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쌀 의무수입(TRQ) 문제를 한일 양국이 협력해 풀어가고자 농민과 의원으로 꾸려진 방문단이 27일 일본으로 향했다.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소속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엄청나 전국쌀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 전종덕 진보당 국회의원, 박형대 진보당 전남도의원이 그들이다. 쌀 의무수입은 국내 쌀 초과 공급량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번 일본 방문은 한일 모두 그간 WTO 체제에서 지속된 쌀 의무수입과 쌀 생산 감축 정책 기조로 쌀 산업 기반이 무너져 가고, 농민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쌀 의무수입 전면 재협상 관련 양국의 연대 강화를 일본 농민단체와 의회에 제안하고, 향후 구체적 방안을 모색하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일본방문단은 27~28일 이틀간 농민단체인 일본농민운동전국연합(노민렌), 일본전국농업협동조합중앙회(JA전중)과 일본 의회의 의원들(입법민주당‧사민당‧자민당)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아울러 농민 대표들은 현장 농가를 찾아 쌀 문제에 대한 일본 농민들의 생각을 듣고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일본방문단은 27일 출국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30년간 이어진 쌀 의무수입과 윤석열정부의 재배면적 감축 정책까지 겹쳐 경작권까지 잃을 상황인 한국 농민과 오랜 쌀 감산 정책으로 쌀값 폭등에 놓인 일본의 상황을 전하며 양국의 지속 가능한 쌀 산업을 위한 공통의 해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의 통상 압박과 대선 정국 속에서도 쌀 의무수입 의제가 거의 언급되지 않는 정치권에 대한 비판과 이 문제에 새 정부가 적극 나설 것을 당부하는 목소리도 이어갔다.
먼저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식량자급률이 저조한 나라에서 그나마 주식인 쌀이 부족하지 않게 생산되는 것을 고맙게 여기고 농민이 더 안심하고 생산하게 보장해야 함에도 벼 재배면적 감축 정책으로 농민을 다그치는 정부는 제정신인가. 이는 농민에게 내린 계엄 선포에 다름 아니다”라며 “쌀 부족으로 어려움에 놓인 일본을 타산지석 삼아 우리 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쌀 의무수입 문제를 재협상해야 하는 시기를 맞아 한일이 공동 대응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시간이 되도록 역할을 다하고 돌아오겠다”라고 밝혔다.
전종덕 의원은 “WTO 체제에서 지난 30년 진행된 쌀 의무수입을 시대 변화에 맞춰 재협상할 때가 됐다. 일본도 재협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며 “이번 방문에서 농민단체뿐 아니라 정치권도 만나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들로서 쌀 재협상에서 그 특수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힘을 모아보겠다. 양국의 식량주권과 쌀 자급을 지켜 내기 위해 이번 일본 방문이 의미 있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박형대 전남도의원은 “한일은 식량주권 논의 및 주식인 쌀 관련 공통점 많은 만큼 두 나라의 연대는 새로운 통상환경 속에서 협조방안을 찾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대선을 앞두고도 쌀 의무수입에 대해 정치권 모두 묵묵부답인데, 이처럼 일언반구 없는 건 농업에 대한 무관심이다. 오늘 일본 방문은 우리 정치권과 새 정부에 식량주권과 주식인 쌀을 지키는 일의 중요성을 촉구하는 의미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엄청나 전국쌀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이번 일본 방문이 기후위기 시대 쌀이 주식인 두 나라의 연대로 쌀 의무수입 재협상 및 미국의 통상압력을 함께 헤쳐나가는 방안을 찾는 단초가 되길 바란다”라며 “아울러 새 정부 출범 시 가장 먼저 할 일이 한미 통상협상인 만큼 새 정부는 쌀을 외국에 맡기는 우를 범하지 말고, 우리 쌀을 지키는 데 나서길 바란다. 양국의 지속 가능한 쌀 농업을 위해 일본 농민들과 머리 맞대고 고민하겠다”라고 전했다.
일본방문단은 27일 첫 일정으로 농민단체인 노민렌과 간담회를 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