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만 몰리는 산업‧의료폐기물, ‘지역 차별 그만!’

폐기물처리시설 피해 주민들, ‘기업 배 불리는 동안 주민들 죽어가’

‘산업‧의료폐기물은 발생지에서 공공이 책임지고 처리’ 법제화 촉구

  • 입력 2023.11.15 17:24
  • 수정 2023.11.19 21:23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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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농촌과 비수도권 지역에 산업‧의료폐기물 처리시설이 몰리면서 주민의 고통은 깊어지고 민간기업만 수익을 불리는 상황이 환경정의와 경제정의에 어긋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전국 각지에서 산업‧의료폐기물 처리시설 반대 활동을 벌이고 있는 주민들과 공익법률센터 농본(대표 하승수), 4개 지역(대구‧전북‧청주‧충남) 환경운동연합,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신규 산업‧의료폐기물 처리시설 운영은 공공성을 갖춘 주체(중앙정부 산하 공공기관, 광역지자체의 출자‧출연기관 등)만 맡게 하고, 자기 권역에서 나오는 산업‧의료폐기물은 자기 권역에서 처리하는 원칙을 도입하라”고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매립 시한이 끝났지만 증설(에코비트 그린포항, 네이처이엔티)이 추진 중인 경북 포항시, 2019년 전국적인 의료폐기물 불법 방치 사태((주)아림환경)를 일으켰던 경북 고령군, 산업폐기물 소각장 밀집으로 마을주민 60명이 암으로 숨져 그 연관성을 조사 중인 충북 청주시 북이면, 산업폐기물 매립장(조곡그린컴플렉스)을 ‘자원순환시설’로 속여 주민 반대에 부딪혔음에도 추진 중인 충남 예산군, 로컬푸드를 생산하는 농지와 청정 환경이라 입지에 맞지 않아도 의료폐기물 소각장(전일환경)이 추진되는 전북 완주군, 전국 폐기물 발생량이 0%대임에도 전국 최대 규모의 지정폐기물 매립장 건설이 추진 중인 강원 강릉시. 이들 지역에서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는 주민 대표들이 기자회견 자리에 섰다.

15일 국회에서 전국 산업‧의료폐기물 매립장 및 소각장 관련 법제도 개선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15일 국회에서 전국 산업‧의료폐기물 매립장 및 소각장 관련 법제도 개선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유민채 충북 청주시 북이면 추학리 전 이장은 “농민‧농촌이 봉인가? 왜 산업단지 쓰레기를 농촌에서 태우나. 어느 날 빨간 연기가 온 논밭을 뒤덮었다. 십년 새 60명이 암으로 죽고 마을은 반토막 났다. 환경부는 주민들 몸에서 나온 발암물질이 피해 증거인데도 ‘인과성 없음’으로 결론 냈다. 농식품부는 바른 먹거리를 생산하라고 하는데 환경부는 농촌에서 쓰레기를 마구 태우게 한다”라며 “폐기물 처리에만 혈안이 돼 대기업 배 불리는 게 정부가 할 일인가. 정부는 지역 차별 그만하라. 폐기물 처리 입지 및 용량 연한을 제한하고 공공처리 법제화로 환경정의 실천하라. 국민 안전 지켜달라”라고 촉구했다.

김성수 강원 강릉시‧양양군 지정폐기물 매립장 반대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이 발언을 이어갔다.

김 사무국장은 “주문진은 농업‧어업‧관광업으로 살아가는데, 갑자기 지정폐기물 매립장이 들어서려 한다. 그것도 주문진 해변에서 직선거리로 4.5km 떨어진 곳에 전체 규모 10만평에 순수 매립지 규모만 5만평이 넘는다. 총 904만톤의 지정폐기물을 매립하겠단다. 단일 매립장으로는 가장 크다. (업체인 태영동부환경이 말한) 이유는 간단하다. 땅값이 가장 싸고 인구 중 65세 이상이 35%라 발전 가능성이 없으니, 폐기물 매립장을 설치해서라도 발전하라는 거다. 터무니없는 말이다. 강릉시는 지정폐기물 발생 및 처리량이 전국의 0.2%에 불과하니 더 말이 안 된다”라며 “(매립장으로 인한 오염으로)청정바다가 사라지면 그걸로 먹고사는 어민, 관광업자 모두 죽는다. 난데없는 지정폐기물 매립장 설립이 가능한 것은 발생지와 상관없이 전국 어느 곳의 폐기물도 들여올 수 있도록 한 현재의 폐기물관리법 때문이다. 한두 차례 싸움으론 끝나지 않고 10년 이상 싸워야 한다. 그 속에서 강릉 주민들은 죽어가고 있다. 산업단지 하나 없는 청정 강릉이 왜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나. 기업만 이익일 뿐인데도 특정 지역에만 폐기물 처리시설을 짓게 두는 법제도 속에 소외되는 주민들이 있다. 법이 개정돼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15일 국회에서 전국 산업‧의료폐기물 매립장 및 소각장 관련 법제도 개선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15일 국회에서 전국 산업‧의료폐기물 매립장 및 소각장 관련 법제도 개선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현재의 산업‧의료폐기물 관련 법제도 개선 시급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산업‧의료폐기물 문제에 대해 “피해는 지역주민들이 입고, 수백‧수천억원대 이익을 챙기는 것은 소수의 기업이다. 사후관리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가 떠안고 있다. 이 모든 원인은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라며 “최근 운영을 시작한 산업폐기물 매립장의 경우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이 50%를 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의료폐기물 소각장도 당기순이익률이 20~30%가 넘는 경우가 여럿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다 보니, 안전이나 주민 피해, 환경오염 우려는 뒷전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인허가를 받으려고 온갖 편법이 동원되고 있다. 정부의 정책 전환과 국회의 법제도 개선이 절실하다”라며 “이에 우리는 산업폐기물처리의 공공성 확보와 권역별 발생지 책임 원칙의 도입, 주민감시의 제도적 보장과 사후관리 강화를 정부와 국회에 요구한다. 정책 전환과 법제도 개선을 위해 전국의 양심적인 시민‧환경단체들과 주민대책위들이 연대할 것임을 선언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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