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에 짓눌린 농민들

  • 입력 2025.01.05 18:00
  • 수정 2025.01.05 18:48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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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한 달이 지났지만 폭설로 무너진 하우스는 복구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의 한 시설원예 하우스에서 여동규씨가 폭설에 휘어진 철골에 짓눌려 미처 빼내지 못한 호접란을 살펴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한 달이 지났지만 폭설로 무너진 하우스는 복구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의 한 시설원예 하우스에서 여동규씨가 폭설에 휘어진 철골에 짓눌려 미처 빼내지 못한 호접란을 살펴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해 11월 26일부터 3일간, 우리나라 중부지방엔 기록적인 양의 눈이 내렸다. 아주 생소한 시기에 놀랄 만한 형태로 내린 이번 ‘폭설’은 그간 눈에 의한 피해를 겪어 본 적 없었던 경기 남부권 농촌을 삽시간에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말았다.

주로 시설농업이나 양계업에서 흔히 사용하는 비닐하우스, 마찬가지로 파이프를 주 지지대로 사용하는 한우·낙농가의 우사 등이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은 듯 쓰러져 나갔다. 피해가 가장 심했던 경기 남부 지역에는 내재해형 시설하우스의 적설심 기준(경기 22~28cm)이 의미 없는 수준의 양이 쏟아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확정한 전국의 피해규모가 총 4509억원인데, 이 가운데 42%가 축산시설, 36%가 비닐하우스 피해일 정도다.

이렇게 넓은 범위에 뿌려지는 대량의 습설(젖은 눈)은 피해가 집중된 경기 남부 지역 농민들이 11월 초겨울에 예상할만한 것이 아니었다. 큰 피해가 발생한 원인은 바로 ‘눈의 무게’로, 이번에 내린 눈은 많은 수증기를 머금은 밀도 높은 습설이었다. 습설은 같은 면적에 동일한 높이로 쌓일 때 마른 눈(건설) 대비 3배의 무게를 지닌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 발생원인으로 지목되는 건 역시 지난해 내내 이어진 ‘이상기후’다. 기상청은 역대 가장 긴 폭염으로 평년 대비 3도나 높아진 수온이 저기압을 만나 눈구름을 폭발적으로 발달시켰다며 앞으로 겨울에도 기후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사태가 벌어진 지 벌써 6주가 지났지만, 아직 태반의 현장이 당시의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현장조사에 이어 특별재난지역 선포까지 복구일정 자체가 줄줄이 늘어진 데다, 중장비 없이는 손도 댈 수 없을 만큼 시설피해의 수준이 크기 때문이다. 홀로는 복구를 시작할 엄두조차 못 내는 농민이 넘쳐난다. 개중에서는 이미 이상기후가 일상이 된 상황에서 다시 똑같이 하우스를 지었다가 이번과 같은 눈을 마주할까 걱정하기도 한다. 12.3 내란 사태 등 폭설 직후 연이어 터지는 국가적 사고에 제대로 된 하소연조차 하기 어려운 시국에 속만 까맣게 타들어 간다.

이번 사태는 아직 많은 농가에서 간이 시설물을 통해 생산기반을 꾸릴 수밖에 없는 우리 농축산업이 이제 지역을 막론하고 겨울철에도 이상기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드러냈다. 최악의 상황에서 경영체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또 같은 종류의 피해가 다시 일어나는 일을 막기 위해 어떤 시급한 조치들이 필요한 지 현장의 모습을 통해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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