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산업‧의료폐기물 문제, 지역 주민들 공동 대응 나선다

‘산업‧의료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한 경북지역 공대위’ 발족

특정 지역에 폐기물 처리시설 집중, ‘부정의, 형평성 어긋나’

공공과 발생지가 산업‧의료폐기물 책임지도록 법제화 필요

  • 입력 2023.10.25 19:30
  • 수정 2023.10.26 13:41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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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산업‧의료폐기물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경상북도(지사 이철우) 도민들이 공동 대응에 나선다.

경북 4개 지역(고령군‧안동시‧경주시‧포항시) 주민들과 공익법률센터 농본(대표 하승수), 환경운동연합 대구경북광역협의회가 25일 경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의료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한 경북지역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발족을 알렸다.

이들 지역은 기존에 산업‧의료폐기물 매립장 및 소각장이 있음에도 신설, 증설이 추진 중인 곳들이다. 한편 공대위에 참여하진 않지만,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경북도청 앞에서 손팻말 시위를 벌인 문경시 신기동 주민 10여명도 기자회견에 함께했다. 이들은 문경시(시장 신현국)가 신기산업단지 내에 폐기물처리 업종 추가를 진행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경북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산업‧의료폐기물이 처리되는 지역이다. 공대위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경북지역 지정폐기물 매립장 7개소에 전국 매립량의 약 25%(22만1,015㎥)가 매립됐고, 사업장일반폐기물 매립장 9개소엔 전국 매립량의 약 40%(86만5,888㎥)가 매립됐다. 의료폐기물 소각장 3개소에서는 전국 의료폐기물 소각량의 약 29%(5만6,451톤)가 소각됐다. 지정폐기물과 사업장일반폐기물 소각량도 각각 전국 소각량의 9%, 12%를 감당했다.

이에 공대위는 “산업‧의료폐기물 처리시설은 본질적으로 사회 전체가 고민하고 부담해야 할 문제이지만 일부 지역 주민에게 부담을 떠넘기고 있고, 몇몇 기업만 막대한 이익을 누리는 돈벌이 수단이 되고 있다”라며 “(이는) 정의롭지 못하고 지역 간 형평성에 맞지 않는 일이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고, 개별 지역이 각자 대응하는 것에 한계가 있어 공대위를 발족한다”고 밝혔다.

산업폐기물 매립장과 산업‧의료폐기물 소각장은 영업구역 제한이 없어 인허가만 받으면 발생 지역에 상관없이 모든 지역의 폐기물을 들여올 수 있다. 이 때문에 서울은 전국 의료폐기물 발생량의 약 30%를 차지하지만, 소각장이 단 하나도 없는 반면 경북은 경북지역 발생량의 7배가 넘는 양을 소각 처리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25일 경북도청 앞에서 열린 '산업‧의료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한 경북지역 공동대책위원회' 발족을 알리는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요구사항이 적힌 손팻말과 현수막을 들고 정부와 경북도에 대안을 촉구하고 있다.  
25일 경북도청 앞에서 열린 '산업‧의료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한 경북지역 공동대책위원회' 발족을 알리는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요구사항이 적힌 손팻말과 현수막을 들고 정부와 경북도에 대안을 촉구하고 있다.  

공대위는 이날 4개 요구사항으로 △산업‧의료폐기물 처리시설(매립장‧소각장)은 국가나 광역 지자체가 책임지는 ‘공공책임 원칙’을 법제화할 것 △산업‧의료폐기물이 발생한 권역에서 책임지고 처리하는 ‘발생지 책임의 원칙’을 법제화할 것 △경북도는 환경영향평가 조례를 제정하고, 국가 차원의 법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에 동참할 것 △경북지역 기초지자체는 난개발과 환경오염을 막기 위한 조례 제정 등 대책을 마련할 것 △지자체와 환경청은 더 이상 경북도에 산업‧의료폐기물 처리시설을 신설‧증설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최순고 경북도 환경정책과장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이를 전달했다.

특히 공대위는 경북도의 대책 마련을 강조하는데, 경북도가 환경영향평가법 제42조에 따라 환경영향평가 조례를 제정하면 환경영향평가 대상 사업 규모를 국가 기준의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 있어서다.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은 1일 100톤 이상의 소각시설을 환경영향평가 대상으로 규정하는데, 조례를 통해 1일 50톤 이상을 처리하는 소각시설도 환경영향평가 대상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대위는 “현재까지 전국 17개 시도 중 10개 시도가 환경영향평가 조례를 제정한 상황이지만 경북도는 이렇게 가능한 일조차 손 놓고 있다. 또 전북 익산시는 ‘익산시 환경정책위원회 구성 및 운영조례’를 제정해 난개발과 환경오염시설에 대응하고, 도시(군)계획 조례로 폐기물처리시설의 입지를 제한하는 지자체도 있다”라며 경북도의 발 빠른 대응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강희 경주시의원은 “그동안 경주시가 경북도에 조례 제정을 여러 번 건의했다는 사실을 경주시 집행부에게 확인했다”라며 “그런데도 행정은 항상 법‧제도 테두리 안에서 검토한다고 말하면서도 행정(경북도)이 나서서 법‧제도를 더 정비할 수 있는 부분조차도 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의원은 “의료폐기물 소각장도 대형병원들이 자체 내 멸균분쇄시설을 잘 갖추도록 지원하고 관련 제도를 마련해야 하는데 그런 건 소극적이다”라며 “주민을 중심에 두고 제도를 만들지 않으니 지금 제도 밖에 있는 주민들만 피해 보고 있다. 이건 정확하게 국가 기관이나 광역 단위가 적극 책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각 지역 주민을 대표해, 곽상수 쌍림산업폐기물소각장 고령군대책위원장, 이재업 안동 신양리 의료폐기물 저지 대책위원회 사무국장, 고일래 ‘(포항) 오천의 환경을 생각하는 모임’ 직책위원장과 문경신기산업단지 폐기물 반대 주민을 대표해 농민 김민씨가 한목소리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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