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영남지역 산불을 들먹이며 주요 언론이 벌써부터 올해 과일값 폭등 우려를 연일 보도하고 있다. 이에 산지 및 업계 관계자 대부분은 “피해가 적지 않지만 수급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일축하며, 오히려 과도한 여론몰이를 지양해야 한다고 경계했다. 특히 과원과 농지 복구에 매일 같이 나서고 있는 피해 농민들은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일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말고 피해 복구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달라 호소했다.
영남지역 산불 진화가 마무리됨과 동시에 몇몇 경제지에서 시작된 농산물 피해 소식 및 수급·가격 우려는 현재 주요 언론에서 잊힐 새 없이 거론되고 있다. 영남지역에서 주로 생산되는 농산물 수급에 차질이 불가피한 만큼 가격 폭등이 우려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특히나 지난 2023년 이상기후로 인한 생산량 감소와 유통업계 사재기 등의 여파로 가격이 크게 올랐던 사과에 대한 관심이 끊이질 않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산불로 인한 농작물 피해 면적은 2003ha다. 사과 피해는 1560ha로 전체의 약 78%를 차지하며, 자두와 복숭아 피해도 각각 128ha와 94ha로 집계됐다. 통계청 농작물 생산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사과 재배면적은 3만3300ha로, 이 중 영남지역 재배면적은 전체의 70% 수준인 2만3422ha다. 아울러 경북지역 사과 피해 면적은 전체 사과 재배면적의 약 4.7% 정도인데 해당 피해 면적은 사과나무 고사로 인해 생산이 아예 불가한 피해를 일컫는 게 아닌 만큼 피해 규모는 더욱 작아질 수 있다. 실제 농식품부에 따르면 산불로 사과 묘목 갱신이 필요한 직접 피해 면적은 지난 17일 기준 577ha로 전체 재배면적의 1.7%에 해당된다.
하지만 앞선 지표는 수급을 크게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는 의미지, 산불로 인한 작물 피해가 적다는 의미는 아니다. 농민들은 과원을 복구하고 작물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생육 관리에 평소보다 몇 배의 노력을 쏟고 있다.
안동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농민 임영창씨는 “산비탈에 있는 과원이어서 피해가 큰 편이다. 1년생 묘목이 전부 고사했다”라며 “주변 얘기를 들어보니 나무가 타거나 고사하지 않았더라도 꽃눈이 제대로 올라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농가 피해는 크지만 그렇다고 가격을 걱정하기엔 조금 이르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이어 임씨는 “복구는 말할 것도 없이 아직 철거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농가도 많다. 집까지 전소된 경우 농민들은 하루 종일 일하고도 제대로 쉴 수조차 없는 현실이다”라며 “과일값 걱정보다 피해지역 복구 및 관련 대책 마련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도 올해 사과 수급과 사괏값 폭등 우려 소식을 지속적으로 전하는 언론을 향해 쓴소리를 보탰다. 한국과수농협연합회 관계자는 “언론에서 걱정하는 사괏값과 현실 사이 괴리가 좀 큰 것 같다. 과원이 전소된 경우 생산 자체가 불가하겠지만 현재까지 파악한 바론 공급에 문제가 생길 정도는 아니다”라며 “일단 올봄 냉해 피해 면적도 크지 않다. 여름철 태풍이랑 장마를 얼마나 잘 견뎌 내느냐에 따라 작황이 달라질 순 있겠지만 농민들은 수급에 문제없게 지금도 악을 쓰고 농사짓는 데 온 힘을 다하고 있다는 걸 알아 주면 좋겠다. 언론에서 과일값에 대해 호도하는 건 결국 농산물 수입, 특히 정부 할당관세 적용 및 저관세 과일 수입에 명분을 주는 것밖에 안 되는 만큼 조심 또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