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김희봉 기자]
농사철이 돌아왔지만 충남 당진 농민들은 마을에 세워지는 고압송전탑·폐기물처리장 대응 투쟁으로 분주하다.
지난 3일 당진시 우강면 신촌리·부장리 주민 40여명과 시민단체들은 마을 인근 소들섬 야생생물보호구역에서 강행 중인 한국전력공사(한전)의 고압송전탑 공사를 저지하기 위해 시위에 나섰다. 한창 논갈이가 진행 중인 들판의 농작업로로 한전과 건설사 직원들이 장비를 갖고 진입하자, 농민들은 트랙터로 진입로를 막아서며 대치했다.
이봉기 소들섬고압철탑지중화대책위원장은 “8년 동안 한전의 무도한 공사 강행에 맞서 매일 전쟁 같은 투쟁을 하느라 농사도 가정도 마을도 다 파괴됐다”며 “송전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야생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구간만이라도 지중화를 해달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곳 고압송전탑 외에도, 최근 당진엔 면천면·당진동 건설폐기물처리장, 순성면 폐기물처리장, 석문면 불산가스공장, 송산면 음식물쓰레기처리장 입주 신청으로 주민들이 농사일을 미루고 몰려가 항의 시위를 해야 했다.
이렇듯 당진시 농촌지역으로 몰려드는 고압송전탑과 폐기물처리장 설치에 대해 이종섭 당진시농민회장은 “이익은 대도시 업자들이 먹고 피해는 농촌지역 농민들이 당하고 있어 대단히 불합리한 것이다. 각종 고압송전탑·폐기물처리장 설치로 경관도 훼손되고 있지만 농민들은 생명의 위협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당진시 김종현 자원순환과 폐기물관리팀장은 “지자체가 신청된 건을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무조건 불허하기란 곤란하다. 그래서 오는 14일 폐기물업체 등 주민 피해가 예상되는 개발행위를 제한하는 조례를 제정해 농촌지역 환경피해를 개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참고로 당진시산업단지 민간환경감시센터가 제공한 자료를 보면 당진시의 시·군·구 사업장 배출시설 폐기물의 연간 배출량은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다(2021년 기준 935만3,303톤). 당진시 측은 “당진시의 2022년 폐기물처리 사업계획서 접수 현황은 총 19건 접수에 8건이 적합, 5건은 부적합, 6건은 취하됐다”고 밝혔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농촌지역에 발전소·고압송전탑·산업폐기물처리시설이 많은 원인은 인구가 적고 주민들 대부분이 고령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도시 지자체보다 인허가가 수월한 농촌지역 지자체로 민간업체들이 몰리면서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