양파협회 산청군지회 사무국장 또한 “가락시장 평균 경락가가 아직도 1kg에 600원(상품 기준)에 불과해 중·하품은 수확하면 오히려 적자 폭이 커지는 상황이다”라며 “6월 중순까지는 수확을 해야 논을 정리하고 모내기를 할 수 있는데 지금 대부분의 피해 농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빠른 시일 내 피해조사와 대책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경남 산청군 생초면의 양파밭에서 농민이 제대로 생육하지 못한 양파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포전에선 상품 양파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저온피해로 인한 생육 부진이 극심한 실정이다.
경남 산청군 생초면의 양파밭에서 농민이 제대로 생육하지 못한 양파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포전에선 상품 양파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저온피해로 인한 생육 부진이 극심한 실정이다.

창녕군의 상황은 산청군보다 심각했다. 제대로 크지 못해 고작 탁구공만 한 양파가 포전 곳곳에서 확인됐다. 현장 농민에 따르면 겨울에 눈 한 번 내리지 않은 탓에 가뭄 피해가 생육에 1차로 영향을 미쳤고 이후 최근까지 쌀쌀한 날씨가 지속됨에 따라 지상부 생장은 물론 구 비대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수십 년 양파 농사를 지었지만, 이 정도로 피해가 큰 적은 처음”이라고 밝힌 성유경 양파협회 경남도지부 사무처장은 “지상부 잎이 터무니없이 적은 것도 모자라 허리춤까지 올라와야 할 지상부 크기도 전부 종아리 정도에 그친다. 양파가 크려야 클 수 없는 상태다”라고 말했다. 이어 성 사무처장은 “지난주 1600평에서 수확한 양파가 430망 남짓이었는데, 그마저도 상품 비중이 3분의 1이 안 됐고 상품 가격도 20kg 한 망에 1만1000원 정도였다. 중품과 하품 가격은 망 당 7000원, 4000원밖에 안 돼 그야말로 적자 농사가 됐다”고 토로했다. 성 사무처장에 따르면 430망을 판매하고 받아든 금액은 수확 인건비를 제하면 단 한 푼도 남질 않는 지경이다. 인력 21명이 들어갔고 일당이 인당 16만원으로 수확 인건비만 336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에 4일 기자회견에서 경남지역 양파 생산 농민들은 경상남도와 농림축산식품부를 향해 △신속하고 정확한 피해 현황 파악과 이를 통한 특별 재난지역 선포 △일회성 지원이 아닌 실질적인 피해 복구 및 생계 안정 대책 마련·시행 △농가 생존권 보장을 위한 수급 가이드라인 안정대 가격인 1kg 750원 보장 등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농민들은 특히 “하루하루 치솟는 생산비를 감당하며 애써 키운 양파가 밭에서 썩어가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심정은 아무도 모른다. 생육 피해로 인한 수확량 감소와 가격 폭락이라는 이중의 고통 속 경남지역 양파 농가는 생존의 벼랑 끝에 서 있다”며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지속적으로 투쟁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남종우 양파협회장은 “지난해 모종 정식 때부터 이상기후로 농가 고충이 극심했는데 생육 피해까지 더해 농민들은 그야말로 생산비도 건지지 못할 지경에 처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부터 수급 관련 회의를 지속해 왔음에도 양파값은 유례없이 폭락한 뒤 좀체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양파 농가 생존권 보장과 안정적인 영농 지속을 위해 새로 출범한 정부에 신속한 피해조사와 대책 마련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밝혔다.

4일 (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 경남도지부가 경남 산청군 생초면 일원의 양파밭에서 ‘2025년산 양파 저온피해 대책마련 촉구 경남 양파 생산자 대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4일 (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 경남도지부가 경남 산청군 생초면 일원의 양파밭에서 ‘2025년산 양파 저온피해 대책마련 촉구 경남 양파 생산자 대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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